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대륙에 걸쳐 64군데의 고고학 유적지를 연구한 결과, 농업과 정치체제의 발달이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했으며, 특히 유라시아는 북아메리카보다 더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Cattle and other livestock may have boosted inequality in Old World societies, including ancient Egypt./ @ Science
오늘날 전세계 인구의 2%가 부(富)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을 수퍼리치(superrich)라고 부른다. 부자(富者)와 빈자(貧者) 간의 갭을 넓히는 과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전 세계 사회과학자와 정책입안자들의 관심사다(참고 1). 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불평등을 추동하는 핵심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궁극적 기원이 어디에 있으며 최초의 경제적 차이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는 덜 명확하다(참고 2). 고고학자들은 이러한 이슈를 다룰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데, 그 이유는 역사적 기록이 존재하기 전에 부흥했던 다양한 고대문명들을 장기간에 걸쳐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주립대학교의 팀 콜러 박사 등은 이번 주 《Nature》에 기고한 고고학 논문에서(참고 3), "농업에의 의존성과 정치체제의 복잡성 증가가 시간경과에 따라 부의 불평등을 강화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고고학자들은 오랫동안 '고대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원에의 평등한 접근성이나 경제발전의 기회를 늘 공유했던 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다(참고 4, 참고 5). 그러나 가계(家計)의 경제적 지위를 충실히 반영할 뿐만 아니라 독특한 문화와 시기 간에 비교할 수 있는 변수를 확인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을 제기할 수 있다. 예컨대 무덤에 함께 묻힌 부장품들은 특정 지역 거주자들의 사회적 지위 차이를 이해하는 수단 중 하나로 제안되어 왔지만(참고 6), 어떤 무덤에 매장된 사람이 인구 전체를 늘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공식적인 묘지는 고위층의 전유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대 가옥에서 발견된 소유물들의 유형을 비교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한 가족이 집을 옮길 때 모든 소유물들을 남겨놓고 몸만 빠져나가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일반적인 가족들은 이사를 갈 때 특정한 가치 있는 물건들을 챙겨가기 마련이다. 더욱이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는 기준은 사회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이번 연구의 내용
콜러와 동료들은 고고학적·역사적 데이터를 이용하여, 비교적 단순하고 보편적인 매개변수(지역사회 내에서 가옥규모의 변동성)가 특정 집단의 사회적 불평등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즉, 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경제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회의 경우 가옥의 크기가 동일해지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일부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집들이 혼재하는 현상이 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가옥의 규모를 이용하여 불평등의 기원을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1. 불평등은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넘어가며 시작되었다
저자들은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62개 고고학 유적지와 아프리카의 두 곳을 대상으로, 가옥의 규모를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했다. 유적지들은 수렵채취 시대에서부터 고대의 도시에 이르기까지 11,000년에 걸친 과거의 경제체제를 대표하는 곳이다. 연구자들은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라는 통계량을 이용하여 각 유적지들의 가옥규모 변동성을 측정했는데, 지니계수란 본래 현대사회 안팎에서 부의 불평등도를 연구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참고 7). [지니계수는 0에서부터 1까지 분포하는데, 0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하며, 1은 한 사람이 모든 부를 갖고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그런 다음, 연구자들은 이 상대적인 부의 불평등도(relative wealth-inequality) 점수에 기초하여 여러 유적지들의 불평등도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농경사회는 수렵채취사회나 원시농업사회(작물 경작에 의존하며 약간의 사냥이나 물고기잡기를 병행하는 소규모 집단)보다 불평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농업사회는 정착생활을 하는 관계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인구가 많을수록, 정치체제가 복잡할수록(예: 국가), 통치방식이 전제적일수록 부의 불평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 유라시아의 불평등이 북아메리카보다 심했다
"계층적인 정치체제와 대규모 인구가 경쟁과 불평등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결론은 직관에 부합한다. 그러나 콜러와 동료들은 각 시대별로 지니계수를 비교하는 혁신적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예기치 않은 두 번째 결론을 얻었다. 즉, 그들은 달력상 연도(calendar year) 대신 역사적 발달단계를 기준으로 유적지들의 불평등도를 비교했다.
이 접근방법의 장점은, 비슷한 경제발전 단계를 공유하지만 각 단계의 존재시점이 달랐던 장소들을 잘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구세계의 유라시아 유적지들은 신세계의 북아메리카 유적지보다 농경사회로 빠르게 넘어갔다). 두 번째 결론의 내용은 "유라시아 유적지들은 남아메리카 유적지보다 상당히 높은 불평등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각 지역의 농업경제 지속기간이 동일하더라도 말이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각각의 지역에서 길들인 식물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후 2,500년쯤 지나자, 구세계와 신세계의 평균적인 불평등은 - 지니계수로 볼 때 - 약 0.35 근처를 맴돌았다. 이 수치는 북아메리카와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에서 다소 꾸준히 유지되었지만, 중동, 중국, 유럽, 이집트의 경우에는 달랐다. 즉 이 지역에서는 불평등이 꾸준히 증가하여, 폼페이(고대 로마)와 카훈(고대 이집트)의 경우에는 농경이 시작된 지 6천년 후 평균 지니계수가 약 0.6에서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중국과 UN의 연구진(2008년)이 발표한 오늘날 미국(0.8)과 중국(0.73)의 부의 불평등도보다 훨씬 낮다.]
콜러 등의 두 번째 결론은 흥미롭지만, 이번 연구가 매우 야심찬 목표에 도전한 첫 번째 시도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해답보다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일례로, 이번에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유적지들의 경우, 유라시아가 불평등을 향해 나아간 궤적은 북아메리카의 그것과 다른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콜러 등에 따르면, 그것은 농업경제의 핵심적인 차이 때문이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라시아의 경우 소, 말, 돼지와 같은 가축들을 대규모로 사육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북아메리카와 메소아메리카의 사회들은 인간의 노동력에 의존했던 데 반해, 구세계의 사회들은 소(牛)를 이용하여 밭을 갈고 말(馬)을 이용하여 사람과 상품을 운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밭가는 동물의 사용이 구세계 사회에서 좀 더 빠르고 광범위한 경제성장을 허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가축을 소유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며, 각 유적지별로 경작할 토지의 양이 무한했던 게 아니므로, 이러한 자원들을 둘러싼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경제적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의 핵심요인은, 동물을 상품 운반이나 전쟁의 수단으로 이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축은 미래의 사업에 대한 투자로,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많은 땅을 경작하고 잉여식품을 비축하는 것은 물론, 상인집단과 군대를 형성하여 거대한 영토를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대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현재의 유동자산을 미래의 소득과 연결 짓는 영리한 방법을 찾아내지 않는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땅과 가축은 미래 세대에게 대물림할 수 있으므로, 특정 가문이 시간경과에 따라 더욱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을 것이다"라고 콜러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이 가설이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가설을 더욱 검증하고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핵심과제는 향후 연구에서 안데스 산맥의 남아메리카 지역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는 라마와 알파카를 사육하여 식량, 직물 생산을 위한 섬유, 생태적으로 독특한 지역 간의 장거리 상품운반 수단으로 사용했다(참고 8). 그렇다면 안데스 지역에서 부의 불평등도는 구세계에 가까웠을까, 아니면 이웃의 북아메리카에 더 가까웠을까?
또한 구세계의 경우 공간이 매우 넓었고, 생물지리학, 문화, 경제가 엄청나게 다양했다. 콜러와 동료들은 이번 연구에서 9천 년에 걸쳐 25개 구세계 지역만을 다뤘을 뿐인데, 이것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많은 갭이 있다. 대규모 가축의 존재가 불평등의 확대와 관련되어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려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좀 더 많은 지역을 포함하는 든든한 샘플을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세계와 신세계에는 다른 차이점들, 예컨대 구세계의 경우에는 정교한 야금술이 있었고, 신세계의 경우에는 대규모 정치체계가 좀 더 집단적 지배체제(collective forms of governance)를 지향했다는 점도 있었는데, 이 역시 연구할 가치가 있다(참고 9, 참고 10).
그 밖의 문제점과 한계
"고대도시에 대해 지니계수를 산출하는 것은 표준관행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축이 천연자원을 ‘상속가능한 부’로 전환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라고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 대학교의 브라이언 하이든 박사(고고학)는 말했다. 하이든 박사는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의 키틀리크릭에서 직경이 최대 20미터에 이르는 2,500~1,100년 전 가옥들을 발굴하고, 0.38의 지니계수를 산출했다. 그런데 그는 '일부 가문이 생산성 높은 연어 어장을 독점함으로써, 수렵채집 사회의 불평등도를 이번 연구에 포함된 가문들보다 훨씬 높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참고 11). "(수렵채집 사회에서) 어장을 상속하는 것은 (농경사회에서) 땅이나 가축 등을 상속하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다"라고 하이든 박사는 말했다.
UC 데이비스의 피터 린더트 박사(경제학)는 가옥의 크기를 부의 대용물(proxy)로 선택한 것이 현명했다고 평가하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클렘슨 대학교의 멜리사 포겔 박사(고고학)는 '건축자재의 품질과 같은 요소들이 분석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연구에서 대규모 비교를 시도한 것은 훌륭하지만, 몇 가지 실질적인 한계점이 있다"라고 그는 지적했다.
"오래되고 다양한 불평등 기록을 분석하려면, 어쩔 수 없이 단순화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고 멕시코 중부에서 테오티우아칸 사회의 평등사회(지니계수 0.12)를 연구하는 보스턴 대학교의 데이비드 카발로 박사(고고학)는 고 말한다. 콜러와 스미스는 다른 고고학자들이 후속연구를 통해 자신들이 분석한 유적지들에 대한 지니계수를 계산해 보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단지 수박 겉핥기를 했을 뿐이다"라고 콜러 박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United Nations.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Report 2017 (UN, 2017). 2. Piketty, T. Le Capital au XXIe Siècle (Le Seuil, 2013). 3. Kohler, T. A. et al. Nature http://dx.doi.org/10.1038/ nature24646 (2017). 4. Flannery, K. & Marcus, J. The Creation of Inequality (Harvard Univ. Press, 2012). 5. Earle, T. & Kristiansen, K. Organizing Bronze Age Societies (Cambridge Univ. Press, 2010). 6. Pearson, R., Lee, J., Koh, W. & Underhill, A. J. Anthropol. Archaeol. 8, 1–50 (1989). 7. Gini, C. Variabilità e Mutabilità (1912); reprinted in Memorie di Metodologica Statistica (eds Pizetti, E. & Salvemini, T.) (Libreria Eredi Virgilio Veschi, 1955). 8. Bonavia, D. The South American Camelids: An Expanded and Corrected Edition (UCLA-Cotsen Inst. Archaeol. Press, 2009). 9. Carballo, D. M. Cooperation and Collective Action: Archaeological Perspectives (Univ. Press Colorado, 2013). 10. Blanton, R. E., Feinman, G. M., Kowalewski, S. A. & Peregrine, P. N. Curr. Anthropol. 37, 1–14 (1996). 11.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44/6186/822 ※ 출처: 1. http://www.nature.com/articles/nature24758 2. http://www.sciencemag.org/news/2017/11/how-taming-cows-and-horses-sparked-inequality-across-ancient-wor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