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르방을 따라 떠난 마법여행
《조르즈의 마법공원》/클로드 퐁티 글.그림/윤정임 옮김/비룡소
현정란
그림으로 이야기를 말 할 수 있는 책. 바로 클로드 퐁티의 책이다. 그의 책 《조르즈의 마법공원》에는 이상야릇한 나무들과 그것들의 색상, 파랑새, 코끼리거북, 드넓은 바다, 고릴라인형, 일곱 쌍둥이 빨간 새 물고기, 빨간 코알라, 막 태어난 아기들, 양 등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익살맞으면서 다양한 표정과 행동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풍부한 이미지와 색깔이 책 속에 가득 차 있다. 그렇기에 ‘둥근네모 알베르 공원’에서 초록색깔 의자 ‘조르주 르방’과 떠나는 시간여행은 환상 여행일 수밖에 없다.
조르즈 르방은 둥근네모 알베르 공원에 사는 초록 색깔의 의자다. 조르즈 르방과 떠나는 시간여행은 새벽 4시 25분에 시작된다.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시간, 70마리 파랑 색깔의 새가 공원에서 노래를 부른다. 70마리 새의 표정과 모습은 다 다르다. 모두 다른 표정으로 웃고 있으며 다른 몸짓으로 노래를 부른다.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새벽 5시 17분은 음표쓸이쥐들이 올 시간이고, 이 쥐들은 아침 공기 속에 흩어진 음표를 먹고 산다. 이들이 움직이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트럼펫처럼 생긴 코로 새들이 남긴 음표를 먹어 치우고는 사라진다. 음표를 먹지 못한 쥐는 소리를 낼 수 없고, 소리를 낼 수 없으면 죽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이어진다.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뭔가 맞지 않는듯하면서 톱니바퀴가 ‘끼이익’ 거리며 돌아가듯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이것이 클로디 퐁티 그림책의 매력이요, 힘이다.
조르즈 르방이 보여주는 둥근네모 알베르 공원의 하루는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이 공원에 들어서면 누구든지 어린 시절 자기가 좋아했던 인형으로 변한다. 그리고 조르즈 르방과 함께 떠나는 그의 과거 세계와 그것들을 따라가는 시간여행은 환상의 세계이면서 신비롭기만 하다. 이는 순수한 어린이들의 세계이며, 우리의 세계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상상할 수 없는 듯 상상할 수 있는 세계.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무엇이든 가능하고, 이상한 동물들과 거인이 나타나기도 하고, 일곱 쌍둥이 자매가 수다를 떨기도 하고, 슬픔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새벽에는 눈물 분수가 모두의 슬픔을 고이 담아 두기도 한다. 바로 신비의 마법 세계다. 이 책은 신비한 마법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키워주고, 꿈을 키워주며,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상상했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준다.
클로드 퐁티의 세계는 예측 불가능한 장애물들이 가득하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상상의 세계이다. 그는 상상은 허황한 게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설명이라고 했다. 또한 현실을 묘사하는 방식과 관점이 무척 다양할 수 있다는 것, 단 하나의 정답지 따위는 없다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상상의 세계를 그린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나의 정답지를 만들게 하는 것이 결코 올바른 교육법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한 교육은 상상을 막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지식적인 것은 빼고 하는 말이다.
《지각대장 존》에서 존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다. 학교 가는 길에 사자를 만나고, 파도를 만난다. 결국 존은 지각하게 된다. 지각한 이유를 말하지만, 선생님은 존의 상상을 인정하지 않고 벌을 준다. 결국 존은 상상은 여기서 멈추게 된다. 선생님은 존에게 상상하는 힘을 빼앗아가 버린 것이다.
클로드 퐁티는 말한다. 학교 가는 길에 만난 것들을 보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라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계속 질문하고 대답하고 섞고 조립하면 상상이 된다고. 강렬한 호기심에 사로잡히는 게 아이들의 본성이라고도 했다. 맞다. 하지만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상상할 줄 몰라요.’라고 말한다. 진짜 아이들이 상상할 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상상한 거들을 표현할 줄 모르는 것일까? 이처럼 상상할 줄 모른다는 아이들에게 클로드 퐁티의 그림책을 보여준다면 자신이 상상했던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되지는 않을까. 또한 클로드 퐁티의 그림책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의 상상력도 마구 샘물이 되어 솟아오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