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임대주택에 수도권보다 더 높은 세금 문턱
같은 가액의 주택에 수도권은 혜택, 지방은 제외
수도권 투자를 부추기는 모순, 균형발전과 어긋나
조봉현 세무사의 알기 쉬운 세금 이야기 [173]
그런데 세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부 조항은 이러한 정책 방향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소득세법 제104조 제7항에 의하면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으로서 1세대 3주택 이상에 해당하는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기본누진세율(6%~45%)에 30%포인트를 가산하여 중과세를 하도록 되어 있다. 중과세 대상이 되면 장기보유특별공제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세액이 생각보다 매우 크게 늘어난다. 다만 이 30%포인트 가산에 대해서는 최근 예고된 세법 개정 방향을 볼 때 내년도부터는 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같은 법 시행령 제167조의3에서 이 ‘1세대 3주택’의 범위를 규정하면서 일정 요건의 임대주택(아래 주①)이나 소형 신축주택(아래 주②) 등에 대해서는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주택수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은 임대개시 당시 기준시가를, 소형 신축주택은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수도권 6억원, 수도권 밖 3억원이라는 차등 기준을 적용한다.
주① 일정 요건의 임대주택이란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른 매입임대주택으로서 세무서와 지자체에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임대기간 동안 계약 갱신시 임대료 5% 내 인상 제한 조건 등을 준수한 주택을 말한다. 여기에는 2018.3.31.까지 사업자등록을 한 주택으로서 5년 이상 임대한 주택, 그리고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10년 이상 임대한 주택(시행령 제167조의3 제1항 제2호 마목의 단서규정에 따라 제외되는 경우도 다수 있음) 등이 있다.
주② 소형 신축주택이란 2024.1.10.부터 2027.12.31.까지 신축·취득하는 전용면적이 60제곱미터 이하이면서 시행령 제167조의3 제1항 제12호에 따른 일정 요건을 갖춘 주택을 말한다.
그러니까 쉽게 요약하면, 다른 요건이 동일한 주택이라도 수도권에서는 기준시가 또는 취득가액이 6억원을 초과해야 중과세 대상이 되는 반면, 수도권 밖에서는 3억원만 초과해도 중과세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 한 문장 때문에 똑같이 기준시가가 5억원인 주택이라도 수도권에 있으면 가액요건을 충족할 수 있지만, 수도권 밖에 있으면 특례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같은 가액의 주택이라도 수도권에 소재하면 세제 특례의 가액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반면, 지방에 소재하면 동일한 가액임에도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세제혜택에서 배제될 수 있다.
기준시가 5억원은 수도권에 있어도 5억원이고 지방에 있어도 5억원이다. 그런데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의 문턱에서는 지방소재 주택이 두 배나 불리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같은 값이라면 지방보다 수도권에 임대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세제상 유리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과연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이상한 규정은 조세특례제한법 제97조의3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규정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등에 대해 양도소득세 계산상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현행법상 일정 요건을 갖추어 10년 이상 계속 임대한 경우 임대기간 중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장기보유특별공제율 70%를 적용하는 제도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한 사람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하려는 정책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 주택의 요건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임대주택의 기준시가 합계액이 임대개시 당시 6억원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여기서도 괄호 안에 “수도권 밖의 지역인 경우에는 3억원”이라는 별도의 조건을 달아놓았다.
물론 수도권의 평균 주택가격이 지방보다 높다. 그러나 지역별 평균 주택가격의 차이가 동일한 재산적 가치를 가진 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의 기준까지 반드시 두 배로 차등화해야 할 근거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방을 우대하는 차등이라면 정책 목적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민간투자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세법 조항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면적 기준의 경우 지역별 주택가격 차이 등을 고려해 지방 주택에 수도권보다 더 넓은 면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다른 세법 규정에서 주택의 ‘면적’을 판단할 때에는 정반대의 정책적 사고방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세법에서는 주택법에 의한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는 신축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국민주택 규모는 1호 또는 1세대당 주거전용면적 85㎡ 이하를 원칙으로 하되, 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면 지역에서는 100㎡ 이하까지 인정한다.
국민주택규모를 판단할 때는 지방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85㎡를 100㎡로 확대하면서, 왜 주택가격을 판단할 때는 정반대로 6억원을 3억원으로 축소하는가?
특히 지금은 지방소멸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시대다. 정부는 수도권 인구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 사람과 기업,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세정책 역시 이러한 국가적 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 주택시장은 수도권과 사정이 다르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주택 수요가 줄고 빈집이 늘어난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수도권과 같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지방 임대시장에 장기간 주택을 공급한 사람에게 오히려 세제혜택의 문턱을 수도권의 절반으로 낮춰 놓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세금은 사람과 자본의 이동에 영향을 미친다. 어디에 집을 사고 어디에 투자하며, 어디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인지에도 영향을 준다. 작은 세법 조항 하나가 정부가 다른 한편에서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정반대의 신호를 시장에 보낼 수도 있다.
물론 세법 전반이 지방에 불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유리한 부분이 훨씬 많다. 그러나 일부 임대주택 관련 세제 특례에서 지방에 더 낮은 가액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여전히 검토할 문제다.
정부가 지방소멸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지원사업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기존 법령 속에서 지방을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만드는 규정이 없는지 찾아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s://www.socialfoc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