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6.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8월 24일)
기억하리라. 2023년 8월24일. 일본의 '반 인류 범죄의 날'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반성 없는 역사왜곡으로 78년을 지내온 일본이 다시 인류의 연결고리인 바다에 핵쓰레기를 방류했다. 그 일본이 끝내 지구 해양생태계와 인류의 건강에 큰 위험을 초래할 일을 저질렀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오늘 오후 1시를 기해 오염수 1t을 바닷물 1200t으로 희석해 미리 대형 수조에 담아 놓았던 혼합물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앞서 기시다 정부는 22일 핵 오염수 방류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이날 방류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해양 방류를 핵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며,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로부턴 12년이 좀 넘는다.
핵 오염수 해양 방류가 전 지구적 해양 환경과 인류 건강에 당장은 물론, 중, 장기적으로 어떤 위험을 얼마나 초래할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검토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인류와 지구를 상대로 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전개 상황에 따라서는 훗날 수 없는 이웃 나라 국민을 참화에 몰아넣은 일제의 전쟁범죄에 이어, 그것에 못지않게 인류를 향해 일본이 저지른 또 하나의 범죄로 기록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만,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막지 못하는 오늘이 한스러울 뿐이다.
일본 정부는 방류 기간을 30년 정도로 잡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방류 작업이 언제 끝날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조차도 모른다는 점이다. 오염수가 계속해서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사고 원전의 폐로(해체) 작업이 완료돼야 오염수의 추가 생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으나, 일본 정부의 '2051년 폐로 완료' 목표는 물 건너갔고 지금은 예상 시점도 못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폐로 작업 과정에서 오염수가 추가로 나오고 빗물과 지하수 유입을 통해 매일 발생하는 오염 수를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100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일부 한국 언론들은 엉뚱한 소리들을 한다. 그동안 일본 정부의 무책임하고 신뢰할 수 없는 행태에도 비판보다는 ‘다시 한번 일본을 믿어 보자’는 식이다. 방류를 용인한 한국 정부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도 없다. 국민의 생계와 생명이 걸린 외교, 국제적 문제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수많은 어민과 수산업자들의 목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는다.
세상을 그렇게 비극적으로 돌아가는 데, 나는, 아침에 비가 그치자, 산책을 오랫동안 했다. 황토길을 찾아 맨발 걷기도 50분이나 했다. 돌아 오는 길에 나팔꽃을 만났다. 안도현 시인은 "메 꽃과 나팔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팔꽃은 외국에서 들여온 꽃이지만, 메 꽃은 우리나라 산천 어디에서나 스스로 자란다. 나팔꽃 잎사귀는 둥근 하트 모양이지만, 메꽃 잎사귀는 길쭉한 쟁기처럼 생겼다. 들길에서 나팔꽃과 비슷한 연분홍 꽃을 만났다면 메꽃이라고 보면 된다. 시집살이로 고생하는 며느리를 “기름진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로 위로하는 조선시대 시조도 있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메꽃과 호박꽃을 들기도 했다. 키 큰 명아주 줄기를 타고 메꽃이 한 송이 불을 밝혔다. 그 존재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한, 참으로 아득한 것이다. 무욕 무취의 세계는 메꽃을 닮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나팔꽃'/정호승
한쪽 시력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 위에 놓아둔 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꾸 웃으시는 아버지
나도 한 눈을 감고, 나팔꽃처럼 웃고 싶은데, 세상의 소식들이 너무 어둡다. 지성용 신부님은 페북에서 "이제 바다에 핵폐수가 유입되면 바다는 시퍼렇게 멍들고 물 속에 사는 모든 것들이 병들게 될것이다. 이것은 단지 한국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잠시 후 전 세계적인 재앙이 될 것이다. 인류는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걷게 될 것이란 말이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 지 신부님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였다. "우리는 민중을 위해 살아간다고 늘 말해왔지만 그 민중들의 배신으로 어처구니 없는 자들에게 권력을 쥐어 주고 매일매일 이런 분노와 우울에 갇혀 버리고 만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은 그만해야 한다. 이제는 여럿이 함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며칠 전 이렇게 말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폐기수 해양 투기를 앞두고 자국 어민 피해 보상 기금으로 300억 엔을 책정했답니다. 우리 정부에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있었다면, 일본 정부에 우리 어민의 피해 보상도 요구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정부는 일본 정부의 핵폐기수 해양 투기를 전폭 지지해 놓고, 우리 어민의 피해는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식민지 지배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식민모국 국민이 입을 피해를 ‘식민지 주민’들에게 떠넘긴 데에 있습니다. 지금이 ‘식민지 시대’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식민지 시대를 겪지 않은 나도 이런 게 나라 잃은 아픔이겠구나 하고 상상이 된다.
언론이 쉬쉬하고 있지만 모든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나라 살림 거덜 나고 있는데 대통령이라는 자는 그저 “굳/건/한/한/미/일/안/보/동/맹”, 열 글자를 되뇌며 사방팔방 헤매고 다닌다. 그에게 천하의 중심은, 천하의 전부는 일본과 미국뿐이다. 일본을 위해서라면, 미국이 원하는 것이라면 살을 베고 뼈를 깎고 제 발등을 찍어서라도 아낌없이 남김없이 바칠 태세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발전이 두 나라 손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므로 앞뒤 가리지 않는다.
다음은 지난 5월에 신부님들의 시국 선언에 담긴 내용이다. 지금 이 다짐이 필요하다. "너도나도 주인 되고 서로를 세워주려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야 평화가 온다." 자기들끼리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걸 좋아 하는 자들은 ‘그들의 나라’를 고집하고, 모두 함께 고루 살자는 민중은 ‘우리 모두의 나라’를 동경한다. 하나는 폭력으로 유지되는 나라, 다른 하나는 생명력을 발휘하는 나라다. 폭력은 억누르는 힘이고, 생명력은 살리고 모시고 키우는 힘이다. 역사상 두 힘은 언제나 거대한 충돌을 일으켰다. 승리는 대개 폭력의 차지였으나 구원은 언제나 생명력의 몫이었다.
‘그들의 나라’일 때 우리는 쇠했고, ‘우리 모두의 나라’일 때 우리는 흥했다. 저 홀로 세상 주인이 되려는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나라는 병들고 전쟁이 온다. 너도나도 주인되고 서로를 세워주려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야 평화가 온다. 힘센 이가 힘없는 이를 누르고 짓밟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만 살아남는 나라가 아니라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나라, 자기 안위만 찾는 지도자의 나라가 아니라 지혜롭고 착한 사람이 다스리는 떳떳한 나라가 일어선다. 그러므로 이대로 주저앉지도 물러서지도 말자.
이 글을 쓰면 나도 불편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나를 인문운동가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천박한 물신주의와 인간의 가치를 인격이 아닌 기능에서 찾으려 하는 비인간화라는 시대적 질병을 앓고 있다. 이 질병의 약은 '인문정신', 즉 인문적 가치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삶의 자리에서 되살리자는 것이다. 그 역할이 인문 운동가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 정신이란
-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 균형 잡힌 역사의식,
- 온고지신의 지혜로움,
- 관용과 책임 있는 공동체 의식이다.
#인문운동가박한표 #우리마을대학 #복합와문화공간뱅샾62 #나팔꽃 #정호승 #핵오염수_방류 #반인류_범죄의_날
( 옮겨온글 밴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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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두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사반대합니다
행밤~^^
감사합니다
1떵 ㅎ
ㅠㅠㅠ
드뎌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시잓했군요 나쁜 사람들 내일부터 생선은 절대 사먹지않기
어떻게 해서든 멈출수
있게 해봐야 되지
않을까요
나라일 하시는 분들!!
저도 일본 후꾸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사 반대합니다
계명성님
잘 올리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굿밤 되십시요
ㅎㅎ
이덩
감사합니다
맛저는 하셨나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굿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