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구령 뜻하는 'gag order'에 왜 개그가 들어가나
[깨알지식 Q]
김나영 기자 입력 2024.05.08. 03:23 조선일보
6일 미국 뉴욕 맨해튼 법원에 출석해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그린 모습./로이터
2024년 5월 6일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 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함구령(緘口令·gag order)을 어겼다며 벌금 1000달러(약 135만원)를 부과했다. 개그(gag)는 한국에서 농담을 뜻하는 말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함구(입을 다문다)의 뜻도 담고 있다. 개그가 원래 재갈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그의 어원과 관련해 ‘질식시키다’ ‘숨을 막다’ 등 의미의 중세 영어 ‘gaggen’에서 유래됐다는 설, 목에 이물질이 걸렸을 때 ‘캑’ 하고 소리를 지르는 의성어에서 유래됐다는 설 등이 있다. 목에 무엇인가가 걸린 답답한 상황이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기는 말로 쓰임새가 확장되면서 개그는 함구의 의미까지 갖게 됐다.
‘개그’가 농담보다는 함구처럼 억압적 의미로 쓰이는 사례는 개그 오더 외에도 많다. 언론 탄압을 영어로 ‘개그 더 프레스(gag the press)’라고 하는 것도 이런 경우다. 1836년 미국 하원을 통과한 결의안 ‘개그 룰(gag rule)’에서 ‘개그’도 마찬가지다. 이 결의안은 미 의회가 각 주(州)의 노예제도를 방해할 권한이 없다는 내용과 함께 노예제 폐지 청원서 등의 심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결의안은 1844년 폐지됐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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