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경외로우신 분
당신께서 진노하실 때
누가 당신 앞에 서있겠습니까?
(시편76,8).
“경외로우신”은 직역하면‘두려우신’이다.용사로서 주님의 공격과 진노의 관점에서 본다면 주님은 두려우신 분이다.그러나 주님의 공격과 진노는 주님의 구원을 이루는 수단이므로,히브리말 ‘야레’는‘경외로우신’이 적합한 번역이다.히브리말로‘경외로우신’을 뜻하는‘노라’와 5절에서“영광스러우신”을 뜻하는‘나오르’사이에는 언어유희가 있다.말하자면 주님의 영광스러우신 분이므로 경외로우신 분이 되신다.
“누가 당신 앞에 서있겠습니까?”라는 수사학적 질문은 하느님의 존엄하심을 강조한다.‘서다’는 단순히 서있는 동작이 아니라 하느님의 심판을 감당하는 것을 뜻한다(시편1,5;130,3참조).주님의 진노는 이스라엘의 공격자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탈출15,8,11참조).
시편76편의 전체적 의미:시편 76편은 시온에 계시는 하느님의 승리를 찬양한다.이 시편에서 하느님은 전쟁을 관장하는 분으로서 역전의 용사들마저도 무력하게 만드신다.수레도 말도 모두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불화살과 방패와 칼과 전쟁의 무기도 하느님이 부수신다. 참된 승리는 무기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경외로우신 하느님의 통치에 달려있다.그러므로 전쟁에서 시온이 보호되는 것도 하느님께 달려있다.결국 하느님의 심판은 시온의 회복을 가져온다. 이 시편의 의도는 가난한 자들을 구원하시고 모든 임금이 두려워할 주님 앞에서는 용맹한 군대들도 무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있다. 오늘날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려고 안간힘을 쓴다.그러나 이 시편에 따르면 하느님은 그런 무기들까지도 무용지물이 되게 만드는 분이시다.하느님은 가난한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억업자들과 싸우는 분이시다.전쟁을 위해 국민들의 생계를 등한시하는 국가의 지도자들은 경외로우신 하느님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거룩한 독서를 위한 구약성경 주해23-2 시편42-89편/바오로딸)
Ⅱ.문화 생태론
143. 자연 유산과 마찬가지로 역사,예술,문화의 유산도 위협받고 있습니다.이 유산은 한 지역의 공동 정체성을 이루고 살 만한 도시 건설의 기초가 됩니다.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도시를 무너뜨리고,사람이 사는 데에 꼭 편하지만은 않은 이른바 더 친환경적인 도시를 새로 건설하자는 것은 아닙니다.그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역사와 문화와 건축을 통합해야 합니다.그래서 생태론은 가장 넓은 의미의 인류 문화재 보호와도 관련됩니다.더 직접적으로 말해서 환경과 관련된 문제를 분석하면서 과학 기술 언어와 일상 언어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고 지역 문화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문화를 과거의 기념물로만 여길 수 없습니다.문화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환경의 관계를 성찰할 때 배제할 수 없는 살아 있고 역동적이며 능동적인 것입니다.
144. 오늘날 세계화된 경제로 조장된 소비주의적 관점은 문화의 획일화를 추구하고 모든 인류의 보화인 엄청난 문화적 다양성을 약화시킵니다.이러한 이유로,획일화된 규율이나 기술적인 개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지역적 문제들의 복잡성을 간과하는 결과를 낳습니다.개발단계에 있는 새로운 절차들을 외부에서 수립한 틀에 언제나 맞출수는 없고,자체적인 지역 문화에 기초를 두어야 합니다.삶과 세상이 역동적이기에 우리도 세상을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순전히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는 본질적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고 증상만을 다루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민족들의 권리와 문화의 관점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또한 한 사회 집단의 발전은,문화적 상황 안에서 전개되는 역사적 과정을 전제로 하며,지역 사회 일꾼들이 자신의 고유한 문화 안에서 시작하는 지속적이고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삶의 질에 대한 개념은 강요될 수 없으며, 각 인간 집단의 고유한 상징과 관습의 세계 안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145. 여러 형태의 철저한 환경 착취와 파괴는 지역 공동체의 생계 수단을 고갈시킬 뿐만 아니라,문화적 정체성과 더불어 생존과 공동생활의 의미를 오랫동안 보존해 온 생활 방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회 구조들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문화의 소멸은 식물종이나 동물종의 소멸만큼이나,또는 그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단일한 생산 방식에 연결된 하나의 지배적인 생활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생태계의 개조만큼이나 해로울 수 있습니다.
146. 이러한 의미에서,토착 공동체와 그들의 문화 전통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그들은 단지 여러 소수 집단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주요 이해 당사자가 되어야 합니다.그들이 사는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사업이 진행될 때 특히 그러합니다.사실 그들에게 땅은 상품이 아니라 하느님과 그곳에 묻힌 조상들의 선물로,그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함양하고자 관계를 맺어야하는 거룩한 자리입니다.그들이 자기 땅에 머무를 때 그 땅을 가장 잘 돌봅니다.그러나 세계 여러 지역에서 자연과 문화의 훼손을 도외시한 채 자행되는 광업,농업,축산업 개발 계획에 밀려 그들은 자신의 땅을 버리고 떠나라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Ⅲ.일상생활의 생태론
147.참다운 발전을 논하려면 그것이 인간 삶의 질의 온전한 증진을 이루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여기에는 인간의 삶이 전개되는 공간에 대한 분석이 포함됩니다.이 주변 상황은 우리의 인생관과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또한 우리는 방,집,일터,동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환경을 이용합니다.우리는 환경에 적응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그러나 어떤 환경이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거나 시청각적 공해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지나친 자극이 온전하고 행복한 정체성을 형성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합니다.
148. 주어진 조건의 악영향을 개선하고,무질서와 불확실성 안에서도 자신의 삶의 방향을 깨달아 환경의 제약을 초월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창의력과 관대함은 경탄할 만합니다.예를 들면,건물의 외부는 많이 낡았어도 그 집 내부를 잘 관리하거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우의로 아늑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한집에 사는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서로 도우며 화목하게 살아가면 언뜻 보기에는 살기 힘든 환경에서도 환한 빛이 흐르게 됩니다.때때로 가난한 이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룩하는 인간 생태계는 칭찬받을 만합니다.친밀하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쌓아 간다면,공동체를 이룬다면,관계망 안에서 친교와 소속감을 느끼는 모든 사람이 환경의 제약에 상응하는 내적 보상을 받는다면,인구 밀도가 점점 높아지는 주거 지역 때문에 생기는 질식감을 없앨 수 있습니다.이러한 방식으로 그 어떤 지역이든 더 이상 지옥이 아니라 존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149. 화합하지 않거나 개방되지 않거나 통합 가능성이 없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빈곤은 잔혹 사건과 범죄 조직의 착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문제가 매우 심각한 거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날마다 체험하는 사회적 익명성의 영향으로 뿌리 의식이 없어지고 이는 반사회적 행동과 폭력을 낳게 됩니다.그럼에도 저는 사랑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그러한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은 자아의 벽을 무너뜨리고 이기주의의 장벽을 극복하는 공동체 체험으로 소속감을 지니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인구 과밀의 상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이러한 공동체적인 치유의 체험이 때로는 한 건물이나 동네의 개선을 위한 창의적인 반응을 불러이르킬 수 있습니다.
150. 생활 공간과 인간 행동의 상호 관계를 고려하여,건물,동네,공공장소,도시를 설계하는 이들은 인간의 사고방식,상징체계,행동 방식의 이해를 돕는 여러 학문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설계의 아름다움의 추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인간 삶의 질,인간과 환경의 조화,만남과 상부상조와 같은 또 다른 아름다움에도 도움이 될 때 더욱 값진 것이 됩니다.이러한 이유로 도시 계획의 분석에 관련 지역 주민들의 견해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개정판 발췌)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8월의 시/오세영)
행복한 날만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