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 앞에 무릎 꿇은 스님들이 많다.” ‘청정한 바른 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 우희종(56·면역학과) 교수는 조계종단의 권력 집중을 비판했다. 지난 11월 5일 서울대 수의대학 연구실에서 우희종 공동대표를 만났다. 특히 우 공동대표는 지난 9월 송담 스님의 종단 탈퇴를 그저 바라볼 뿐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승려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씁쓸해 했다.
“송담 스님은 선종을 표방하는 한국 불교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런 분이 탈종한다는 건 조계종에 큰 문제가 있음을 말한다. 탈종을 통해 종단이 자정과 참회에 나설 것을 주문했는데,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승려가 보이질 않는다. 도법 스님에게 기대를 했는데, 자성과 쇄신을 하겠다고 총무원에 합류한 뒤 기득권의 바람막이가 된 것 같다. 재가불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돈과 권력을 장악한 총무원 집행부를 향해 스님들이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우 공동대표는, 자승 총무원장이 이끄는 조계종 총무원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도박, 폭력, 금품수수 등 일반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고스란히 종단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우 공동대표가 우려하는 건 또 있었다. 그는 “총무원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불교 고유의 수행 영역까지 세속화가 시도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종단에도 일탈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행집단의 근간을 세속에 물들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수행승들이 이끌어온 법인들을 총무원이 통제하겠다고 종법을 만들었고 일부 사찰에 측근 승려를 내려보냈다. 수행승 일부는 권력과 타협하기까지 했다.”
우 공동대표는 총무원장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총무원장이 중앙종회까지 장악하게 되면 전횡이 가능하다. 종단의 지배구조 자체를 바꿔서 총무원장 권력과 수행집단이 대등한 입지를 갖도록 해야 한다. 현 총무원 집행부가 사퇴, 이런 방향의 개혁에 한발 다가서기를 요구한다.”
그는 자승 총무원장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른바 종단 내 야당진영도 정치적 대결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조계종에선 자승 총무원장이 포함된 ‘불교광장’이 여당, 영담·명진 스님이 포진한 ‘삼화도량’이 야당이다. “종단에 여야로 얘기되는 종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갈등의 씨앗이다. 야당 스님들도 입장만 다르지 기득권과 똑같은 행태가 많다. 개혁에 특정 종파가 나서면 단순한 세력싸움으로 비쳐진다. 정치적 욕심이 없는 수좌 스님들이 나서 개혁을 추동해야 한다.”
우 공동대표는 자승 총무원장에 대해 “선한 분이지만 권력 앞에서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자승 원장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종교집단의 상장이자 대표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 선종의 법맥을 잇는 큰스님이 탈종을 선언한 뒤 자승 원장이 보인 소극적 태도도 실망스럽다.” 자승 원장은 지난 9월 송담 스님이 있는 인천 용화사를 찾아 탈종계를 반려하고 돌아왔을 뿐, 송담 스님을 만나지 못했다. 송담 스님은 탈종 선언 이후에도 매달 초의 용화사 법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 공동대표는 “송담 스님은 종단이 개혁을 완수해도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불자들은 부처님 말씀을 배우고 따른다. 종단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눠서 봐야 한다. 불교가 마치 조계종 또는 총무원과 동일시 취급되는 건 잘못이다.”
우 공동대표는 서울대 교수불자 모임인 ‘불이회’의 부회장 자리도 맡고 있다. 그는 생명과학을 전공하면서 불자가 됐다고 했다. 우 교수는 11월 말 “조계종 총무원의 거버넌스 체제의 변화”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