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상자]
나의 첫사랑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옥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옥이와의 사이에서 서로 주고받은 선물들 중 세 개를 기억하는데,
첫 번째 선물은,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때 남녀 학생들에게 서로 선물 주기 행사를 기획했는데, 내가 준비한 선물은 유리상자에 담긴 예쁜 인형이었다.
아주 우연히도 그 유리상자 인형이 옥이에게 찾아갔고, 교회 청년부 회장이 짖굳게도 인형의 주인공 둘을 앞으로 불러내 각자의 소감을 물으며 우리 둘을 당황케 했다.
그것이 옥이와의 첫 인연으로 기억한다.
유리상자 속의 인형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운데 이쁜 옷을 입고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선 정작 자신이 유리상자 안에 갇혀있으며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며 또한 자신이 인형이란 걸 자각하지 못하는 원초적 슬픔과 고통을 품고 있음이라.
두 번째 선물은,
외국에 계신다는 옥이 아빠가 옥이 생일 선물로 보내신 소가죽 혁대를 눈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옥이는 내게 선물이라며 건네주었다.
옥이에게 내가 받은 것으로는 첫 번째 선물이었다.
세 번째 선물은,
듀퐁 라이터였는데, 담배를 끊으라며 준 선물로, 해석불가의 기막힌 선물이었다고 내내 회상한다.
kjm / 2024.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