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그 뜨거운 열기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러시아 클럽 문화. 전쟁이 22개월째 진행중이지만, 모스크바 클럽은 연말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중에서도 모스크바의 '무타보르'(Мутабор) 클럽은 연말 이슈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일 밤 인플루언스 아나스타시아 이블레예바가 연 '알몸 파티' 때문이다. 파격 그 자체였다. '드레스 코드'(행사장의 옷차림/편집자)가 '누드'였으니.
연말 화제의 중심에 선 무타보르 클럽 파티 모습/사진출처:인스타 @_agentgirl_
실제로 가수 등 인기 연예인들이 거의 나체로 이 클럽에 나타났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러시아 대법원에 의해 최근 금지된 LGBT(성소수자 네트워크, 혹은 활동/편집자)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LGBT 활동 금지 이후, 많은 게이 클럽들이 문을 닫은 데 뒤이은 '대체 문화'라는 비판, 혹은 지적도 나온다. 파틴 참석자들은 경찰이 나타나자 옷을 챙겨입었다고 한다.
rbc 등 현지 언론은 연일 '알몸 파티' 뒷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무타보르 클럽'이 화제의 중심에 선 건, 역시 인기 연예인들의 옷차림 때문이다. 이날 무타보르 클럽의 파티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던 인기 방송인 크세니아 소브차크(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대부인 아나톨리 소브차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딸/편집자)를 비롯해 러시아 인민 예술가 칭호를 받은 인기 가수 필립 키르코로프와 롤리타(밀랴프스카야), 인기 래퍼 바시오(본명 니콜라이 바실리예프) 등으로, 가수 안나 아스티는 아예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모두, '드레스 코드'에 맞춰 거의 반 나체 상태로 나타났다.
래퍼 바시오와 파티 주최자 이블레예바/사진출처:스트라나.ua
가장 큰 소동을 벌인 연예인은 래퍼 바시오다. 텔레그램 채널이 올라온 그의 사진들은 퇴폐, 추악하거나 외설 그 자체다. 결국 모스크바 법원에 의해 15일간 구류처분을 받았다. 알몸 파티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빗발치자 모스크바 검찰청과 수사위원회, 내무부 등이 각각 파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주최한 이블레예바와 일부 참석자들은 당당하다. 이블레예바는 "행사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며 "(주최한) 거의 모든 파티에서 사람들이 '방탕하고 이보다 더 바닥일 수 없고, 악마이자 사탄'이라는 비판 댓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실은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고 반나체로 왔던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텔레그램에 올린 이 음성 메시지는 그러나 삭제됐다.
소브차크도 “다 큰 성인들이 벌거벗고 언제 어디로 가는 지는 각자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녀는 "세상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불공평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어딘가에서는 사람을 죽이고, 어린아이가 굶어 죽지만, 또 어딘가에서는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시는 일이 벌어진다”고 꼬집었다. 좀 과하게 해석하면, 전쟁(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편집자)에 대한 비판으로도 들린다.
15일 구류 처분을 받은 래퍼 바시오는 22일 "자신의 그날 차림은 1990년대 흰색 양말을 신고 공연했던 미국의 록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를 흉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스크바 법원은 그에게 '공공 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잡하고 외설적인 언어를 사용했으며, 비전통적인 성적 관계를 촉진하기 위한 게시물을 텔레그램에 올렸다'는 이유로(우리 식으로는 풍기문란죄 등) 벌금 20만 루블을 부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