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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법정리론(王法正理論)
미륵보살(彌勒菩薩) 지음
현장(玄奘) 한역
송성수 번역
부처님, 세존께서 출애왕(出愛王)을 위해 설하신바 경전에 있는 말씀 그대로이다.
저 왕이 어느 때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부처님께 엎드려 예배하고 이렇게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이 저에게 와서 진실하지 않은 과실로써 현전에 저를 책망하면, 제가 그 때 마음으로 뉘우치고 괴로워하거나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과실을 관찰해 보아서 저 자신이 도무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저에게 와서 진실하지 않은 공덕으로써 현전에 저를 찬양하여도 저는 그 때 마음으로 역시 기뻐하거나 날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공덕을 관찰해 보아서 저 자신이 도무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 사문과 바라문이 이미 물러간 뒤에 제가 곧 한적한 방에 홀로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하나하나 헤아리고 머트럽게 생각하기도 하고 세밀히 생각하기도 하여, 내가 어떻게 왕으로서의 진실한 과실과 진실한 공덕이 있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까. 내가 만약에 안다면 마땅히 그 과실을 버림과 동시에 곧 그 공덕을 닦아야 하리니, 사문이나 혹은 바라문 가운데 누가 능히 여러 왕들의 진실한 과실과 진실한 공덕을 알겠으며, 또 누가 능히 나를 위해 열어 보이겠는가’라고, 이미 이렇게 생각한 나머지 곧 기억하기를, ‘우리의 세존께서만이 일체를 아시고 일체를 보시는 이라 반드시 여러 왕들의 모든 진실한 과실과 진실한 공덕을 분명히 알고 계시리니, 내가 이제 부처님 세존에게 나아가서 이 뜻을 청해 물으리라’ 하고, 이 때문에 제가 이제 부처님 처소에 와서 이 뜻을 청해 묻는 것이오니, 원컨대 여래께서 저를 위해 열어 보이옵소서.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여러 왕들의 진실한 과실이고 어떤 것이 여러 왕들의 진실한 과실이고 어떤 것이 여러 왕들의 진실한 공덕이옵니까?”
이와 같이 청하고 나자, 그 때 세존께서 출애왕(出愛王)에게 말씀하시었다.
“대왕이여, 이제 마땅히 왕의 과실과 왕의 공덕과 또는 왕의 쇠손문(衰損門)과 왕의 방편문(方便門)과 왕으로서의 사랑해야 할 법과 그 사랑해야 할 법을 끌어낼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하오.
어떤 것을 왕의 과실이라 하는가 하면, 대왕은 이것을 알아야 하오. 왕의 과실이 대략 아홉 가지가 있으니, 왕이 만약에 이러한 과실을 범한다면, 비록 크나큰 창고가 있고, 훌륭한 보좌의 신하가 있고, 많은 군중(軍衆)을 거느리고 있더라도, 그 누구도 왕을 우러러 귀의하지 않을 것이오. 어떤 것이 아홉 가지이냐 하면, 첫째는 자재함을 얻지 못한 것이고, 둘째는 성품을 가짐이 포악한 것이고, 셋째는 사납고도 날카로워서 분을 잘 내는 것이고, 넷째는 은혜가 지나치거나 또는 얇은 것이고, 다섯째는 삿된 말과 허망한 말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여섯째는 하는 일에 있어서 생각하지도 아니하며 법칙에 순종하지도 않는 것이고, 일곱째는 선한 법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고, 여덟째는 차별을 알지 못함으로써 은혜 베풀 것을 잊어버림이고, 아홉째는 한결같이 하고 싶은 대로를 하여 오로지 바탕하고 안일함을 일삼음이 그것이오.
왕으로서의 자재함을 얻지 못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의 그 지성(志性)이 강하지 못하고, 하는 일이 연약하여 모든 대신과 나라의 스승과 여러 벼슬아치들에게 제재를 받아서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못하고, 묘한 다섯 가지 욕락[五欲]을 주는 것과 기뻐하고 유희하는 것까지도 뜻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것을 이르되 왕으로서의 자재함을 얻지 못한 것이라 하오.
다음 어떤 것이 왕으로서의 그 성품을 가짐이 포악한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여러 신하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경우를 따라 사소한 일을 현재 행하고 있는데, 그것이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곧 얼굴을 맞댄 체 쫓아내는가 하면, 추악한 말씨로 호통치고, 바짝 화를 내고, 찡그리면서 가끔 분을 내기도 하는 것이다. 설사 얼굴을 맞대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자를 외면하고서 다른 이를 향해 앞서와 같은 배척하고 모욕된 일들을 하는 것이다. 설사 얼굴을 맞대어 그렇게 하지 않고 또 상대자를 외면하고서 다른 이를 향해 앞서와 같은 배척과 모욕된 일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음속에 분을 내고 미워하고 불쾌하게 여겨 해칠 생각을 갖고 원한의 마음을 품되 잠시 동안 그 분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져 계속 버리지 않는 일이다. 또는 오랫동안에 걸쳐 그 분하고 미워하는 몸을 가져 계속 버리지 않는다면, 이러한 모양으로 말미암아 얼굴을 맞댄 채 포악한 일을 하고 외면하여서 포악한 일을 하며, 마음으로 미워하여 잠시 동안만 포악한 일을 하고 오랫동안에 걸쳐 포악한 일을 하는 이 모든 것을 이르되, 왕으로서의 그 성품 가짐이 포악한 것이라 함이니, 대왕이여, 알아두시라. 다른 여러 가지보다도 오랫동안 포악한 일하는 것을 큰 과실이라 하오.
다음, 왕으로서의 사납고도 날카로워 서분을 잘 내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 여러 신하들 중에 사소한 허물이 있거나 사소한 위반된 일이 있을 때, 곧 벼슬의 지위와 봉급을 삭감하고 처첩(妻妾)을 탈취하며, 혹은 무거운 죄로 형벌을 준다면,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으로서의 사납고 날카로워 분을 잘 냄이라 하오.
다음, 왕으로서의 은혜가 지나치고 엷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 여러 신하들 중에 공양하여 받들고 모시어 호위하되, 지극히 청정하여 왕의 마음을 잘 맞추며, 아양을 부리는 부드러운 말씨로써 위로하고 꾀는 자에겐 마구 벼슬의 지위와 공로의 상을 주어 원만하게 하지 못하고 떳떳한 법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그렇지 않는 자에겐 혹은 정신을 소모시킨 뒤에야, 혹은 시간을 지체시킨 뒤에야, 혹은 추천을 기다린 뒤에야, 혹은 원한을 산 뒤에야 비로소 벼슬과 상을 준다면,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으로서의 은혜가 자니차고 엷은 것이라 하오.
다음, 왕으로서 삿되고 허망한 말을 받아들임이란, 어떤 것인가. 만약에 어떤 국왕이 그 여러 신하들 중에 사실 총명하고 슬기롭지 못하면서 거짓으로 총명하고 슬기로움을 나타내며, 탐하고 흐리고 치우쳐 법식을 지키지도 않고 속으로 반역의 꾀를 품어 선한 정치를 닦지 않는 자가 있을 때, 이러한 사람의 간하는 말과 전달하는 의논을 받아듣고 신용하여,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왕의 업무와 재보(財寶)와 명망과 선한 정치가 모두들 쇠퇴하고 손실해지면,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으로서 삿되고 허망한 말을 받아드리는 것이라 하오.
다음, 왕의 하는 일에 있어서 생각하지도 아니하며, 법칙에 순종하지도 않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따져 살피지 못하는가 하면, 아예 자세히 따져 살피지 않고 생각해 고르지 못하는가 하면, 아예 자세히 생각해 고르지 않음으로써, 여러 신하들이 그 나라의 기밀(機密)사무를 분담함에 있어서 위임(委任)을 가당하지 모할 자에게 위임하는 반면, 정작 위임을 감당할 수 있는 자에게 위임하지 않는 일이다. 심부름을 감당할 수 있는 자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 반면 전연 심부름을 감당하지 못할 자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상을 주어야 할 자에게 형벌을 주는 반면, 으레 형벌을 추어야 할 자에게 상을 주며, 또 뭇 신하들에게 선왕(先王)의 법칙대로 올바르게 처신하지 않음으로써 이것으로 말미암아 뭇 신하들이 큰 조회(朝會)때에 다른 논란이 끝나지 않고 발언(發言)이 끊어지기도 하나니라. 간쟁(諫諍)을 일으키되 공경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아 왕의 분부대로 잘 받들어 행하지 않으며, 심지어 명령을 바로 듣지 않는다면,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의 하는 일에 있어서 생각하지도 아니하며 법칙에 순종하지도 않는 것이라 하오.
다음, 왕으로서 선한 법을 돌아보지 않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다른 세상을 믿지 않고 깨달아 알지도 못함으로써, 다른 세상을 믿지 않고 깨달아 알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곧 미래세에의 선하고 선하지 않은 업과 좋고 좋지 않은 과(果)를 신해(信解)하지 못하며, 신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없어서 정(情)을 따라 몸ㆍ입ㆍ뜻 세 가지 업의 나쁜 행을 조작하게 되고, 때때로 보시하여 복을 닦거나 재계를 받아서 계행을 배우지도 못한다면,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으로써 선한 법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라 하오.
다음, 왕으로써 차별을 알지 못하여 은혜를 베풀 것을 잊어버림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 여러 대신ㆍ재상ㆍ국사(國師)와 뭇 관리에 대해 마음이 뒤바뀌어서 그들의 충신(忠信)과 기예(技藝)와 지혜의 차별은 잘 분명히 알지 못하는 경우이다. 또한 이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충신이 아닌 자에게 충신이란 생각을 내는 반면, 정작 충신한 자에겐 충신이 아니라는 생각을 내고, 기예가 없는 자에게 기예라는 생각을 내는 반면, 정작 기예가 있는 자에겐 기예가 없다는 생각을 내고, 나쁜 지혜를 지닌 자에게 훌륭한 지혜라는 생각을 내는 반면, 정작 훌륭한 지혜를 지닌 자에겐 나쁜 지혜라는 생각을 내나니, 이러한 마음의 뒤바뀜으로 말미암아 충신이 아니고 기예가 없고 나쁜 지혜를 지닌 신하들에게 존중하고 공경하고 애양(愛養)하는 반면, 그 충신하고 기예가 있고 훌륭한 지혜를 지닌 신하들에겐 도리어 경멸하고 천대하는 마음을 내며, 또 여러 신하들 중에 일찍이 오랫동안 공양하여 받들고 모시어 호위하다가 나고 늙어서 쇠모에 들어 있는 이들에게 왕이 그 세력 없이 용맹 없는 것을 알고서 드디어 공경하지 않고, 애중하게 여기지 않아 벼슬의 녹을 주지 않고, 그 공로에 대한 상을 주지 않으며, 심지어 멸시와 버림을 당해도 묻지 않는다면,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으로서 차별을 알지 못해 은혜 베풀 것을 잊어버림이라 하오.
다음, 왕으로서 한결같이 하고 싶은 대로를 하여 오로지 방탕하고 안일한 일만을 행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왕이 묘한 다섯 가지 욕락[妙悟樂]에 한결같이 빠져서 그냥 탐착하고 희롱하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그러한 것만을 받아 행하고, 그 때 그때 힘써야 할 방편과 해야 할 일과 뭇 신하들을 위로함과 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것이 이른바 왕으로서 한결같이 하고 싶은 대로를 행하여 오로지 방탕하고 안일한 일만을 행하는 것이다. 만약에 어떤 국왕이 이러한 아홉 가지 과실을 저지른 다면, 비록 크나큰 창고를 지니고 훌륭한 보좌의 앞뒤 신하가 있고, 수많은 군중(軍衆)들을 거느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 누가 왕을 우러러 보거나 귀의하지 않으리니, 그러므로 대왕은 알아 두시라. 이 아홉 가지 과실이 바로 왕으로서의 자기 성품의 과실인 것이오.
그리고 어떤 것이 왕이 공덕이 되는가 하면, 대왕은 알아 두시라. 왕의 공덕이란 것도 대략 아홉 가지가 있으니, 왕이 만약에 이러한 공덕을 성취한다면, 비록 큰 창고가 없고, 훌륭한 보좌의 신하가 없고, 많은 군중을 거느리고 있지 않더라도 모두들 왕을 우러러 귀의하게 될 것이오. 이른바 그 아홉 가지가 무엇이냐 하며나, 첫째 큰 자재함을 얻고, 둘째 성품이 포악하지 않고, 셋째 분을 내는 것이 경미(輕微)하고, 넷째 은혜가 힘차고도 영리하고, 다섯째 정직한 말을 받아들이고, 여섯째 하는 일에 있어서 잘 생각하며 법칙을 잘 순종하고, 일곱째 선한 법을 돌이켜 생각하고, 여덟째 차별을 잘 알아서 은혜 베풀 줄 알고, 아홉째 하고 싶은 대로 방탕하거나 안일한 일을 행하지 않음이 그것이오.
왕으로서 큰 자재함을 얻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자신의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할 일을 하고 뭇 신하들에게 묘한 다섯 가지 욕락으로 위로하여 주고, 그 여러 대신ㆍ재상ㆍ국사와 뭇 신하들에게 오락과 유희를 하게하며, 모든 명령을 내려 선포하되 거리낌이 없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큰 자재함을 얻음이라 할 것이오.
다음, 왕의 성품이 포악하지 않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의 여러 신하들이 어떤 경우에 따라 비록 엄청나게 자기 뜻대로의 일을 행하지 아니했더라도, 성품이 남을 용납해 참을 수 있어서 배척하는 태도를 나타내지 않고, 나쁜 말을 하지도 않고, 호통을 치지도 않는다. 또한 분을 내지도 않고 얼굴을 맞대지도 않고 외면하여서 앞서와 같은 일을 하지도 않고, 마음속에 가만히 분노를 숨겨 두지도 않고, 오래도록 그 분하고 미운 마음을 쌓아 계속 버리지 않지도 않으며, 나아가선 포악함을 나타내지 않을뿐더러 포악함을 숨기지 않을 뿐더러 오랫동안 포악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의 성품이 포악하지 않은 성품이라 하는 것이오.
다음 왕의 분을 내는 것이 경미(輕微)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의 여러 신하들 중에 비록 큰 허물이 있고 큰 위반된 일이 있더라도 일체 그 지위와 벼슬의 녹을 삭감하지 않고 처첩(妻妾)을 탈취하지도 않으며, 무거운 벌로써 형벌하지 않고, 허물의 경중에 따라 쫓아내는 벌을 행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의 분을 냄이 경미한 분발이라 하는 것이오.
다음, 왕의 은혜가 힘차고 영리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 여러 신하들 중에 정직함이 현저하고 공양하여 받들고, 모시어 호위하되, 그 마음이 청정함과 동시에 잘 조복된 자가 있을 때, 그에게 수시로 바르고 원만하고 부드러운 말로써 위로하는 한편, 벼슬의 녹과 공훈의 상을 구족히 하사하여 그로 하여금 소모되거나 지체되거나 괴로워하거나 원한을 품지 않게 하며, 더욱더 잘 공양해 받들고 어려움 없이 받들어 섬기게 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의 은혜가 힘차고 영리한 은혜라 하는 것이오.
다음, 왕으로서 정직한 말을 받아들임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 여러 신하들 중에 사실 총명과 지혜가 있어서 총명과 지혜로 인한, 난 체하는 것이 없고, 흐림도 없고, 치우침도 없어 법식을 잘 지키고 위반할 뜻이 없어 선한 법을 잘 닦는 자가 있을 때, 이러한 사람의 전달하는 말과 의논을 받아 듣고 신용하여,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나라의 업무와 재보(財寶)와 명망과 선한 법이 모두 다 늘어나고 왕성해진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정직한 말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하오.
다음, 왕이 일에 있어서 잘 생각하며 법식을 잘 순종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따져 살피는 성품이 있어 능히 자세히 따져 살피고, 자세히 생각해 고르는 성품이 있어, 능히 자세히 생각해 고름으로써, 여러 신하들에게 그 나라의 기밀 사무를 맡기되, 위임(委任)을 감당하지 못할 자에겐 위임하지 않는 반면, 위임을 감당할 자에게 위임하고, 심부름을 감당하지 못할 자에겐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 반면 심부름을 감당할 자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으레 표상을 주고 으레 형벌할 자에게 형벌을 주어, 모든 하는 일에 자세히 생각하고 자세히 골라서 그런 뒤에야 바야흐로 시작하고 절대로 갑작스레 하지 않는다. 또 뭇 신하들에게 선왕(先王)의 법칙대로 올바르게 처신함으로써, 이것으로 말미암아 뭇 신하들이 비록 연회의 자리일지라도 끝내 발언이 중단되거나 다른 논란이 없어 반드시 발언의 끝날 때를 기다려 말하게 된다. 공경하고도 두려워하면서 간쟁(諫諍)을 일으켜 그 분부대로를 잘 받들어 행하여 왕의 명령을 바르게 수행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의 하는 일에 잘 생각하며 법칙을 잘 순종하는 것이라 하오.
다음, 왕으로서 선한 법을 돌이켜 생각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다른 세상을 믿어 알고, 선한 법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곧 미래세에의 청정하고 청정하지 않은 업과 좋고 좋지 않은 과(果)를 잘 신해(信解)할 수 있다. 이것을 신해함으로 말미암아 제 부끄러움과 남부끄러움을 구족하여서 함부로 정(情)에 빠져 몸ㆍ입ㆍ뜻의 세 가지 나쁜 행을 저지르지 않고, 때때로 생각해 골라서 보시하여 복을 닦기도 하고 재계를 받아서 계행을 배우기도 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선한 법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이라 하오.
다음, 어떤 것이 왕으로서 차별을 잘 알아 은혜 베풀 줄을 아는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의 여러 대신ㆍ재상ㆍ국사(國師)와 뭇 신하들에 대해 마음이 뒤바뀌지 않아서 충신(忠信)과 기예(技藝)와 지혜의 차별을 잘 분명히 아는가 하면, 그 뭇 신하들의 충신과 기예와 지혜의 있고 없음을 다 여실히 앎으로써 그 없는 자에 대해선 가볍게 보아 멀리하고, 그 있는 자에 대해 공경하고 애중히 여겨 바로 섭수(攝受)한다. 또 여러 신하들 중에 일찍이 오랫동안 자기를 공양하여 받들고 모시어 호위하다가 나이 많아 쇠퇴한 이에 대해선 비록 세력이 없고 용맹이 없는 줄을 알지만, 그러나 옛날의 은덕을 기억해 더욱더 공경하고 애중하게 여겨서 멸시하거나 천대하지 않고, 벼슬의 녹과 공로상을 끊임없이 나눠 준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차별을 잘 알아 은혜 베풀 줄을 아는 것이라 하오.
다음, 왕으로서 스스로가 하고 싶은 대로를 하지 않고 방탕하거나 안일한 일을 행하지 않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묘한 다섯 가지 욕락[五欲] 등에 빠지거나 집착하여 희롱하고 좋아하고 즐거워하지 않는 반면, 능히 때때로 방편에 힘써서 해야 할 일을 하고 뭇 신하들을 위로해 권장한다면, 이러한 것이 이른바 왕으로서 스스로가 하고 싶은 대로를 하지 않고 방탕하거나 안일한 일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에 왕이 이러한 공덕을 성취한다면 비록 큰 창고가 없고 훌륭한 보좌의 신하가 없고 많은 군중(軍衆)이 없더라도 모두들 우러러 귀의하리니, 대왕은 알아두시라. 이러한 아홉 가지 왕의공덕이 바로 왕 자신의 성품의 공덕인 것이오.
그리고 또 어떤 것을 왕의 쇠손문(衰損門)이라 하는 가를 대왕은 알아 두시오. 왕의 쇠손문이 대략 다섯 가지가 있소. 잘 관찰하지 않고서 뭇 신하들을 섭수하는 것이 그 첫째이고, 비록 잘 관찰하여 뭇 신하들을 섭수하긴 하되 은혜와 묘한 행이 없음으로써 어려운 때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그 둘째이고, 오로지 방탕하거나 안일한 일만을 행하여 기밀의 사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 셋째이고, 오로지 방탕하거나 안일한 일만을 행하여 창고를 지키지 않는 것이 그 넷째이고, 오로지 방탕하거나 안일한 일만을 행하여 법다운 행을 닦지 않는 것이 그 다섯째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가 다 왕의 쇠손문이 되는 것이오.
왕이 잘 관찰하지 않고서 뭇 신하들을 섭수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의 뭇 신하들에 대해 충신(忠信)과 기예(技藝)와 지혜의 차별을 따져 살피지 못할뿐더러 자세히 생각해 고르지 않고서 그대로 섭수하여 측근의 부하로 삼는다면, 아무리 총애를 더하고 벼슬의 녹과 무거운 상을 두텁게 주고 가장 기밀의 자리를 서로 위임하여 자주자주 부드러운 말로써 위로하고 달래더라도, 이 뭇 신하들에게 부탁한 재보(財寶)가 손실이 많다. 만약에 원수의 적과 나쁜 벗과 외부의 침략을 만날 경우엔 그들이 누구보다도 먼저 도망쳐서, 파산될까봐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승리하게 될 때 사람들을 억류해 둔 뒤에 달아나거나, 또는 아무런 미련 없이 교묘하고도 악랄한 책도를 꾸며 왕의 정치를 농락하리니,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이 잘 관찰하지 않고서 뭇 신하들을 섭수하는 것이라 하오.
왕이 비록 잘 관찰하여 뭇 신하들을 섭수하긴 하되 은혜와 묘한 행이 없음으로써 어려운 땡 협조하지 않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비록 따져 살피는 성품이 있고 생각해 고르는 성품이 있어서 그 신하들의 충신과 기예와 지혜의 차별을 자세히 따져 살피고 자세히 생각해 골라서 그를 섭수해 측근의 부하로 삼을지라도 왕이 총애하지 않고 그의 역량대로 벼슬의 녹을 충분히 주지 않고 가장 기밀의 자리를 우임하지도 않고 자주 부드러운 말로써 위로하지도 않는다면, 그 어느 때 왕이 원수의 적과 나쁜 벗과 외부의 침략을 만나기나 또는 매우 겁나는 일로서 목숨이 위급할 경우, 비로소 신하들에게 총애를 행하고 또한 부드러운 말로써 자주 위로하더라도, 그 때에 가선 뭇 신하들이 서로 말하기를, ‘왕이 이제 위급하고 절박하기 때문에 비로소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묘한 행을 행하는 것이지, 장구한 마음은 아니라’ 하고, 이 일을 알고부터는 비록 충신과 기예는 지혜가 있어도 숨기어 나타내지 않으리니,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이 잘 관찰하여 뭇 신하를 섭수하지만, 은혜와 묘한 행이 없음으로써 어려울 때 협조하지 않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오로지 방탕하고 안일한 일만을 행하여 기밀의 사무를 생각하지 않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응당 화호(和好)할 일을 위해 그 기밀의 일들을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겠거늘, 이러한 일을 때때로 한적한 곳에 처하여 홀로 생각하거나 혹은 슬기로운 이와 더불어 함께 바로 생각하지 않고서 그 화호할 방편을 함부로 칭량(稱量)하여 관찰하며, 이와 같이 응당 기절할 일을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기밀의 일들이나 응당 보시할 일을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기밀의 일들이나, 응당 군부의 일을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기밀의 일들이나, 응당 큰 세력의 붕당(朋黨)을 섭수하기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기밀의 일들을 다 때때로 한적한 곳에 처하며 홀로 생각하지도 않고, 혹은 슬기로운 이와 더불어 함께 바로 생각하지도 않고서 기절하는 방편으로부터 그리고 강한 붕당을 섭수하는 방편까지를 다 함부로 칭량하여 관찰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오로지 방탕하고 안일한 일만을 행하여 기밀의 일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오로지 방탕하고 안일한 일만을 행하여 창고를 지키지 않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조그만 사업을 경영하고 옹졸한 사업을 경영하거나, 또한 사업을 가지지 않고 사업을 관찰하지도 않는 이로서, 왕의 문(門)을 금하지 않고 궁전의 문을 금하지 않고 창고 문을 금하지도 않는 채, 혹은 배우ㆍ기악 등 웃고 희롱하는 음란한 장소와, 혹은 또 장기ㆍ바둑 등 오락을 일삼는 곳에 온통 빠져서 아무런 요량 없이 모든 재보를 마구 소비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방탕하고 안일한 일만을 행하여 창고를 지키지 않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오로지 방탕하고 안일한 일만을 행하여 법다운 행을 닦지 않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세간에의 아는 것이 유화(柔和)하고 순질(淳質)하여 총명과, 지혜와 변재(辯才)가 이치를 얻어 해탈하고 선교한 방편이 해로움이 없어 그 해로움이 없는 법을 좋아함으로써 모든 사문(沙門)과 바라문(婆羅門)들에게 자주 가서 예배 공경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주 가지 않으므로 어떤 것이 선하고, 어떤 것이 선하지 않고, 어떤 것이 죄가 없고, 어떤 사업을 하여야 좋은 상서를 이룩해 모든 나쁜 일을 아주 여읠 수 있는 자를 물어 보지 않고, 설령 듣는다 하더라도 그 말과 같이 수행할 것을 힘쓰지 않으며, 또 때때로 보시하여 복을 심거나 재계를 받아서 계행을 배우지 않는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방탕하고 안일한 일만을 행하여 법다운 행을 닦지 않는 것이라 하나니, 만약에 행하여 법다운 행을 닦지 않는 것이라 하나니, 만약에 어떤 국왕이 이같이 다섯 가지 쇠손문(衰損門)을 성취한다면, 이는 왕으로서 현재 법의 이익과 미래 법의 이익을 다 잃어버리는 것이라, 이를테면, 앞서의 네 가지 쇠손문은 현재 법의 이익을 잃는 것이고, 최후의 쇠손문 하나는 미래 법의 이익을 잃는 것이오.
그리고 어떤 것을 왕의 방편문(方便門)이라 하는가를 대왕은 알아 두시라. 왕의 방편문이 대략 다섯 가지가 있다. 이른 바 다섯 가지가 무엇이냐 하면, 잘 관찰하여 뭇 신하들을 섭수하는 것이 그 첫째이고, 능히 때때로 은혜와 묘한 행을 행하는 것이 그 둘째이고, 방탕하기나 안일함이 없이 오로지 기밀의 를 생각하는 것이 그 셋째이고, 방탕하기나 안일함이 없어 창고를 잘 지키는 것이 그 넷째이고, 방탕하기나 안일함이 없이 오로지 법다운 행을 닦는 것이 그 다섯째이다.
왕으로서 능히 잘 관찰하여 뭇 신하들을 섭수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의 성품이 능히 따져 살피고 능히 생각해 고름으로써 그 뭇 신하들의 충신(忠信)과 기예(技藝)와 지혜의 차별을 자세히 따져 살피고 자세히 생각해 골라서 그들을 섭수해 측근의 부하로 삼는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이 잘 관찰하여 뭇 신하들을 섭수하는 것이라 하오.
왕이 능히 때때로 은혜와 묘한 행을 잘 행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여러 신하들을 잘 관찰한 뒤에 그들을 섭수해 측근의 부하로 삼아서 총애를 더하며, 그의 도량에 따라 벼슬의 녹을 두터이 주고 공로에 따라 무거운 상을 주며, 가장 기밀의 자리를 서로 위임해 두고, 자주자주 부드러운 말로써 얼굴을 나타내어 위로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한다면, 어느 때 왕이 원수의 적과 나쁜 벗과 외부의 침략을 만나거나, 매우 겁나는 일로서 목숨의 위협을 당할 경우에 그들은 곧 충신과 기예와 지혜를 있는 대로 다 나타내 보이리다.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이 능히 때때로 은혜와 묘한 행을 잘 행하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방탕하기나 안일함이 없이 오로지 기밀의 사무를 생각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응당 화호(和好)하기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그 기밀의 일들을 능히 때때로 한적한 곳에 처하여 홀로 생각하기도 하고, 혹은 슬기로운 이와 더불어 함께 바로 생각하기도 하여 그 화호할 방편을 칭량(稱量)해 관찰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거절하기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그 기밀의 일들이나, 응당 보시하기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그 기밀의 일들이나, 응당 군부의 일을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그 기밀의 일들이나, 응당 큰 세력의 붕당(朋黨)을 섭수하기 위해 만들 거슨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그 기밀의 일들을 다 능히 한적한 곳에 처하여 홀로 생각하기도 하고, 혹은 슬기로운 이와 더불어 함께 바로 생각하기도 하여서 거절하는 방편으로부터 또한 강한 붕당을 섭수하는 방편까지를 다 칭량하여 관찰한다면,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으로서 방탕하거나 안일함이 없이 오로지 기밀의 일들을 생각하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방탕하거나 안일함이 없이 창고를 잘 지킴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 테면 어떤 국왕이 사업을 널리 경영하고, 사업을 교묘하게 경영하고, 사업을 잘 관찰하며, 한편 왕의 문(門)을 잘 단속하고 궁전의 문을 잘 단속하고 창고를 잘 단속한다. 또 배우ㆍ기악 등 웃고 희롱하는 음란한 장소에 요량 없이 재보(財寶)를 소비하지도 않고, 장기ㆍ바둑 등 오락에 빠지지도 않는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방탕하거나 안일함이 없이 창고를 잘 지키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방탕하거나 안일함이 없이 오로지 법다운 행을 닦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세간에의 아는 것이 유화(柔和)하고 순질(淳質)하여 총명과 지혜와 변재(辯際)가 이치를 얻어 해탈하고 선교한 방편이 해로움이 없어서 그 해로움이 없는 법을 좋아하는 한편 모든 사문(沙門)과 바라문(婆羅門)들에게 자주 가서 예배 공경함과 동시에 어떤 것이 선하고 어떤 것이 선하지 않고 어떤 것이 죄가 있고 어떤 것이 죄가 없고, 어떤 사업을 하여야 좋은 상서를 이룩해 모든 나쁜 것을 여읠 수 있는 가를 물어 본다. 또 이미 듣고 나서는 그 말대로 수행할 것을 힘쓰며, 또 능히 때때로 보시하여 복을 심고 재계를 받아서 계행을 닦는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방탕하거나 안일함이 없이 오로지 법다운 행을 닦는 것이라 하나니, 만약에 어떤 국왕이 이러한 다섯 가지 방편문을 성취한다면, 이 왕은 현재 법과 미래 법의 이치와 이익을 잃지 않는 왕이다. 대략 앞서의 네 방편문은 현재 법의 모든 이치와 이익을 잃지 않는 것이라오.
그리고 어떤 것이 왕으로서의 사랑할 수 있는 법인가를 대왕은 알아야 하오. 모든 왕으로서 사랑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고, 기뻐할 수 있고 뜻에 간직할 수 있는 법이 대략 다섯 가지가 있다. 이른바 다섯 가지가 무엇이냐 하면, 온 세간이 경애(敬愛)하는 법이 그 첫째이고, 자재함을 증상(增上)하는 법이 그 둘째이고, 원수의 적을 부술 수 있는 법이 그 셋째이고, 몸을 잘 거둬 기르는 법이 그 넷째이고, 좋은 갈래에 왕성할 수 있는 법이 그 다섯째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가 바로 왕으로서의 사랑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고, 기뻐할 수 있고, 뜻에 간직할 수 있는 법이라오.
어떻게 왕의 사랑하는 법을 꺼내어 발휘할 수 있는가를 대왕은 알아야 하오. 모든 왕의 사랑하는 법을 꺼내어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대략 다섯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다섯 가지란, 은혜로써 세간을 기르는 것이 그 첫째이고, 뛰어난 용맹을 구족하는 것이 그 둘째이고, 훌륭한 방편이 그 셋째이고, 올바르게 수용(受用)하는 경계가 그 넷째이고, 부지런히 법다운 행을 닦는 것이 그 다섯째이다.
왕이 은혜로써 세간을 기르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의 성품은 본래 재보문(財寶門)에 대해 만족함을 알고, 그 성품이 근신하여 삿되게 탐착하지 않음으로써 그 응하는 대로 재보를 쌓아 모을 뿐, 널리 영구(營求)하지 않는다. 또 어떤 국왕의 성품은 탐하거나 인색함이 없어 탐함도 없고 인색함도 없는 청정한 법을 성취하여서 자기 창고에 저장된 모든 값진 재보를 힘대로, 할 수 있는 대로 일체 빈궁한 자와 고독한 자에게 보시한다. 또 어떤 국왕의 성품은 유화(柔和)하고 인욕하여 많이 부드러운 말로써 온 나라의 사람들을 위로하고 달래는 한편, 때때로 그 유하는 바에 따라 벼슬의 녹을 나눠 주기도 하되 끝내 그러한 관계로 해서 할 수 없는 업이나 나쁜 업이나 무거운 업을 뭇 신하들에게 맡기지 않는다. 모든 위범(違犯)한 자로서 용서할 수 있는 죄라면 곧 가엾이 여겨 용서하고, 모든 위범한 자로서 용서할 수 없는 죄일지라도 그 정신과 시기에 따라 이치대로 벌을 다스린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이 바른 교화의 법과 은혜로써 세간을 기르는 것이라 하나니, 왕이 이와 같은 은혜로써 세간을 기르는 법을 수행(修行)하기 때문에 드디어 온 세간의 공경하고 사랑함을 감동케 하는 것이라오.
왕으로서 뛰어난 용맹은 구족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그 계획이 게으르지 않고 무력과 전략이 원만함으로써 아직 항복 받지 못한 자에겐 항복을 받고 이미 항복한 자는 거둬 보호하는 한편, 널리 사업을 경영하기를 앞서와 같이하며, 그리고 장기ㆍ바둑 등 오락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또 국가 일에 근무하는 자들의 그 알맞고 알맞지 않음을 잘 관찰함으로써 응당 형벌에 처해야 할 자는 바로 형벌을 주고 응당 거둬 길러야 할 자는 바로 거둬 기른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뛰어난 용맹을 구족한 것이라 하나니, 이와 같은 뛰어난 용맹의 구족한 법을 수행하기 때문에 드디어 자재함의 증상함을 느껴 얻을 수 있는 것이라오.
왕의 훌륭한 방편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응당 화호(和好)할 일을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그 기밀의 일들을 앞서 말한 것처럼 하고, 또한 큰 세력의 붕당(朋黨)을 섭수하기 위해 만들 것은 만들고 성취할 것은 성취해야 하는 그 기밀의 일들은 다 그렇게 하되 바로 화호할 방편과 또한 강한 붕당을 섭수할 방편을 분명히 안다면, 이러한 것을 이르되, 왕의 훌륭한 방편이라 하나니, 왕이 이와 같은 훌륭한 방편의 법을 수행하기 때문에 드디어 모든 원수의 적을 부숴 항복받을 수 있는 것이라오.
왕으로서 올바르게 수용(受用)하는 경계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정부 창고의 늘고 주는 것을 잘 계산하여 사치하지도 않고 인색하지도 않고, 평등을 자처하여 깨끗하고 바르게 수용하되, 온갖 잡된 수용이나 수승 미묘한 수용을 그 시기의 적적함에 따라 수용하고, 여러 신하와 친속(親屬)들과 더불어 수용하되, 수승한 곳에 있어서 수용하거나 기악을 연주하여서 수용하거나 다 어긋나는 허물이 없이 수용한다면, 이것이 올바른 수용이라, 어긋나는 허물이 없음이란, 이를테면 병들고 괴로울 적엔 적당하게 먹고 적당치 않은 것은 피해야 하며, 건강하고 즐거울 적엔 소화된 뒤에 바야흐로 먹고 만약 먹는 것이 소화되지 않거나 혹은 먹어서 설사할 경우엔 다 먹지 않아야 한다. 공동으로 먹어야 할 이가 바로 현전에 있을 경우엔 홀로 맛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기나 물리치지 않아야 하나니, 이러한 것이 이른바 왕으로서 올바르게 수용하는 경계이다. 왕이 이와 같은 올바르게 수용하는 경계의법을 수용하기 때문에 드디어 선교하게 자기 몸을 거둬 기를 수 있는 것이라오.
왕으로서 법다운 행을 부지런히 닦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청정한 계행과 청정한 들음과 청정한 버림과, 청정한 지혜를 구족함이 그것이다.
어떤 것이 왕으로서 청정한 믿음을 구족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다른 사람을 신해(信解)함으로써 미래세의 청정하고 청정하지 않는 업과 좋고 좋지 않는 과(果)와 그 이숙(異熟)을 신해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청정한 미음을 구족하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청정한 계행을 구족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살생과 또는 주고받는 것과 음욕의 삿된 행과 망령된 말과 술을 마시는 등 모든 방탕하고 안일한 곳을 아주 여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청정한 계행을 구족하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청정한 들음을 구족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현재의 법의 이치에서나 미래 법의 이치에서나, 또는 현재 법과 미래 법의 이치인 뭇 미묘한 법문을 잘 듣고 잘 받아서 익히고 외워 미끄럽게 하되 오로지 연구에 뜻을 두어 잘 보고 잘 통달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청정한 들음을 구족하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청정한 버림을 구족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비록 간탐하는 때[垢]가 둘러싸인 대중 속에 있더라도 마음이 항상 청정하여 그 간탐하는 때를 아주 여의며, 집에 있어서 항상 버림을 행하되 손수 즐거이 보시하고, 제사를 받들어 복 닦기를 좋아해 그 버림을 원만케 하고 보시할 적에 항상 평등함을 즐겨한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청정한 버림을 구족하는 것이라 하오.
왕으로서 청정한 지혜를 구족함이란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어떤 국왕이 여실히 선하고 선하지 않은 법을 분명히 알고, 죄가 있고 죄가 없음과 닦고 닦지 않음과 수승하고 용열함과 검고 흰 것과 널리 분별하는 모든 연기(緣起)의 법을 역시 여실히 앎으로써, 비록 기억함을 잃어버리고 그 나쁜 탐욕ㆍ진심ㆍ분노ㆍ원한ㆍ고뇌ㆍ질투와 속이고 아첨하고 제 부끄러움이 없고 남부끄러움이 없는 나쁜 욕심과 나쁜 소견이 생겨날지라도 마음으로 깨달아서 모두 굳게 머물지 않는다면, 이러한 것을 가리켜 왕으로서 청정한 지혜를 구족하는 것이라 하나니, 이 네 가지 청정한 것이 바로 왕으로서 법다운 행을 부지런히 닦는 것이라 왕이 이 법다운 행을 수행함으로 말미암아 능히 좋은 갈래에 왕생할 수 있는 것이오. 이러한 다섯 가지가 곧 왕의 사랑할만한 법을 꺼내어 발휘할 수 있고 왕의 현재 법과 미래 법의 모든 이익을 꺼내어 발휘할 수도 있는 것이니, 이를테면, 처음의 네 가지는 왕이 현재 법의 이익을 발휘할 수 있고 최후의 한 가지는 왕이 미래 법의 이익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오.
다시 대왕은 알아 두시라. 내가 이미 왕의 과실과 왕의공덕과 왕의 쇠손문(衰損門)과 왕의 방편문(方便門)과 또는 왕의 사랑할 수 있는 법과 능히 그 사랑할 수 있는 법을 이끌어 발휘하는 것을 설했으니, 이 때문에 왕은 마땅히 수학(修學)하여 왕의 과실을 멀리 떠나야 하고 왕의 공덕은 닦아 익혀야 하며, 왕의쇠손문은 멀리 떠나야 하고 왕의 방편문은 닦아 익혀야 하며, 왕의 사랑할 수 있는 법은 사모해야 하고 능히 왕이 사랑할 수 있는 법을 이끌어 발휘해야 함을 받아 지녀야 하오. 대왕이 만약 이러한 것을 수학한다면, 일체의 이익과 안락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다시 행(行)의 차별을 의지하여 세 가지 선비[士]를 세우나니, 이를테면 하등의 선비[下士]ㆍ중등의 선비[中士]ㆍ상등의 선비[上士]가 그것이다. 자기의 이익되는 행이 없고 남을 이익되게 하는 행도 없는 것을 하등의 선비라 하며, 자기의 이익되는 행은 있어도 남을 이익되게 하는 행이 없는 것을 중등의 선비라 하며, 자기의 이익되는 행도 있고 남을 이익되게 하는 행도 있는 것을 상등 선비라 한다오.
다시 네 가지 보특가라(補特伽羅)가 있으니, 혹은 나쁜 짓을 행했지만, 그 나쁜 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중생이고, 혹은 나쁜 행을 좋아하는 것이 있긴 했지만, 나쁜 것을 행하지 않는 중생이고, 혹은 나쁜 행이 있는 동시에 그 나쁜 행을 좋아하는 중생이고, 혹은 나쁜 행도 없고 나쁜 행을 좋아하지도 않는 중생이라, 만약에 모든 나쁜 행이 미래세의 좋지 않는 과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을 믿는 중생으로서 혹시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혹시 방일했기 때문에, 혹시 나쁜 벗을 가까이했기 때문에 나쁜 행을 저질렀다면, 이는 이른바 나쁜 짓을 행했지만, 그 나쁜 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중생이다. 만약에 과거세로부터 나쁜 관습 때문에 모든 나쁜 것을 좋아하며, 그 나쁜 욕심에 끌리는 중생으로서 그가 착한 벗을 친근하기 때문에, 또는 바른 법을 듣기 때문에, 또는 이치대로 뜻 지음을 의지로 삼기 때문에, 그 모든 나쁜 행이 미래세의 좋지 않는 과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을 보고서 스스로가 노력하여 모든 나쁜 행을 아주 여읜다면, 이는 이른바 나쁜 행을 좋아하는 것이 있긴 했지만, 그 나쁜 것을 행하지 않는 중생이다. 만약 이 나쁜 행을 좋아하는 성질이어서 아주 나쁜 행을 여의지 않는다면, 이는 이른바 나쁜 행이 있는 동시에, 또 그 나쁜 행을 좋아하는 중생이다. 만약에 성품 됨이 나쁜 행을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또 능히 나쁜 행을 아주 여읜다면, 이미 이른바 나쁜 행도 없고 나쁜 행을 좋아하지도 않은 중생이다. 이 가운데 나쁜 짓을 행하고 나쁜 행을 좋아하는 자를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나쁜 행이 있긴 했지만, 나쁜 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거니와, 혹은 나쁜 행을 좋아함이 있긴 했지만 그 나쁜 것을 행하지 않는 지를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나쁜 행도 없거니와 또 나쁜 행을 좋아하지도 않는 자를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이 밖에 또 세 가지 선비[士]가 있으니, 첫째는 애욕을 중하게 여기고, 둘째는 사무를 중하게 여기고, 셋째는 바른 법을 중하게 여김이다. 첫째의 것을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것을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것을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다시 세 가지 보특가라가 있으니, 첫째는 그릇된 일로써 자기의 일을 삼고, 둘째는 자기의 일로써 자기의 일을 삼고, 셋째는 남의 일로써 자기의 일을 삼는 것이다. 만약에 나쁜 행을 행하여 그것으로써 살아간다면, 이는 이른바 그릇된 일로써 자기의 일을 삼는 중생이고, 만약에 나쁜 행을 겁내고 착한 행을 수행한다면, 이는 이른바 자기 일로써 자기의 일을 삼는 중생이고, 만약에 남의 일로써 자기의 일을 삼는다면, 이는 곧 보살일 것이니, 첫째의 것을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것을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것을 상등의 선비라 한다.
또 모든 국왕의 세 가지 원만한 것이 있어야 하니, 이를테면 과보의 원만함과 사용(士用)의 원만함과 공덕의 원만함이 그것이다. 만약에 국왕이 부귀한 집에 태어나 수명이 길고 질병이 없고 큰 종엽(宗葉)이 있어서 총명하고 영리한 지혜를 함께 성취한다면, 이는 이른바 국왕으로서 과보가 원만한 것이다. 만약에 국왕이 훌륭한 방편으로써 모든 것을 거둬 가지기 때문에 항상 원만하고도 뛰어난 용맹을 성취한다면, 이는 이른바 국왕으로서 사용이 원만한 것이다. 만약에 국왕이 바른 법을 맡아 지닌다면, 이는 곧 법왕(法王)이겠고, 바른 법에 편히 머문다면 이는 곧 대왕(大王)이겠고, 내궁(內宮)의 왕자와 뭇 신하와 또는 영걸(英傑)이고 호귀(豪貴)한 온 나라 사람들로 더불어 함께 보시를 닦아 복을 심고, 재계를 받아서 금계(禁戒)를 굳게 지닌다면, 이는 이른바 국왕으로서 공덕이 원만한 것이러니, 과보의 원만한 것이란, 과거세 청정한 업의 보를 수용(受用)하는 것이고, 사용(士用)의 원만한 것이란, 현재 법의 사랑할 수 있는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고, 공덕의 원만한 것이란, 역시 미래세에 있어서 그 원만하고 청정한 과보를 수용하는 것이다. 만약에 국왕으로서 이 세 가지 원만함을 구족하지 못한다면, 이를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한다. 만약에 과보의 원만함이 있고, 혹시 사용의 원만함이 함께 원만하다면, 이를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한다. 만약에 세 가지 원만한 것을 모두 다 구족한다면, 이를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다시 세 가지 신하가 있으니, 첫째 충신(忠信)은 있어도 기능(技能)과 지혜가 없는 신하이고, 둘째 충신과 기능은 있어도 지혜가 없는 신하이고, 셋째 충신과 기능과 지혜를 다 갖춘 신하이다. 첫째의 것을 하등의 선비라 하고, 다음의 것을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것을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만약에 충신하지 못하고 기예가 없고, 또한 지혜가 없으면 그러한 신하는 하등의 중생에서도 하등인 줄 알아야 하오.
또 네 가지 말이 있으니, 첫째 친애하는 말이 아닌데도 친애하는 것과 비슷한 말씨이고, 둘째 친애하는 말인데도 친애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말씨이고, 셋째 친애하는 말씨가 아닌 그것이 곧 친애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 친애하는 말씨가 친애하는 것과 같음이다. 모든 말씨와 그 말의 마디마디가 부드럽고 온순하긴 하지만 그러나 고요하지 않는 것이 이른바 첫째의 말이고, 혹은 모든 말씨와 그 말의 마디마디가 불손하고 거슬리긴 하지만 그러나 적당한 것이 이른바 둘째의 말이고, 혹은 모든 말씨와 그 말의 마디마디가 불손하지도 않는 것이 이른바 셋째의 말이다. 혹은 모든 말씨는 그 말의 마디마디가 부드럽고 온순함과 동시에 다 적당한 것이 이른바 넷째의 말이다. 만약에 펼쳐 설하되 친애하는 말씨가 아닌 그것이 곧 친애하는 것이 아니거나, 친애하는 것이 아닌데도 친애하는 것과 비슷한 말씨라면 이것이 바로 하등의 선비이다. 만약에 펼쳐 설하되 친애하는데도 친애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말씨라면, 이것이 바로 중등의 선비이다. 만약에 펼쳐 설하되 친애하는 것이 친애하는 말씨 그대로라면 이것이 바로 상등의 선비라오.
다시 세 가지 받아들이는 모든 욕심이 있으니, 혹은 받아들이는 욕심만이 있어 법이 아닌데도 맹랑하게 재보(財寶)를 쌓아 모음으로써 안락하게 자신과 처자를 바로 기르지 못하고, 또한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복 밭[福田]을 닦아 심지 않는다. 혹은 받아들이는 욕심이 있어 법이건 법이 아니건, 맹랑하건 맹랑하지 않건, 재보를 쌓아 모음으로써는 능히 안락하게 자신과 처자 권속과 또는 친구들을 바로 기르기만 하고 역시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복 밭을 닦아 심지 않는다. 혹은 받아들이는 욕심이 있긴 하되 한결같이 법답게 또는 맹랑하지 않게 재보를 쌓아 모아서 능히 안락하게 자신을 바로 그리고 또한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복 밭을 닦아 심는지라, 이 세 가지 중에 첫째의 것을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것을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것을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다시 세 가지 사람이 있으니, 첫째 어떤 사람은 음식에 탐염(貪染)하고 애착하여 싫증이 나게까지 먹고 또한 술에 취해 떨어지면서도 허물을 보지 않고 벗어날 줄을 모른다. 둘째 어떤 사람은 음식을 생각하고, 선택해 먹어서 탐염하지 않고, 애착하지 않고, 싫증이 나게 먹지도 않고, 애착하지 않고, 싫증이 나게 먹지도 않고, 까무러치도록 탐내어 취하지 않으며, 깊이 그 허물을 보고서 벗어날 줄을 잘 알면서도 이 음식을 끊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셋째 어떤 사람은 생각하고 선택해 먹어서 탐착하지 않고, 내지 그 허물을 깊이 보고서 벗어날 줄 잘 알 뿐더러 또 이 음식을 이미 끊고 이미 아나니, 첫째 사람들을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중등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상등의 선비라 한다.
다시 보시하는 물건에 의지하여 세 가지 사람이 있는 것을 설하겠다. 첫째 어떤 사람은 그 보시하는 물건이 있어서 다만 아름답고 묘한 냄새를 갖출 뿐, 아름답고 묘한 맛과 닿음은 갖추지 않는다. 둘째 어떤 사람은 그 보시하는 물건에 있어서 아름답고 묘한 냄새와 맛을 갖출 뿐 묘한 닿음은 없으며, 셋째 어떤 사람은 그 보시하는 물건에 있어서 아름답고 묘한 냄새와 맛과 닿임을 다 구족하나니, 첫째의 사람을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상등선비라 한다오.
다시 그 보시하는 밭에 의지하여 세 가지 사람이 있는 것을 설하겠다. 첫째 어떤 사람은 사랑에나 은혜에 대해 보시를 행하고, 둘째 어떤 사람은 빈궁하고 고통을 겪는 밭에 대해 보시를 행하고, 셋째 어떤 사람은 모든 공덕을 갖춘 가장 수승한 복 밭에 대해 보시를 행하나니,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 여기에 또 차별이 있으니, 사랑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을 하등 선비라 하고, 은혜 있는 이에게 보시하는 것을 중등의 서니라 하고, 빈궁한 이와 고통을 겪는 이에게 보시하거나 공덕을 갖춘 수승한 복 밭에 보시하는 것을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또 보시하는 마음을 의지해 세 가지 사람이 있는 것을 설하겠다. 첫째 어떤 사람은 장차 보시하려고 하면 먼저 마음이 기쁘다가도 바로 보시할 때에 가선 그 마음이 청정하지 않고 보시하고 나선 곧 다시 후회하게 된다. 둘째 어떤 사람은 먼저 마음이 기쁘고 보시할 때에도 마음이 청정하다가 보시하고 나선 후회하게 된다. 셋째 어떤 사람은 먼저 마음이 기쁘고 보시할 때에도 마음이 청정하고 보시하고 나서도 후회가 없나니,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선비를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다시 계율을 받아 지니는 복된 사업에 있어서 세 가지 사람을 성립하나니, 첫째 어떤 사람은 다만 1분(分)을 여의고 일체 때를 여의지 못하면서 항상 멀리 여의기는 하되 스스로가 멀리 여읠 뿐, 남을 여의게끔 권하지 않고 찬미(讚美)하지도 않고, 법을 같이하는 이를 보고는 마음으로 기뻐하지 아니하나니, 이러한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한다. 둘째 어떤 사람은 일체 분을 여의고, 일체 때를 여의기도 하되, 스스로만 이 멀리 여읠 뿐, 다른 사람을 권하지 않고 찬미하지도 않고, 법을 같이하는 이를 보고는 마음으로 기뻐하지 아니하나니, 이러한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한다. 셋째 어떤 사람은 일체 분에서나 일체 때에 함께 나타나니, 이러한 사람을 가리켜 산등 선비라 한다오.
또 금계(禁戒)를 받아 지니는 처소에 있어서 세 가지 사람을 성립하나니, 첫째 어떤 사람은 나쁜 설법의 비나야(毘奈耶) 가운데 머물러 금계를 받아 지니며, 둘째 어떤 사람은 착한 설법의 비나야 가운데 머물러 금계를 받아 지니긴 하되 결함이 있으며, 셋째 어떤 사람도 곧 여기에 머물러 금계를 받아 지니는데, 그러면서도 결함이 없나니, 이 세 가지 가운데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또 금계를 받아 지니는 마음에 있어서 세 가지 사람을 목숨을 살리기 위해 금계를 받아 지니며, 둘째 어떤 사람은 하늘에 태어나기 위해 금계를 받아 지니며, 셋째 어떤 사람은 열반을 하기 위해 금계를 받아 지닌다. 이 세 가지 중에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둘째의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셋째의 사람을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또 따로따로 해탈하는 계법[別解脫律儀]을 받아 지니는 데에 세 가지 사람이 있는 것을 설하겠다. 첫째 어떤 사람은 다만 근주하는 법계[近住律儀:집에 있는 불제자인 우바새와 우바이가 받아 지니는 계법만을 받아 지니며, 셋째 어떤 사람은 능히 비구의 계법을 다 받아 지니나니,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또 비구의 제법을 받아 지니는 데에 세 가지 사람이 있는 것을 설하겠다. 첫째 어떤 사람은 다만 구족계 갈래[具足支]를 받아 성취할 뿐, 법에 따른 모든 배울만한 곳의 갈래[學處支]를 받음이 없고, 다른 사람의 마음 갈래를 따라 수호함도 없고 받는바 모든 배울만한 곳의 갈래를 따라 수호함도 없다. 둘째 어떤 사람은 앞의 세 가지 갈래는 성취하되 뒤의 한 가지 갈래가 없다. 셋째 어떤 사람은 네 가지 갈래를 다 갖춰 성취하나니,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이르되,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또 세 가지 사람이 있으니, 첫째 어떤 사람은 다만 따로따로 해탈하는 계법을 성취할 뿐이고, 둘째 어떤 사람은 따로따로 해탈하는 선정과 계법을 성취하고, 셋째 어떤 사람은 따로따로 해탈하는 선정과 번뇌 없는 세 가지 계법을 성취하나니,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 또 세 가지 사람이 있으니, 첫째 어떤 사람은 계법이 아니거나 계법 아닌 것에 해당하는 그 받은 바의 계법을 성취할 뿐이다. 둘째 어떤 사람은 역시 성문(聲聞)에 상응되는 받은바 계법을 성취한다. 셋째 어떤 사람은 역시 보리살타(菩提薩埵)의 받은바 계법을 성취하나니,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다시 사유(思惟)를 닦아 익히는 방편에 의지하여 세 가지 사람들 성립하나니, 첫째 어떤 사람은 다만 노력하여 운전하는 사유를 얻을 뿐이고, 둘째 어떤 사람은 간격 있는 운전으로부터 설령 간격 없는 운전을 얻을 지라도 요컨대, 공용(功用)을 일으켜야 바야흐로 운전할 수 있고, 셋째 어떤 사람은 이미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는 사유를 성취하나니, 첫째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또 이미 닦아 얻은 그 차별에 의지하여 세 가지 사람을 성립하나니, 첫째 어떤 사람은 이미 속마음의 사마타선정[奢摩他定]을 얻었으나, 아직 증상(增上)한 지혜의 법인 비바사나(毘婆舍那)를 얻지 못했다. 둘째 어떤 사람은 이미 증상한 지혜의법인 비바사나는 얻지 못했다. 둘째 어떤 사람은 이미 증상한 지혜의법인 비바사나는 얻었으나, 아직 속마음의 사마타 선정을 얻지 못했다. 셋째 어떤 사람은 두 가지를 함께 얻은지라, 첫째의 사람을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또 세 가지 사람이 있으니, 첫째 어떤 사람은 이미 머트러운 생각도 있고 세밀한 생각도 있는 삼마디[三摩地]를 얻었으며, 둘째 어떤 사람은 이미 머트러운 생각은 없고 세밀한 생각만이 있는 삼마디를 얻었으며, 셋째 어떤 사람은 이미 머트러운 생각도 없고 세밀한 생각도 없는 삼마디를 얻은지라,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그 다음의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맨 뒤의 사람을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또 머물러 닦는 그 차별에 의지하여 세 가지 사람을 성립하나니, 첫째 어떤 사람은 더럽힌 선정에 머물고, 둘째 어떤 세간의 청정한 선정에 머물고, 셋째 어떤 사람은 번뇌 없는 선정에 머무는지라, 첫째의 사람을 가리켜 하등의 선비라 하고, 둘째의 사람을 가리켜 중등의 선비라 하고, 셋째의 사람을 가리켜 상등의 선비라 한다오.”
『왕법정리론』 1권(ABC, K0574 v16, p.212a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