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7월5일(화) 흐림
화요 초심반 강의하다. 수카보살에게 文正이라고 법명을 주다. 마음결이 바르다는 뜻이다.
<文正蘭若 문정난야-가슴에 正道정도가 새겨진 수행자가 사는 아란야>라고 써서 주었다.
강의 마치고 평거동에 있는 인도음식점 아그라Agra에서 점심 먹다.
2016년7월6일(수)흐림, 때때로 비
선운사에 20권, 봉선사에 10권 책 보내다. 경상대병원 법당에서 독경하다. 도향스님 중관에 대해 강의하시다. 법명을 생각해둔다. 高雲, 正海, 心圓
2016년7월8일(금)맑음
대성사에서 지내다 진주로 돌아오다. 소나무 치과에서 진료 받다.
2016년7월9일(토)맑음
여름 소풍가다. 공설운동장 앞에서 집결하여 출발. 차량 5대 각자 운전하여 간다. 금원산 자연휴양림에 도착.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을 찾아가다. 비가 내려 계곡물이 불어나 신발 벗고 바지를 걷어야 건널 수 있다. 학생들 끼리 손을 잡아주어 물을 건넌다. 계곡 아래 개울에서 바지를 걷고 물을 건넜는데 또 앞에 물이 있다. 다시 물을 건너가니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다. 바위 사이로 겨우 사람 하나가 올라갈 수 있는 돌계단 통로가 있다. 물이 흘러 미끄러운 돌계단을 밟고 오르니 마애삼존불이 웃으며 반겨준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가섭부처님이신 연등불이시다. 아마 당시엔 迦葉庵가섭암이란 암자가 있었을 것인데 지금은 흔적을 찾기 어렵다. 학생들이 모여 자리를 펴고 예불을 올린다. 참배가 끝나고 다시 하산하여 뚝배기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거창 고제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동창생 이녹존이 사과 2박스를 가져와 공양 올린다. 유안청폭포로 향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 유안청 폭포는 비가 내린 후 봐야만 그 청량감과 표일함을 느낄 수 있다. 선비들은 儒案淸유안청-선비의 책상을 시원하게 만드는 폭포라 한다. 독서에 피로해진 유한 선비들이 삼복더위를 피해 폭포에 올라 심신을 시원하게 맑힌다는 뜻에서 이름붙인 듯하다. 그러나 나는 流安淸 폭포라 하리라. 물 흘러 백성의 마음을 편안케 하고 그들의 몸을 시원하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이에 시를 짓다.
儒者儒案淸, 유자유청안 선비는 유학자의 책상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폭포라 하나
水流安民淸; 수류안민청 계곡물 흘러 다만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고 시원하게 해줄 뿐,
熱惱中心處, 열뇌중심처 뜨거운 번뇌 일어나는 세상 한 가운데에서
蕩然灑塵風. 탕연쇄진풍 가슴을 싹 쓸어내며 티끌을 씻어주는 바람이 일어나네.
안내판을 보니까 이 폭포에서 영화 <남부군>에 나오는 오백 명의 게릴라전사가 몸을 씻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라 소개되어있다. 과연 그럴만한 하다. 심산유곡 인적부도처에 상당한 수량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심신이 피곤해진 사람들에게 청량한 위안을 주고도 남음이 있다. 여름은 여름대로 청량표일하지만 가을은 가을대로 단풍이 절경이란다. 천천히 하산하여 발길을 수승대로 향하다. 수승대는 본래 愁送臺수송대로 신라 땅으로 들어가는 백제의 사신이 이 곳에서 근심스런 얼굴을 띤 채 마지막 하직인사를 하고 떠나보낸다 하여 지어진 정자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좋지 않게 여긴 퇴계선생이 搜勝臺수승대-절경을 찾아보는 정자라 개명하였다. 이곳은 居昌 愼氏거창 신씨 樂水요수 선생 愼權(신권,1501~1570, 중종시대)의 藏修之地장수지지-은둔하여 수양을 하던 곳이었다. 선생은 중종 때 구연서원(龜淵書院)을 세워 제자를 기르며 安貧樂道안빈낙도하였다.
퇴계의 시:
搜勝名新煥, 수승명신환 (수승으로 이름을 새로 바꾸니)
逢春景益佳; 봉춘경익가 (봄을 맞은 경치 더욱 좋으리)
遠林花欲動, 원림화욕동 (먼 숲 꽃망울은 터지려 하고)
陰壑雪猶埋; 음학설유매 (그늘진 골짜기는 눈에 묻혔네)
未寓搜尋眼, 미우수심안 (좋은 경치와 사람 찾으려했으나 만나지 못해)
唯增想像懷; 유증상상회 (마음에 회포만 쌓이네)
他年一尊酒, 타년일준주 (뒷날 한 동이 술에)
巨筆寫雲崖. 거필사운애 (큰 붓으로 벼랑에 구름 그리리).
요수선생의 화답시:
林壑皆增采, 임학개증채 (숲 골짜기는 온갖 색깔 더하고)
臺名肇錫佳; 대명조석가 (정자의 이름을 아름답게 지어주네)
勝日樽前値, 승일준전치 (좋은 날 맞아 술동이 앞에 두고)
愁雲筆底埋; 수운필저매 (구름 같은 근심을 붓 끝에 묻네)
深荷珍重敎, 심하진중교 (중한 가르침을 마음깊이 느끼고)
殊絶恨望懷; 수절한망회 (서로 떨어져 그리움 한스럽네)
行塵遙莫追, 행진요막추 (속세에 나아가 흔들리며 좇지 않고)
獨倚老松崖. 독기노송애 (홀로 벼랑의 노송에 기대네).
차를 몰아 송계사를 향해 달린다. 松溪寺송계사는 예전의 고색창연한 모습이 온데 간데 없고 속가 집 같은 분위기가 나게 바뀌었다. 품위 없이 불사를 한 까닭이다. 절 입구에 모셔진 아담한 부도가 옛 이야기를 전해주듯 다소곳이 앉아있다. 북상 고개 길을 굽이굽이 넘어서 용추계곡의 끝자락에 있는 용추산장 浩然精舍호연정사에 도착하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새로 지어진 통나무 방갈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은 짐을 풀고 저녁을 준비한다. 나는 <연금술사의 방>에 들어 짐을 풀고 편안 옷으로 갈아입다. 맛있는 산중별미로 저녁을 먹고 밤하늘에 별이 빛날 무렵 원탁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공부하면서 느낀 것과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모두 진지한 자세로 공부에 임하였다는 것을 알겠다. 법 공부의 인연이 얕지 않다는 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공부에 열의를 내게 만드는 마음 깊은 이야기를 한다. 어둠이 짙어져 서로의 얼굴이 안 보이지만 가슴 속에서 전해오는 느낌으로 서로를 알아본다. 이윽고 밤이 깊어져 하산할 사람은 하산하고, 남아있는 사람은 깊은 어둠에 안겨 산을 숨 쉰다.
2016년7월10일(일)맑음
새벽4시가 되니까 새가 울기 시작한다. 6시 무렵엔 숲속이 완전히 밝아진다. 천천히 움직여 아침 먹으로 나온다. 아침 식탁이 멋지게 차려졌다. 환담이 이어지다 열한시 무렵에 짐을 싸고 하산한다. 오는 길에 월성계곡 뒤편을 돌아 고개 넘어 靈覺寺영각사를 참방하다. 도량을 돌보지 않아 퇴락했다. 근래에 비구니 선방을 하면서 잘 관리가 되었는데 해인사에서 비구니를 쫓아내고 비구 주지를 보낸 이래 인적이 드문 절로 퇴락하였다. 길을 달려 東湖亭동호정에서 물 구경, 바위구경, 정자구경을 하다. 정자 사면에는 특이하게도 공자의 일생을 그려놓았다. 부처님의 팔상성도를 본 딴 것 같다. 오는 길에 산청 대성사에 들러다. 이렇게 여름 소풍이 마무리 되었다.
2016년7월11일(월)흐림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이리 저리 설렁설렁 지내다. 오전에 정안보살 와서 점심 같이 하다. 도어록Door Lock이 고장 나서 사람 불러 고치다. 도향스님이 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홍보할 것을 말씀하시다. 저녁에 도향스님 중관 강의. 이제 한 번 더 하면 강의가 완성된다. 홍보팀을 꾸리다. 초당거사, 명성보살, 문인보살, 정안보살이 자주 모여 홍보 포스터 제작과 설치, 포교 책자 출판과 배포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공부모임의 이름을 道果禪院도과선원에서 晉州禪院진주선원으로 바꾸기로 결정하다. 도향스님의 의견도 있었고 나도 동감했기 때문이다.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고 어감도 좋다. 법명을 주다.
正海淨居 정해정거-正道의 바다를 품은 수행자가 사는 고요한 수행처.
高雲精舍 고운정사-높은 뜻을 품은 수행자가 사는 적정처.
心圓禪室 심원선실-보리심이 원만한 수행자가 앉는 명상실.
2016년7월13일(수)맑음
하루 종일 무덥다. 점심 후에 경상대병원 법당에서 독경. 저녁에 도향스님 강의. 오늘 강의를 완성하다. 종강을 기념하는 의식을 행하다. 옛날 강원이나 서당에서는 책거리한다고 떡을 해서 나눠먹었다. 강의를 마칠 즈음 교재의 맨 마지막장을 읽고는 책표지를 덮지 않고 다시 맨 첫 장으로 돌아가 읽는다. 이렇게 해야 법연이 증장되어 지혜자량이 넓어지는 계기가 된다고 하신다. 만일 다 배웠다고 책을 탁 덮으면 그것으로 배움이 끝나버리니 더 큰 법연이 오는 걸 막는다고 한다. 이것이 티베트불교문화이다. 드디어 강의를 완성했다. 내가 대중을 대표하여 일어나 감사의 말을 하였다.
전에 듣지 못했던 법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승한 진리를 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이 열리고 마음이 넓어지는 법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곁에 오래 오래 계시어 법문을 계속해주시기를 권청합니다.
그리고는 꽃과 봉투를 올린다. 대중도 따라서 꽃과 봉투를 올리며 감사와 전법륜을 간청한다. 이어서 다과상이 준비되고 둘러 앉아 환담을 나누다. 도향스님이 번역한 <보리도의 차제-넓게 설한 것이 여기에 있다>를 한권 씩 나누어주다. 이제부터 방학. 개학은 8월17일. 우란분절을 맞이하여 대성사에서 일주일 기도할 것이니 참석하라고 하다. 이제까지 듣고 배웠던 법문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 성불의 인연 성숙되기를.
無上甚深微妙法, 무상심심미묘법 위없이 깊고 깊은 미묘한 법문
百千萬劫難遭遇; 백천만겁난조우 백천만겁에 만나기 어려워라,
我今聞見得受持, 아금문견득수지 내 이제 듣고 보고 지니니
皆大歡喜; 개대환희 모두 크게 환희하며
信受奉行. 신수봉행 믿음으로 받아서 받들어 행하기를.
2016년7월15일(목)맑음
광주 원각사 보살님 아홉 분과 사무장이 도향스님을 찾아오다. 스님을 원각사로 모셔가려고 온 것 같다. 차 대접하고 점심 같이하다. 진양호 구경하고 돌아가다.
2016년7월16일(금)맑음
순례자 진주에 오다, 딸과 함께. 문정 차로 마중 가다. 한우물에 현정 기다린다. 다섯이 점심 먹다. 다락에서 커피 마시고 진주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하고 짐 풀다. 문정과 현정 돌아가다. 순례자 진주선원 방문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다. 저녁때 다시 만나 삼다도에서 저녁 먹고 죽향에 들러다. 문아와 단송과 차 마시고 환담 나누다. 돌아와 쉬다.
2016년7월17일(토)비, 흐림
점심 때 죽향에 가서 순례자를 만나다. 점심 먹고 진양호로 드라이브 갔다 오는 길에 고속버스에 내려주고 배웅하다. 진주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담아 갔으리라.
소영에게 준 부채에 써준 시:
凉 月 照 松 淵, 양월조송연
引 取 一 掌 中; 인취일장중
若 遇 熱 忙 走, 약우열망주
不 妨 起 淸 風. 불방기청풍
서늘한 달빛 소나무 가지 드리운 연못에 비치네,
이 경지 손 안에 가져다가
덥고 바쁜 일상 가운데
맑은 바람 일으키면 좋지 않겠나.
첫댓글 진주선원이라는 이름이 진주를 상징하는 거같아 더욱 와닿는 느낌듭니다~ 초행길인데도 오래전 만났던 곳처럼 정겨움 간직하고 왔습니다 스님과 문정 현정 문아보살님 인연에 깊이 감사드려요~~ _()_
순례자님, 얼굴을 뵙지는 못했지만 진주의 좋은 추억을 담고 가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저도 진주가 고향은 아니지만 진주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 덕분에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음에 오실 땐 저도 좋은시간 같이 하고 싶네요. ^^
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네~ 그래요~부처님 법의 울타리 안에서 만나면 이미 가족인 거겠지요
구멍 숭숭 뚫려있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을 채우고 와서 더욱 진주가 가깝게 느껴집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