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다람쥐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여름과 가을 동안 차이나 타운 놀이터를 갈 때마다 우리를 반겨주던 다람쥐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서리가 하얗게 내렸던 지난 주 어느 날, 대이케어로 돌아오는 놀이터
길가에서 죽은 다람쥐 한 마리를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다.
대이 케어 아이들이 놀라기도 하겠지만 나도 또한 속으로 많이 놀랐기 때문이었다.
놀이터 주변에는 오래된 떡갈나무와 전나무, 그리고 소나무들이 많이 있어서 온갖 종류의
다람쥐들이 살고있다. 나무 꼭대기로, 나무 주변으로, 때로는 땅 속으로 재빠르게 다니는
다람쥐들을 대이 케어 아이들은 참으로 좋아한다.
몇 일 동안, 그 죽은 다람쥐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 다람쥐는 왜 죽었을까?
교실에 있는 여러가지 자료집을 펼쳐보며 다람쥐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다람쥐는 나무에 사는 것들과 땅에 사는 것들로 나눌 수 있는데 내가 본 그 죽은 다람쥐는
검은색으로 나무에 사는 회색다람쥐와 가까운 것이다.
잘 익은 견과류 열매가 많은 숲을 좋아하여 산이 가까운 캘거리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고
때로는 동물원에서 도망을 나오기도 한단다.
그러나 그들은 생존 적응능력이 아주 좋아서 물푸레나무, 느릅나무,단풍나무등에서 살아가고
또한 새들을 위한 먹이통에서 씨앗을 훔쳐먹으며 살아간다는데...
얼핏보면 붉은 갈색 다람쥐보다 더 큰 회색 다람쥐가 도시 공원을 점령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소나무와 전나무 숲의 주인은 붉은 갈색 다람쥐라고 한다.
만약에 그 다람쥐가 캘거리 동물원에서 도망나온 것이라면?
혹시 갑자기 찾아온 첫 추위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동사를 한 것일까?
얼마 뒤, 우리는 대이케어 아이들을 데리고 시청 옆에 있는 올림픽 프라자로 향하였다.
눈이 그치고 날씨가 좋아져서 눈놀이를 하려고 나간 것이다.
전철이 지나다니는 길 옆이지만 오래된 전나무와 소나무들이 있어 아직은 눈들이
그대로 쌓여있는 곳이다.
뭉쳐지지않는 눈으로 아이들은 눈 위에서 놀이를 하고 누워서 손과 발을 움직이며
눈천사를 만들기도 한다.
그 때, 동료교사 크리스가 갑자기 다람쥐가 보고싶은데......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도 요즈음 그 죽은 다람쥐를 본 이 후, 다람쥐 생각을 많이 하던 참이었다.
마침 그 때, 건너편 나무 숲에서 검은 다람쥐가 눈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저기, 다람쥐다!
건너편 숲, 전나무 아래로 검고 말쑥한 꼬리가 자기 몸 길이만큼 긴 다람쥐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나무 꼭대기 집에서 원숭이처럼 재빠르게 내려올 때, 털이 많은 그 긴 꼬리가 방향을 잡아주고 낙하산처럼 잘 내려오도록 도와준다니, 그 소중한 긴 꼬리를 다람쥐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다룰까? 생각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줄무늬 다람쥐는 그들 만의 샴푸인 '침 샴푸' 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침을 뱉어서 자기 털에 발라주고 문질러서 그렇게 윤이 나도록 만드는 것이란다.
온갖 샴푸와 세정제가 좋다고 광고를 해대는 요즈음,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너도 나도 다람쥐의 침을 구하느라 산 속에 다람쥐들이 남아나지않겠지......
다람쥐들은 모두 겨울잠을 자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무에 사는 다람쥐들은 겨울잠을 자지않고 땅에 사는 다람쥐들도 겨울잠을 자긴 하지만 가끔 일어나 나무 아래 숨겨둔 그들만의 양식을 챙겨 먹는다고한다.
아무리 눈이 많이 쌓여도 그들의 후각은 음식저장고를 찾아낼 수 있어 얼른 열매를 물고 나무 위로 올라가 열매의 제일 바깥쪽인 겉껍질은 벗겨내고 속에 있는 씨앗만을 발라서 먹는데, 나무 위에서 떨어뜨린 그 껍질들이 나무 아래 쌓여 퇴비더미를 만들면 그것은 나무에도 좋은 영양분이 되고 그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은신처가 되기도한다고 하니
자연의 질서는 그저 따르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나보다.
주로 전나무의 열매와 솔방울 등의 견과류, 나무의 눈, 베리, 버섯, 벌레등을 먹이로 하는데 때로는 새둥지 안에 있는
알과 날지 못하는 어린 새들을 습격하는 잔인한 면도 있다.한다고 한다.
하긴 '약육강식'은 숲 속의 질서이면서 동시에 생태계의 원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부르던 다람쥐 노래에는 도토리 점심을 먹는다고 하였는데
이 곳 북미주 다람쥐들은 떡갈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를 먹지않는다고 한다.
도토리 나무가 이곳에는 자라지않고 경작하더라도 아주 드물다고한다.
그래서 다람쥐들이 주로 먹는 열매는 개암이라고하는데
가을 동안 부지런히 전나무 열매와 솔방울 등을 나무 구멍이나 땅 속에 저장하여 놓는데 전나무 열매는 아주 많이 쌓아놓는
반면에 솔방울은 하나나 두 개 정도 저장한다니 아무래도 전나무 열매가 더 맛이 좋은가보다.
다람쥐들은 전나무 열매가 아직 초록색일 때, 저장을 해야 씨앗이 쉽게 떨어지질 않는것을 알정도로
그 작은 머리가 비상하다.
다람쥐를 노리는 천적들은 여우, 이리등이 있고 나무 안에서도 매나 부엉이등이 있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다람쥐들만의 전략이 있는데
나무 안에 매가 나타나면 그대로 그 자리에서 꼼짝않고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않는다.
그러면 매가 다람쥐를 못 보고 그냥 간다고 한다.
아, 약한 자의 슬픔이라니. 강한 자의 위험 앞에서는 그저 가만히 움지이지않고 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살아남는다,
다람쥐의 손자병법이네.
가장 무서운 천적은 담비라는데, 나무를 따라 올라오는 그들을 어찌 당하랴.
언젠가 자연생태공원에 산책을 나갔다가 짹짹하는 새소리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분명히 전나무 위에서 나기에 올려다보았더니 그건 새가 아니고 다람쥐였다.
이 곳 사람들이 다람쥐 소리를 묘사할 때 새소리처럼 'chirp' 를 쓰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하긴 한국에서 다람쥐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다람쥐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 지 알 길이없었다.
나무 다람쥐들 중에 붉은 갈색 다람쥐는 가장 시끄럽게 떠든다고한다.
특히 봄이 되면, 다람쥐들은 더욱 다람쥐처럼 되는데, 서로 쫓으며 달리기도하고 자기들만의 영토와 음식저장물을 지키느라 경고하는 소리, 야단치는 소리등이 계속된다고한다.
동료교사 메리언은 캘거리 북쪽 코크레인이라는 곳에 통나무집을 갖고 있어서 주말이면 개들을 데리고 다녀온다.
그 곳에도 다람쥐들이 많이 있는데 개들이 다람쥐를 잡으려고 쫓아가다가 헛걸음을 칠 때면 다람쥐들이 개들을 놀려대는 소리를 들을수 있다고한다.
마치 그 소리가 "못 잡았지, 용용... " 하며 놀리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놀이터 옆에서 본, 그 죽은 다람쥐를 생각하며 참으로 많은 다람쥐 공부를 하였다.
다람쥐 종류도 엄청나게 많아서 그 이름들을 다 기억할 수도 없지만, 기억에 남아 나를 웃음짓게하는 다람쥐는 날으는 다람쥐이다.
야행성이라서 밤에만 활동하고 낮에는 나무 구멍 안, 새집에서 잠을 자는 그들
그런데 날으는 다람쥐는 날지 않고 다만 미끄러지듯이 활주를 한다고한다.
다른 다람쥐들과 마찬가지로 꼬리를 이용하여 방향을 바꾸고 앞다리와 뒷다리의 피부가 넙적하게 늘어나 몸체와 연결되었고
마치 비행기 날개처럼 생겼는데 제법 먼 거리를 활주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밤도 어느 숲 속에선가 날으는 다람쥐가 날고, 아니 활주하고있겠지.
그들만의 생존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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