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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흔적
 
 
 
카페 게시글
행복나라 스크랩 알까 모를까
짱stigma 추천 0 조회 7 08.10.12 21:2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 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몸의 사랑의 첫 발성처럼 (이시영 / )

***************************

 

제이

 

시인만의 소망일 리 있나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바램이겠지요.

내 말이 제이를 비롯한 사람, 사람의 가슴에 깊이 박혀

사랑으로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맘 품은 게 한두 번인가요.

내 기도가 내용 그대로 하나님께 닿아서

직통전화와 같은 분명한 응답 듣고픈 갈망 수없이 가져 보았지요.

 

휴가가 끝났습니다. 어제오늘 삭신이 무지막지하게 쑤십니다.

빈둥거리던 머릿속은 하얗건만 왜 그리 내미는 밀린 숙제들이 많은지

교정, 윤문, 검색, 글쓰기, 사진 편집 또또또 이어졌습니다.

 

가정주부였을 때에는 무언가 바깥 일을 하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왜 같으냐 하면 그런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니까)

지금은 일 그만두는 게 소원이란 말을 자주 합니다.

지금보다 젊었을 적에는 마음이 몸을 지배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마음이 몸의 지배를 받습니다. 독재보다 더 무섭습니다.

나이와는 상관없는 마음이 나이테 분명하게 그어지는 몸의 눈치를 보는 중입니다.

 

왜 다들 휴가때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고 하면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는지... 쩝!

암튼 빈둥거리던 월화수목요일에 이어

금요일에는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면서 일상을 가지런히 정돈하자고 설치는데,

안부 전화를 거니 장애인 선교회의 K 전도사가 식사 못 한다면 운동이라도 같이 하자는 통에

오리떼 둥둥 떠다니는 인공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아야 했습니다.

걸음 떼기도 힘들어 보이는 마사이 운동화를 신고 성큼성큼 내닫는 전도사 뒤를

슬리퍼 짝짝 끌며 숨 헉헉거리며 쫓는 이 노릇도 만남이요 인연이요 배려라구요?

폐가 갈비뼈 밖으로 밀려나올 것 같았지만 열심히 걸었습니다.

 

토요일에는 오늘만은 얌전하게 살림 하자면서 호박전께나 붙였지요.

그 다음으로 멸치 국물 우리고 국수 삶아 오랫만에 메이드 인 우리집 식사를 준비하는 판에

전화벨이 울리겠지요. "짜장면 먹자!!"

미국 오기 전에는 그리 자주 싫증 내던 짜장면과 라면이

미국 온 뒤로 밥보다 훨씬 더 맛있는 이유를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짜장면 먹자는 미세스 신의 유혹에 넘어가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매운 라조면 한 그릇 얻어먹고 신앙 강의를 한 시간이나 들어야 했습니다.

아니 두 시간여 독실한 신앙인의 눈치를 살펴야 했습니다.

 

이곳 짜장면 양은 서울의 두 배입니다. 몇 년 전에는 바라만 보아도 숨차서 1/3 겨우 먹고

한 일 년 지난 뒤에는 절반 조금 넘게 먹었는데, 지금은 한 그릇 다 비웁니다.

"언니도 예외는 아니네. 미국 와서 몇년 살면 식사량만 는다니까"

식사량만 느는 게 아니라 허리 치수, 발 크기도 따라서 늘어납니다.

오직 줄어드는 건 예쁜 무늬의 감성이요, 감동뿐인 듯합니다.

 

그나저나 일요일부터 삭신이 쑤시기 시작했지요.

월요일이 되니까 마디마디 통증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쿵쿵 끼익 끼이익,

그 어떤 언어보다 확실하게 심장에 박혀 깊어지는 나이의 통증이었습니다.

주제 파악을 시켜 주는 통증이었습니다.

 

그런 몸으로도 걷자면 걷고 짜장면을 먹자면 먹고 아프라고 하면 그러려니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휴가는 흘러갔습니다.

 

어제 읽은 올림픽 칼럼이 아직도 기억의 명치끝에 걸려 있습니다.

88 서울 올림픽 때 있었던 일이랍니다.

요트 경기에 참가한 캐나다의 로렌스 레미유 선수가

부산 앞바다의 거친 풍랑과 맞서서 2위로 나아가고 있었답니다.

그때 물에 빠진 다른 선수들을 발견했더랍니다.

그는 재빨리 싱가폴 선수 두 명을 자기 배에 태웠더랍니다.

 

"항해의 제1조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림픽 메달이 눈 앞에 있었지만 캐나다 선수는 망설임 없이

물 속에서 고생하는 동료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었답니다.

일간지에서 보았습니다.

 

요즘 내가 물에 빠진 사람처럼 보이는지 더러 손 내미는 사람들을 마주칩니다.

나 자신은 멀쩡, 멀뚱하지만  지푸라기 잡듯 내민 손을 맞잡는 것도

사랑의 표현인 듯 싶어 체면, 미안함 등등의 불편한 맘들을 창고에 쑤셔넣습니다.

마음이 짜안해지는 위인으로 보이는 나이긴 해도

소리없이 상대방 등을 긁어주는 재미가 썩 괜찮거든요. 그들은 알까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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