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아프리카 경험
아프리카에 갔다 왔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이고, 케냐에서 보름 정도 놀다가 왔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을 고구마라고 칠 때, 오른쪽 가운데쯤을 살짝 깨물어서 떼어내면 거기가 케냐입니다.
케냐는 도쿄에서 홍콩과 방콕을 경유해서 스물한 시간을 가야하는데, 넓이는 일본의 1.6배이고 인구는 1,300만 명입니다. 공용어가 영어와 스와히리어라고 해서 스와히리어 사전을 사서 출발했습니다.
나이로비는 도쿄 아카사카의 10년 전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현대적인 빌딩이 늘어서 있는 깨끗한 도시였는데,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스웨터가 필요할 만큼 선선해서 여기가 정말로 아프리카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차로 30분을 달려 교외로 나가면 임팔라라고 하는 아름다운 사슴들이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고, 거기서 한 시간을 더 달리면 멈춰 있는 미니버스의 지붕 위로 비비가 올라옵니다. 또 30분을 더 가면 엄마 기린이 아기 기린을 데리고 지나가거나 얼룩말들이 떼를 지어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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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니버스와 세스나기로 동물보호구역을 몇 군데 돌아보았는데 일본의 다마동물원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커서 동물보호구역 하나가 일본의 시코쿠 정도 됩니다. 거기서 사자와 코끼리와 하마가 마음껏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울타리는 물론 없습니다. 가끔 레인저라고 불리는 관리원이 무전기가 붙어 있는 자동차로 밀렵꾼이 없는지 순찰하는 정도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아프리카의 열대 초원에 서 있으면 동물들이 잇달아 나타날 줄 알았는데 그건 TV의 ‘동물의 왕국’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엄청나게 넓으므로 운이 나쁘면 하루 종일 먼지투성이로 돌아다녀도 사자는 물론이고 코끼리도 만나지 못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평소의 행동거지가 좋았기 때문인지 나는 운이 좋았습니다.
코끼리는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스무 마리에서 백여 마리가 가족을 이루어 움직이는데 첫째 우두머리로 보이는 코끼리가 맨 앞에 서고, 한가운데에 아기코끼리를 세우고 무리들이 에워쌉니다. 두 번째 우두머리로 보이는 나이 많은 코끼리는 무리를 지키면서 반드시 맨 꼴찌에서 걷습니다.
첫째 우두머리는 암컷이라는데 재미있는 것은 다른 코끼리 가족과 만났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