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모친께서 오셨습니다.
작년과 똑같이 보따리 보따리 낑낑 끌고 오셨습니다.
아버지가 머물다 오실 때나
동생이 잠시 다녀갈 때
꼭, 제 보다 젯밥에 관심이 더 있는 건 아니지만
아주 아니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ㅋ
어릴 적 받았던 [과자종합선물세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었죠.
태생이 식탐이 없는지라 그걸로 동생과 쌈박질을 한 적은 없지만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상자였습니다.
어른이 되더니
이제 이런 것들이 그 기분을 재연해 냅니다.
이번엔 막내 동생이 언니들과 형부들, 오빠와 조카들 것을
꼼꼼히 챙겨 보냈습니다.

지갑, 비타민, 에센스, 크림, 링클크림, 팩트새도우 두 개, 크림새도우 한 개,
립스틱, 립글로스, 마스카라, 메니큐어.
엄마 귀국 환영 조촐파티로 온 가족 모여 저녁을 먹고 돌아와
딸년과 함께 신경전을 벌입니다.
이건 엄마 거야.
아냐, 내 거야.
이 립스틱은 니가 바르긴 너무 진하잖아?
누가 엄마처럼 진하게 발라? 콕콕 찍어 펴 바르지.
니 립스틱은 거기 들었잖아. 립글로스랑 니 봉다리에 똑같이 있구만.
이 마스카라도 내거 아닐까?
니 봉다리에 하나 또 있잖아.
그래도 이건 파우치에 갖구 다니려구.
넌 크리니크 풀 세트도 받았잖아.
아니야, 이모가 나한테 보낸 거 같아.
전화해서 물어볼까? 전화기 줘 봐.
싫어. 엄마 전화기로 해. 어떻게 딸 전화로 국제전화를 걸려고 해?
니 전화요금 니가 내?
정액제 아냐? 다 쓰면 나 쓸 거 없어. 엄마 전화로 해.
엄마 전화기 여기 없잖아.
갖다 줄게.
여우같은 기지배.
..
전화를 걸어, 보낸 사람이 정해 준대로 사이좋게 나눠 갖습니다.
딸년 화장대 서랍은 보물창고라 내 화장품 보다
쌓인 게 두 배는 더 많음에도 욕심을 냅니다.
선물 받은 순서대로 메모를 붙여 정리하고(의외로 꼼꼼한)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 중입니다.
제 아빠한테도 뚜껑을 열지 말 것을 신신당부 합니다.
공기 들어가면 오래 보관할 수 없다면서.
근처 백화점엘 가면 똑같은 것들 모두 살 수 있는 물건들이지만
혈육이 챙겨보낸 선물에 애착이 큽니다.
조카며느리한테(내 올케) 가방을 선물 받은 팔순의 고모는 말씀하십니다.
"지금야 여기나 거기나 매한가지지만
옛날엔 미국놈들 건 똥 마저도(잘 먹어서 거름도 좋으니까) 좋다고 했지.
조카며느리한테 선물 받으니 늙어도 좋구나."
엄마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
답례로 동생과 꼬맹이 조카들 선물을 채워줘야 합니다. 기꺼이!
내 혈육들은 한국에서 온 선물에 똑같이 좋아하겠지요.
무엇을 사 보낼까 한참 고민해얄 것 같습니다.
혈육을 기쁘게 할 행복한 고민입니다.
첫댓글 어릴적
세트 가지고 형제분과 쌈박질 안하는 대신 따님과 화장품세트 가지고 옥신각신하시는군요. 


보내오고 보내주고 하는 피붙이가 부럽습니다.
그러게 말야. 어려서도 먹을 거 같구 싸워본 적 없는데 이런 걸로 딸년이랑 쌈박질 하네




저도 낼모래 미국에 놀러간 큰올애비가 들어옵니다...물론...
같은건 기대도 하지 않지만...넉
만에 얼굴 보는데...얼굴이 반가울지...보따리가 궁금한지...원...

아무리 풍족한 시대이지만... 반가운 분과 함께 온
을 받는다는 건 더욱 기쁜 일인것 같아요


따님과의 옥신각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