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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칼럼] 제자리 돌려놓지 못하면 무슨 소용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난지 2주의 시간이 흘렀다. 18% 가까운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야 “반성하겠다”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정부가 잘못했다’거나 ‘반성하겠다’는 말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서 대다수 국민과 야당을 ‘공산전체주의’로까지 몰아갔던 대통령이 처음으로 반성의 뜻을 밝힌 것이다.
“국민은 늘 옳다.”
“이념논쟁을 멈추고 민생에만 집중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당부했다는 말들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지난 1년 반 동안 다른 누구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은 늘 옳다’ ‘이념논쟁 멈추고 민생에만 집중하라’고 명령해왔다. 이제 와서 참모진을 탓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유체이탈이야말로, 대통령이 여전히 충분히 반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퓨전한식 밥만 먹고 헤어진 윤심통합위
윤석열 대통령이 ‘반성’을 이야기한 현장은 여당 지도부와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모두 모은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여당 인사들에게 국민통합위원회에서 제안한 사항들을 열심히 공부하라며 참석 의원들에게 위원회에서 발간한 책자도 직접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통합위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대체 무엇을 제안헀는지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조차 없다. 여당 의원들에게는 한 부씩 챙겨줬다는 그 책자가 국민통합위원회의 홈페이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통합위원회가 한 일은 선거에서 지고 난 후 대통령과 정부여당 인사들 모아 퓨전한식 만찬한 것이 전부다. 이 정도면 국민통합이 아니라 윤심통합위원회라 할 만 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성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라면, 말뿐인 반성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1년 반,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이 많고 많지만, 우선 필자는 5가지만 짚고자 한다.
가장 먼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출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도쿄전력 용산지사장 노릇을 멈추고, 오로지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해 일본에 핵오염수 방출 중단을 요구해야 할 때다. 일본이 며칠 전 2차 방출 계획을 발표했을 때 , 대한민국 정부는 안전 검사를 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참으로 황당한 정권이다. 적어도 안전 검사를 하고 있으니 2차 방출은 그 다음에 하라고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제라도 일본 도쿄전력의 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편에 서서 국정을 운영할 것을 촉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17.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핵오염수 방출, 홍범도 동상, 이태원 참사, 사정통치, 언론장악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이념전쟁 멈추고 민생에 집중하려면 홍범도 장군 흉상부터 다시 제자리로 모셔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민식 보훈부 장관,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 뉴라이트 출신 극우인사들을 모두 국정운영에서 배제해야 한다.
세 번째, 이태원 참사 유가족, 오송 참사 유가족을 만나 진심으로 사죄하고 유가족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다가오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그간 정부의 잘못과 무책임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용해야 한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 유가족이 피끓는 마음으로 요구해왔던 생명안전기본법도 반성의 뜻을 담아 수용해야 할 때다.
네 번째,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하는 사정통치를 중단해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이번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생’과 ‘국민통합’이라는 두 가지 기조를 밝히지 않았는가. 민생을 위한 협치, 국민통합을 위한 첫걸음은 검찰과 감사원과 손잡고 야당과 시민사회를 겁박하는 정치가 아니라, 야당과 시민사회를 정치 파트너로 대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날리면’ 사태 이후로 시작한 언론장악을 중단해야 한다. 권력에 달콤한 말만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윤석열 대통령 빼고 모두가 알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보수언론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지경이다. 이제 보수언론들도 공산전체주의세력 추종자라고 몰아붙이실 것인가?
제자리로 돌려놓지도 못하면 그게 무슨 반성인가
언론이 자기 할 일 못하게 막아도 민심은 바뀌지 않는다. 언론장악했던 이승만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결국 국민을 끝내 이길 수는 없었다는 걸 반드시 되새겨야 한다.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시도야말로 전체주의적이며, 언론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이들이야말로 민주주의 수호자들일 것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경질부터 시작하라.
이 다섯가지 과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1년 반 사이 망가뜨린 ‘국가의 기본’을 복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전보다 더 나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금껏 합의해온 최소한의 보편적 가치를 제자리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그래야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또 진심으로 국민통합을 위한 의지가 있다면 앞서 5가지를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 그것만이 말뿐인 반성이 아니라, ‘국민은 늘 옳다’는 그 깨달음을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출처 : 윤 대통령, 반성이 진심이라면 바로 잡아야 할 5가지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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