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아침엔 간밤에 선포된 비상계엄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어제 일찍 잠드신 분들은, 뜬금없이 무슨 계엄령이냐며 어리둥절하시겠지만, 어젯밤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육성을 들으신 분들은 아마 밤새 잠을 설치셨을 겁니다. 다행스럽게 국회가 새벽에 가까스로 계엄령을 무력화시켰고, 윤 대통령이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했습니다. 역사는 간밤의 일을 ‘12.3 사태’로 기록할까요?
1️⃣마치 1980년 ‘서울의 봄’같았던 ‘서울의 밤’, 시간 순으로 짚어보면
어젯밤 10시 25분 예정에 없이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문을 발표. 이때까지만 해도 최근 어지러운 정국에 대한 입장 발표 정도로 보였음. 야당의 검사 및 장관급 인사들의 잇단 탄핵, 민주당의 예산 삭감을 언급하더니 갑자기 “이런 게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못 박아. ‘입법독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 기도’라고도 했음. 그리고는 10시 28분 다음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2️⃣계엄령 발동은 1979년 10.26 사태 이후 무려 45년여 만
윤 대통령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 박 사령관은 어젯밤 11시부로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를 발표. △국회, 정당의 활동 금지 △언론의 계엄사 통제 △의료인 48시간 내 미복귀시 처단 등의 내용을 담았음
3️⃣포고령 발표 이전에 국회가 긴박히 움직이기 시작
헌법상 국회는 계엄을 해제할 수 있음. 계엄 선포 소식 직후인 10시 42분, 민주당이 국회로 의원들을 긴급히 불러 모았음. 이재명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 시민들의 국회 집결도 촉구. 계엄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국회의원들이 발 빠르게 국회에 모인 것. 이번 사태가 실패로 끝난 건 바로 실시간으로 전파된 정보 덕분인 듯
4️⃣생각보다 빨리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
10시 49분쯤 나왔음. "비상계엄 선포 잘못된 것…국민과 막겠다"는 것. 다만 추경호 원내대표는 11시쯤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했는데, 뜻밖에도 국회 안이 아니라 국회 밖 국민의힘 당사였음. 다행히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이 나중에 국회로 진입하긴 했지만, 의원총회를 왜 국회 밖에서 소집했는지는 두고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논란이 될 듯
5️⃣계엄군과 경찰의 움직임은?
11시 4분 쯤 국회 출입문을 통제한 건 경찰이었음. 국회로 집결하던 의원과 보좌진, 기자들은 초기에는 경찰의 저지선에 막혔음. 그러나 다행히도 경찰이 신분을 확인한 뒤 의원들부터 국회 진입을 막지 않았음. 이번 사태가 실패한 두 번째 이유는 경찰이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열어둔 것일 듯. 헬기를 타고 나타난 무장한 계엄군들이 의사당에 난입하기 시작한 건 그 뒤였음. 자정 무렵 본청에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기도 했음. 목적은 국회의원들을 체포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원천봉쇄하기 위함이었을 것. 그러나 계엄군들은 대치한 의원 보좌진 등에 가로막혀 본회의장에 접근은 하지 못했음
6️⃣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한 가결 과정은?
헌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 자정이 넘은 시간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집결. 그리고 0시 30분 가결 필요 숫자인 150명을 채웠다는 소식이 전해졌음. 그러나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의장에 보고되지 않아 표결은 지체됐음. 그러다 계엄령 발동 2시간 35만인 1시 1분 결국 결의안이 가결됐음. 법리적으론 계엄 해제 요건을 충족한 것
7️⃣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
한 대표는 의원은 아니지만 본회의장 뒤편에서 서서 표결을 지켜봤는데, 가결 이후 기자들에게 입장을 발표. 그는 “이번 계엄 선포는 실질적인 효과를 상실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지금 이 계엄령에 근거해서 군경이 공권력 행사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고 말함
8️⃣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장
이 대표는 “이번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 위헌”이라며 계엄군의 원대 복귀를 촉구. 이 대표는 “상사의 불법적, 위헌적 명령을 따르는 행위조차 공범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고 말함
9️⃣조국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의 입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가결 직후 “윤 대통령을 즉각 수사하고 탄핵으로 가야한다”고 주장. 여기에 2시 무렵 우원식 국회의장이 다시 쐐기를 박아. 윤 대통령과 국방부에 계엄해제 요구 통지를 보냈다고 발표한 것. 본청에 진을 치고 있던 무장 계엄군은 본회의 가결 이후 철수하기 시작
🔟가결 후 3시간 만에 나타난 尹
윤 대통령이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건지가 관건이었는데, 예상을 깨고 새벽 4시 반에 다시 입장을 밝혔음.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로 계엄군을 철수시켰다고 밝힌 것. 그러나 계엄법상 계엄을 해제하려면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한데, 새벽에 국무위원들의 정족수가 미달돼 의결하지 못했다고 설명. 어찌됐건 윤 대통령 스스로 계업을 해제하겠다고 밝힌 터라 상황은 사실상 종료됐다고 보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