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주는 얼마 전 사회복지법인의 관악단사업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할 수 있도록 악기·레슨 비용을 지원해 준다. 공부방(지역아동센터)에서 클라리넷을 연습한 지 5년 만이다. 장학금으로 일주일에 한 번쯤 레슨을 받을 수 있다. 레슨이 없는 날엔 혼자서 연습한다. 방학식 날 오후에도 공부방에 달려가 클라리넷 연습을 했다.
공부방은 혜주에게 집이나 다름없다. 지난 11년간 친구들과 놀고 먹고 공부하고 악기를 연습한 곳이다. 하지만 방학을 맞아 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교회의 빈 방에서 혼자 연습한다. 오전엔 두세 시간, 오후엔 5시간, 저녁 먹고 다시 두 시간, 하루 평균 9시간 강행군이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에는 수없이 물집이 잡히고 터져 굳은살이 박였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힘들고 지루하지만 즐겁고 행복하다.
혜주를 처음 만난 건 10년 전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던 친구의 집에서다. 친구는 20평 작은 아파트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들 다섯을 키우고 있었다. 결혼 10년 넘어 얻은 두 자녀와 의탁할 곳 없는 아이들 셋이었다.
그중 초등학교 1학년 혜주는 특히 더 의기소침하고 우울한 아이였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사태 이후 가정은 파탄 났고, 아빠는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도시락 나눔봉사를 했던 친구가 나서서 아이들을 맡았다. 아이들의 손·발톱을 깎아주던 자상한 친구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다행히 혜주는 다시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지만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와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됐다.
학원을 다닐 수 없는 혜주를 가르쳐주고 진로를 잡아준 건 공부방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다. 대학 진학은 엄두조차 못 내던 혜주에게 꿈과 희망을 준 건 한국판 ‘엘 시스테마(El Sistema)’다. 1975년 남미 대륙의 베네수엘라 빈민촌에서 시작된 ‘엘 시스테마’는 가난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나눠주고 음악을 가르쳐 꿈과 희망을 갖게 한 운동이다.
세계 곳곳에 전파된 이 운동이 우리나라의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도 확장됐다. 5년 전 한국타이어의 관악단사업에 한무리지역아동센터가 선정됐고, 남모르게 실력을 갈고닦은 혜주가 얼마 전 장학생으로 뽑힌 것이다.
한무리지역아동센터 윤정희 센터장은 혜주가 공부방 동생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희망이란 참 놀라운 힘을 갖고 있네요. 어두운 삶에 빛을 주고 절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니 말이에요. 혜주의 밝아진 얼굴을 보니 너무 좋아요.”
혜주를 달라지게 한 건 봉사·기부 시스템이 잘 작동한 덕택이다. 지속적으로 혜주에게 관심을 갖고 관악단으로 이끌어 준 지역아동센터, ‘엘 시스테마’ 운동을 적극 지원한 기업이 있었던 것이다. 혜주는 이들 덕분에 삶의 목표와 희망을 찾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소녀로 변신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고들 한다. 사교육이 대학 입시를 좌우하는 현실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은 용이 돼 날 수 없다. 과외도 학원도 언감생심인 이들 가운데 몇이나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교육 기회의 불평등으로 아이들이 좌절해서는 안 된다.
혜주 같은 꿈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게 해야 한다. 꿈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혜주가 나올 수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소망한다. 악기를 연주할 때처럼 가난도 차별도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만들어주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세계 곳곳에 전파된 이 운동이 우리나라의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도 확장됐다. 5년 전 한국타이어의 관악단사업에 한무리지역아동센터가 선정됐고, 남모르게 실력을 갈고닦은 혜주가 얼마 전 장학생으로 뽑힌 것이다.
한무리지역아동센터 윤정희 센터장은 혜주가 공부방 동생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희망이란 참 놀라운 힘을 갖고 있네요. 어두운 삶에 빛을 주고 절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니 말이에요. 혜주의 밝아진 얼굴을 보니 너무 좋아요.”
혜주를 달라지게 한 건 봉사·기부 시스템이 잘 작동한 덕택이다. 지속적으로 혜주에게 관심을 갖고 관악단으로 이끌어 준 지역아동센터, ‘엘 시스테마’ 운동을 적극 지원한 기업이 있었던 것이다. 혜주는 이들 덕분에 삶의 목표와 희망을 찾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소녀로 변신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고들 한다. 사교육이 대학 입시를 좌우하는 현실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은 용이 돼 날 수 없다. 과외도 학원도 언감생심인 이들 가운데 몇이나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교육 기회의 불평등으로 아이들이 좌절해서는 안 된다.
혜주 같은 꿈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게 해야 한다. 꿈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혜주가 나올 수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소망한다. 악기를 연주할 때처럼 가난도 차별도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만들어주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