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웹툰들을 소개하게 되었다. 두 해 전에 한국 웹툰들을 소개하는 글을 쓸 때에도 말했지만, “부디 이 글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빈다.” 분명히 말해두겠지만, 웹툰들을 고르는 기준은 내가 직접 본 것(그리고 내가 마음에 들어한 것)인지 아닌지이며, 따라서 여러분은 내가 소개한 웹툰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다.
- 1. <동네 변호사 조들호> : 법과 변호사의 세계, 그리고 변호사들이 다루는 일들을 통해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그려내는 웹툰. 변호사와 법에 환멸을 느끼시는 분들은 이 웹툰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 2. <위나암림> : 고구리(高句麗)의 일곱 번째 태왕(太王)이었던 고수성(시호 차대왕)의 이야기를 담은 웹툰. 전쟁영웅이자 뛰어난 신하였던 수성이 권력에 눈을 뜨고 그것을 탐내면서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를 그린 비극이다.
- 3. <전자오락 수호대> : 전자오락, 그러니까 게임을 뒤에서 조종하고 조절하는 비밀 요원들이 있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를 모른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웹툰. 한물 간 옛 게임에 나오는, 용사 같지 않은 용사를 몰래 도와주며 고생하는 비밀요원이 주인공이다.
게임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주먹보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너무 바보스럽고 착한 용사와, 그 용사를 도우며 자신이 좌천된 까닭을 알아내려고 애쓰는 주인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고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지금 세상을 휩쓸고 있는 게임과는 다른 게임의 세계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4. <삼별초> : 참고로 이 웹툰은 -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므로 - 열아홉 살 이상인 사람, 그러니까 어른인 사람만 볼 수 있다. 고리[高麗] 무신정권의 충견이었다가 몽골의 침략에 맞서 싸운 마지막 전사로 탈바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리 사람의 눈이 아니라 몽골 군인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 그리고 늙어버린 몽골 군인이 옛 일을 돌이켜보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이 - 흥미롭고 신선하다.
- 5. <조국과 민족> : 고문과 공작원 조작이라는 국가의 폭력과, 그것을 허용(!)한 한국 현대사를 비판/고발하는 웹툰. 웬만한 현대사 교과서보다도 더 유익하고 훌륭하다.
솔직히 말하라면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웹툰도 많고, 그것들 가운데에는 이 글에 소개한 것 못지않게 훌륭한 작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모든 웹툰을 다 헤아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부디 그 점은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
- 한국 웹툰이 튼튼한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그 가지는 세계로 뻗어가기를 바라는 … 웹툰 작가 지망생 잉걸이 몇 자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