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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활짝 핀 은빛세계 - 덕유산
새해 벽두부터 서설이 푸짐하게 내렸다. 해맞이에 나섰던 많은 사람들은 붉은 해 대신 흰 눈을 맞으며 새해 소망을 빌었을 것이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 어머니의 산'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무주 덕유산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저마다 희망과 꿈을 안고 눈 덮인 산 정상에 올라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려는 그들을 따라 산에 올랐다. 전날부터 내린 눈으로 50㎝가 넘게 수북이 쌓인 눈 길을 헤치며 맞이하는 덕유산의 설경은 아름답다 못해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했다.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덕유산은 삼남지방에서도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
발목까지 눈이 쌓인 가파른 산길에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두두둑 두두둑'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눈길은 여간 고행이 아니다.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면 반쯤은 뒤로 밀리기 일쑤다. 이를 겨울산행의 묘미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설천봉과 향적봉을 잇는 나무계단을 따라 난 길은 상고대와 눈꽃으로 터널을 이룬다. 얽히고 설킨 나뭇가지 사이에 내려앉은 눈은 꽃이 되고, 물기를 머금은 나뭇잎은 상고대가 되어 청아한 백색으로 피어난다. 어떤 이는 이불솜을 덮고 있다고 하고, 남태평양의 하얀 산호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따금 거센 바람에 눈꽃이 날리기라도 하면 상고대 터널은 은색 가루를 뿌린 듯하다.
얼음과 눈꽃 길은 신발에 아이젠을 채우지 않고선 좀처럼 걷기가 어렵다. 발을 떼기가 무섭게 미끄러지고 등에선 땀이 흐른다. 앞서가던 등산객들이 서로에게 의지한 채 멈춰서서 오도 가도 못하는 난감한 모습이 보인다. 짧은 산행이지만 눈길을 걷기 위해서는 아이젠 착용은 필수다.
이곳에서 자란 구상나무가 100년 전 독일로 건너가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개량돼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사시사철 푸른 구상나무가 눈을 머리에 이고 선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향적봉∼중봉 구간은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겨울철 대표 탐방지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중봉 전망대에 오르면 '덕유평전' 너머로 남덕유산과 지리산 등 백두대간 능선이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중생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오수자굴로 향하는 동안 눈길을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오묘한 이치를 깨달은 것 같은 마음을 갖게 된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무주나들목에서 나와 진안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직진하다 적상 둥지휴게소 지나 좌회전하면 무주리조트 이정표가 보인다. 서울 신촌, 종각, 노원, 청량리, 목동, 여의도, 사당, 잠실에서 출발하는 무주리조트행 고속버스가 있다.
자세한 시간과 정류장은 홈페이지(www.buspia.co.kr·02-2201-7710)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무주나 무주구천동행 버스가 오전 7시40분에 출발한다.
무주(지역번호 063)에는 무주리조트(322-9000)와 무주일성콘도(324-3939), 무주심산유곡리조트(322-8011) 등 대형 콘도와 우리펜션(322-2323), 하늘땅펜션(322-6650), 노블펜션(322-9067) 등이 모여 있다. 무주군에서 운영하는 관광안내소(324-2114)에서 숙박시설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무주에는 예부터 동자개(일명 빠가사리)로 끓인 어죽이 유명하다. 무주군청 옆에 있는 금강식당(322-0979)과 큰손식당(322-3605), 섬마을(322-2799)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나래가든(322-1380)과 별미가든(322-3123) 등에서는 덕유산에서 자라는 산나물과 채소를 이용한 산채비빔밥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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