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만성 간염의 치료 보조제로 쓰이는 ‘에바치온(조아제약)’이 최근 2030 젊은 여성 사이에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일선 약국으로 에바치온과 관련한 문의가 부쩍 많아진 것은 물론, 일부 약국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간염 환자가 갑자기 많아진 것도 아닌데 이 치료제가 많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한 유명 유튜버가 에바치온을 ‘얼굴이 하얘지는 약’이라고 소개하면서부터다.
구독자 수가 7만5000명에 달하는 이 유튜버는 지난달 22일 개인 방송을 통해 “평소 복용하는 약을 설명하겠다”며 “급성·만성 간염 치료제지만 피부가 하얘지는 ‘백옥주사’와 성분이 같다”고 에바치온을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3~4일 복용했더니 얼굴이 맑고 투명해졌다”며 “주사(수액주사)를 맞느니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글루타티온’ 성분, 미백효과 거의 없어
결론적으로 이 약의 실제 미백효과는 없거나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이 약의 성분은 ‘글루타티온(Glutathione) 50mg’이다.
글루타티온은 간(肝)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항산화물질로, 몸에 축적된 카드뮴·납 등을 제거하는 해독 작용을 주로 한다.
이런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급·만성 간염의 치료 보조제
▲약물중독·알코올중독에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그런데 이 글루타티온 성분은 언젠가부터 해독 작용이 아닌 피부 미백을 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일선 병의원에서 ‘백옥주사’ 또는 ‘미백주사’라는 이름으로 만날 수 있는 수액주사가 대표적이다. 병의원 측에서는 “글루타티온이 멜라닌 색소 생성을 억제한다”고 설명한다.
글루타티온 성분의 미백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는 빈약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미용·건강증진 목적 정맥주사 성분의 안전성 및 유효성 연구’를 통해
“국내외 연구를 살핀 결과, 백옥주사의 주성분인 글루타티온의 미백효과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오히려 백반증·피부위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 역시 2015년 소비자 건강정보 자료를 배포하면서 “피부 미백을 위한 주사제를 승인한 바 없다”며 “시중에 사용되는 제품은 잠재적으로 안전하지 않고(potentially unsafe) 효과가 없으며(ineffective), 알 수 없는 유해성분이나 오염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이순훈 약사(승민약국)는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 글루타티온은 20대 후반부터 생성량이 저하된다”며 “이런 까닭으로 ‘부족해진 글루타티온을 보충해 젊음을 유지하라’는 입소문을 타고
일부 개원가에서 ‘백옥주사’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0대 이전에는 외부 공급이 필요 없기 때문에 청소년과 20대 초중반의 남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먹는 약’은 효과 더 빈약…“비전문가 효과 소개는 위험”
해당 유튜버가 소개한 ‘먹는 약’의 경우 수액주사보다 효과가 더욱 떨어진다. 정재훈 약사(J정약국)는 “흡수가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며 “수액주사의 경우에도 글루타티온 성분이 피부 세포로 거의 전해지지 않아 논란인데,
하물며 흡수율이 훨씬 떨어지는 경구용 약이라면 사실상 효과가 아예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염 치료보조 효과 역시 해외에서는 약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될 정도로 효과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에바치온을 생산하는 조아제약 측은 개개인이 의약품을 허가사항 외로 사용하는 것을 일일이 제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아제약 관계자는 “해당 유튜버의 방송 내용은 들어서 알고 있다”며 “에바치온은 간염 및 약물중독으로 인한 간 독성을 완화하는 약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미백효과는 자체적으로 확인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약사가 개인적으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제약사 측에서도 말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 성분의 부작용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루타티온 자체가 몸에서 생성되는 아미노산이기 때문에 여간해선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특히 먹는 약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다만, 수액주사의 경우 간혹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다. 글루타티온이 미백 목적으로 처음 쓰인 필리핀의 경우 2011년 보건당국에서 글루타티온 정맥주사제에 대한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면서
“피부 미백을 목적으로 고용량의 글루타티온(600~1200mg)을 정맥에 주사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으며, 투여 받은 사람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필리핀 FDA가 설명한 약물유해반응으로는 ▲스티븐존슨증후군 ▲독성표피괴사용해 ▲갑상선기능장애 ▲신부전을 비롯한 신장장애 ▲주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염사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