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야, 상처입은 네 마음 내가 보듬어 줄게."
선동열 KBO(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41)이 '영구결번'됐던 자신의 등번호 18번을 놓고 난처한 입장에 빠졌던 기아 특급 루키 김진우(19)의 '개인교사'로 나선다.
김익환 기아 사장은 28일 저녁 선동열 위원에 전화를 걸어 "영구결번을 둘러싸고 논란을 일으켜 미안하다"는 유감의 뜻을 전달한 뒤 "하와이 전지훈련 캠프를 방문해 김진우 등 신인선수들을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동열 위원은 김사장의 요청에 곧바로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꼭 방문하겠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기아는 이에따라 29일 선동열 위원에게 공식적인 초청 문서를 보냈다.
이로써 공식발표 5일만에 '등번호 18번'을 반납해야 했던 김진우는 어린 시절의 '우상' 선동열 위원으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게 됐다.
선동열 위원의 하와이 기아 캠프 방문은 예정에 없었던 일. 지난해 순회코치로 삼성과 한화(애리조나), LG(오키나와), SK(호주) 등 4개 구단의 캠프를 찾았지만 올해는 SK와 현대 두곳만 방문할 예정이었다.
구체적인 일정은 오는 31일 KBO 사장단 간담회가 끝난 뒤 결정될 전망. 선동열 위원은 일단 2월초 SK의 오키나와 캠프에서 열흘 정도 보낸 뒤 기아의 하와이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는 광주진흥고 시절 '제2의 선동열'이라는 수식어를 얻는 등 한국프로야구의 에이스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망주. 선동열 위원은 그동안 김진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왔고, 기아측이 영구결번됐던 '18번의 부활'에 대해 양해를 구했을 때도 "김진우 정도라면 영구결번됐던 내 등번호를 더욱 빛낼 수 있을 것"이라며 승락했었다.
29일 하와이에 도착한 김진우는 방문 소식을 듣고 "대선배로부터 지도를 받게 된다니 꿈만 같고, 벌써부터 설렌다"며 선동열 위원의 따뜻한 '후배사랑'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보급 투수'와 상처입은 '새끼 호랑이'의 첫 만남. 김진우가 '사부님 선동열'을 만난 뒤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흥미롭다. 〈 민창기 기자 huel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