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자(1938-)
경남함양 출신으로, 경기여고,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성신여대 교수를 했다.
박목월의 추천으로 1962년에현대문학 ‘도정연가’ ‘사모곡’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롤는 ‘가슴엔 듯 눈엔 듯’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그 어둠과 빛의 사랑’ 등이 있다. 수필집으로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등이 있다.
1963년에는 김후란 등과 한국문학사상 최초로 여성시인들의 순수시 동인 ‘청미회’를 조직하고, 시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초기 시에서는 내성적 저항을 바탕으로 하는 시적 감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첫 시집‘ ’가슴엔 듯 눈엔 듯(1966)과 그 뒤의 ‘친전(1971)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연가풍의 시에서도 절제된 언어으 표현을 통해 시적 감성을 살려낸다.
허영자의 상상력은 이 시인이 지켜 온 서정의 세계를 범속성에 빠지지 않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충일된 정서의 표출보다는 그 절제를 통해서 작용한다. 언어에 대한 균제와 그것을 통해 얻는시적 긴장이 주제 의식의 평면성을 극복하는데 기여한다
<자수>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를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있으면
세사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내올 듯
머언
극락정토로 가는 길도ㅗ
보일 상 싶다.
그의 대표작이라는 시 ’자수‘를 보면, 절제된 감정과, 시형식의 압축을 통해 시적 자아의 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열정, 일상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고뇌와 허무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권영민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