2015. 4. 3. 쇠날. 날씨: 어제 밤 천둥치고 비가 억수같이 내리더니 아침나절에는 딱 그쳤다. 곳곳이 촉촉하다.
아침 산책-춤수업-아침열기-텃밭농사(감자 심기)-텃밭일지 쓰기-그림그리기-점심--해금-청소- 다함께 마침회
[몸을 잘 돌 볼 때다]
한국 근현대사 아픔이 서려있는 4.3항쟁일이다. 택견 선생님이 감기에 걸려 다른 택견선생님 두 분이 대신 왔다. 두 분 다 서글서글해서 아이들과 하루지만 잘 지낼 것 같아 안심이다. 9시 5분부터 춤 수업이라 8시 45분에 아이들과 산책을 나섰다. 텃밭에 가서 오늘 텃밭 일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데 감자를 심는데 무리없어 보인다. 비가 온 뒤 텃밭이 질퍽거릴 수도 있고, 밭 뒤집기를 하면 흙이 단단히 뭉쳐버려서 좋지 않아 하면 안되는 거라 오늘 텃밭 농사는 감자만 심는 거다. 고구마밭 만들기는 다음으로 미뤄야지 싶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에 학교 마당에 물이 고여 있어 택견하는 아이들을 위해 누리샘이 빗자루를 들고 빗물을 모두 쓸고 정리를 했다. 동생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일하는 게 재미가 있어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줄곧 한다.
춤 수업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동그렇게 둘러앉아 몸을 푸는데 박수진 선생님 동작을 따라 자신의 온 몸 곳곳을 주무르고 두드리니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내 몸을 들여다 보게 된다. 갈비뼈, 엉덩이뼈, 정강이, 팔, 다리 곳곳에 대한 감각이 새롭다. 다음으로 몸의 무게를 느껴보는 시간이다. 엎드려 두 팔을 10센치 들어보고, 두 발을 10센치 들어보는 동작을 번갈아 하고, 같이 하면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팔의 무게와 발의 무게를 깨닫는다. 그러다 무게 중심을 몸 곳곳에 두는 몸짓으로 연속해서 동작을 만들어가는데 저절로 춤이 되는 것 같다. 팔이 무게중심일 때, 발이, 무릎이, 손이, 배가, 등이 무게중심일 때마다 내 몸은 다른 동작을 만들어내고 잠깐인데도 몸을 많이 쓰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마다 움직이는 원을 찾아 선으로 그리고 그걸 몸으로 표현하는 시간이다. 주어진 10분 동안 학교 안팎으로 나가서 움직이는 원을 찾는데 아이들이 신이 났다. 몇몇 아이들은 숲속놀이터에서 그네를 보거나 공을 보고, 또 몇몇 아이들은 학교 안 곳곳을 다니며 움직이는 원을 찾는다. 나는 바람개비를 바라보다 바람개비가 도는 원을 그리고 몸으로 표현할 것을 생각해두었다. 10분이 지나 모두 모여 저마다 찾은 원 동작을 몸으로 내보였다. 저마다 모두 다르다. 빙글 도는 아이, 구르는 아이, 몇 개 동작을 연결해서 하는 아이 정말 아이들이 찾은 움직이는 원은 모두 다르다. 나중에 모두 모여 묻는 시간에 소현이 움직이는 원을 어디서 찾았는지 물으니 세탁기 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려 표현했다 하니 정말 그렇다. 세탁기 물이 빨래를 빨아들이는 것부터 빨래가 돌아가는 것까지 소현이 원 동작에 모두 담겨있다. 성범이는 구르기를 하는데 꽝 소리가 날 정도로 돌아서 일부러 그런건지 질문이 나왔는데 일부로 그런 건 아니고 축구공 굴러가는 걸 표현한 건데 잘 안돼서 그랬다 한다. 춤 수업을 할 때마다 배움이 많다.
춤 수업 마치고 어제 잘라놓지 못한 5학년 몫의 감자를 아이들과 얼른 자르고 교실로 들어와 줄곧 하는 아침 공부를 했다. 10시 30분 3학년부터 6학년은 텃밭 농사로 감자를 심기 위해 모이고, 1,2학년은 손수건 물들이기를 한다. 1, 2학년이 애기똥풀과 당근 들로 물들인 손수건을 아이들 모두가 쓰게 된다. 휴지를 아끼고 바깥활동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라 큰 도움이 되겠다.
새로 만든 길옆 텃밭과 학교 텃밭 두 군데 여섯 이랑에 6학년들이 어제 만들어 놓은 재를 묻혀 감자를 심는데, 심을 때마다 아이들은 어떻게 심는지 다시 묻는다. 씨눈이 땅밑에 가도록 심으라고 이우성 생산자가 일러준 게 있어 줄곧 그리 가르쳤는데 자꾸 까먹는다. 그래도 6년동안 여섯 번 감자 농사를 짓는 것이니 나중에 잘 알지 않을까. 씨감자는 해마다 우리 아이들 공부로 쓰라고 씨감자를 보내주시는 이우성 생산자가 보내줬는데 이번에는 좀 특별하다. 보통은 남은 씨감자를 보내곤 했는데 이번에는 남지가 않아 새로 농협에서 사서 보내주신 거라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렇게 늘 우리 아이들 교육 활동의 뒤에는 도움주는 분들이 많다. 아이들 수가 많으니 금세 30분만에 다 심어버려 더이상 할 일이 없다. 보통 오전 두 시간 텃밭 일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일찍 끝나 시간이 남는다. 텃밭 일지를 쓰고 그림 그리기를 한다. 본디 오후가 그림그리기 시간인데 해금 보충 수업이 있어 그림을 못 그릴 뻔 했는데 시간이 있어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게 됐다. 그림도 본디 수채 물감을 써서 그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정물로 늘 들고 다니는 줄자를 그렸다.
쇠날 점심 시간은 다른 날과 달리 20분 더 길어서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까닭은 물론 많이 놀 수 있어서다. 놀고 놀고 놀아도 지치지 않는 아이들이기에. 12시 45분 과천시청 교육청소년과에 들렸다 과천시청에 가서 일처리를 하고 돌아오니 점심 시간이 다 끝났다. 쇠날에는 보통때와 달리 점심 먹고 바로 낮 공부를 하고 3시부터 청소를 한다. 해금 진도가 팍팍 나가는데 아주 재미있다. 원서는 따로 연습을 하지 않지만 해금 수업에 아주 열심이고, 성범이와 민주는 날마다 해금 연습을 하고 싶어한다. 유현과 중현 음을 익히는 곡을 줄곧 하는데 '학교 종이 땡땡땡', '나비야', '퐁당퐁당', '개나리', '곰 세마리'까지 줄곧 연습하니 이제 산중호걸을 하기 전단계다. 아이들에게 오선악보에 계이름과 우리나라 계이름을 따로 설명하고 해금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중현과 유현으로 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기를 같이 하니 아이들 이해도가 더 빠르다. 우리 학교 음악교육 방향대로 이론과 실기 면에서 해금 수업이 그 몫을 다해주고 있다. 송윤주 선생님 덕분이다. 조금씩 해금 소리가 음을 맞춰가니 연습하는 것도 즐겁다. 해금이 주는 매력에 빠질 것 같다. 틈날 때마다 아이들과 같이 곡을 붙인 '달팽이는 빠르다'를 해금으로 켜보는 재미도 좋다. 자주 연습을 해야겠다. 타악기는 조금 할 줄 아니 이제 해금을 제대로 익혀야겠다.
다함께 마침회에서는 일주일 되돌아보기, 고마운 칭찬과 부탁하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부탁하는 말 가운데 조심해야 할 도움말이 아주 많다. 아이들로부터 자꾸 이름이 불리우는 아이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애정을 갖고 도움말을 주는 것을 알고는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도움말을 주지도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아이들은 잘 안다. 자꾸 부탁하고 이야기를 해서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자세와 태도를 익혀 사회성을 기르고 관계를 살피게 되는 마침회는 참 좋은 공부다. 아파서 결석한 아이들이 많은 한 주이다. 1학년 아이들이 돌아가며 감기에 걸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잘 씻고 잘 먹고 푹 쉬도록 도와야 한다. 주말에 아이들이 알맞게 놀고 푹 쉬도록 하면 좋겠는데 어디 그게 뜻대로 되는 일이던가. 아이들은 늘 온 몸을 다해 놀이에 빠져드는 걸. 그래도 잘 씻고 잠자리에 일찍 들고 푹 자도록 어른들 할 몫이 있다.
교사 마침회를 하는데 종일 물들이기 하느라 애를 쓴 송순옥 선생과 조한별 선생 얼굴에 '피곤해'라고 쓰여 있다. 마침회 끝나고도 물들인 손수건을 널어놓느라 쉴 틈이 없다. 낮은 학년인 1,2학년과 함께 하는 활동 가운데서도 가장 힘이 드는 편인 물들이기 활동인지라 선생들이 챙기고 정리하고 마무리 할게 정말 많다. 힘들어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아이들 삶을 가꾸는 교육 활동이라 선생들 마음 속에 뿌듯함이, 행복함이 쌓이리라. 김상미 선생은 틈날 때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때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준다. 권진숙 선생도 6학년과 졸업여행 준비하느라 여러 봄꽃을 따서 말려서 차 만들 준비를 하느라 앉아있을 새 없이 오후 내내 부지런히 움직였다. 손호준 선생은 어제밤 내린 비가 마당 창고에 스며들어 있는 걸 모두 닦아내고 정리하느라 바빴다. 다들 한 주 부지런히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았으니주말에 푹 쉬며 재충전하기를... 다음 주 봄 음식 만들기, 관악산 오르기, 몸놀이한마당, 세월호 추모와 안전 활동, 장애인의 날 공부, 과학관 공부, 자연속학교로 이어지는 4월이 본격 시작된다. 몸을 잘 돌 볼 때다.
첫댓글 요즘 준섭이는 '달팽이는 빠르다' 를 흥얼흥얼 부르고 다닙니다. 형누나들이 만들었다고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요. 학교생활 모든 것이 놀람과 설렘일 푸른샘 아이들...선생님과 형누나들이 일구어가는 맑은샘 문화에 서서히 물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바쁘게 애쓰시는 선생님들도 몸을 잘 돌보시고요. 항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