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이백세 번째
땡감 예찬
<단감 영감, 땡감 영감>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단감 영감은 마음씨가 착하고, 땡감 영감은 심술궂다고 합니다. 땡감 영감은 땡감 하나도 아깝다고 배고파 찾아온 까치에게 장대를 휘두릅니다. 땡감은 덜 익어 떫은맛이 나기에 그리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땡감은 그냥 먹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땡감을 얻어다가 보리 쌀독에 묻어 두었습니다. 그렇게 숙성시켜서 제게 먹이셨습니다. 모든 생물은, 인간도 그렇지만,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이재무 시인이 <땡감>을 노래합니다. “여름 땡볕 / 옳게 이기는 놈일수록 / 떫다 / 떫은 놈일수록 / 가을 햇살 푸짐한 날에 / 단맛 그득 품을 수 있다 / 아, 둘러보아도 둘러보아도 / 이 여름 땡볕 세월에 / 땡감처럼 단단한 놈들이 없다 / 떫은 놈들이 없다.” ‘옳게 이기는 놈일수록 떫다’라며 땡감을 찬양합니다. 떫은 놈일수록 병충해에 강하답니다. 그렇게 고난과 시련의 세월을 통해 단맛을 품게 되는데 요즘엔 떫은 놈들이 없다고 한탄합니다. 떫은 세월을 겪지 못해, 그래서 달콤한 홍시가 되지 못하고 여전히 그냥 떫기만 하다고 도끼눈을 합니다. 포도는 으깨어지고 발효되고 세월을 견뎌내야 좋은 포도주가 됩니다.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를 거치는 겁니다. 땡감은 땡볕 속에서 그런 과정을 거치는데 시인은 그렇지 못한 세상을 염려하는 겁니다. 어떤 분이 그랬습니다. 배우지 못해 배고픈 사람들은 빵을 훔치지만,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은 나라를 훔친다고 했습니다. 성장만 하고 성숙하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성장 일변도의 세상에는 도덕률이 없습니다. 이익만을 추구하지요. 요즘 감나무마다 불볕더위에 익어가는 감들이 탐스럽습니다. 홍시를 얻어다 냉장고에 두었다가 내년 여름 시원하게 먹어볼까, 꿈을 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