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21. 바이러스 이후의 길. 유낙준주교.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희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준다. 내가 도와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붙들어준다(이사야41:10). Do not be afraid – I am with you! I am your God – let nothing terrify you! I will make you strong and help you; I will protect you and save you.”
바이러스 위기 이후의 길을 제시하는 성공회 성聖 나눔의집
“우리 사회가 어떤 느낌이었어요?” 라는 제 질문에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Ranger 대학의 Yong Park(박용희) 정치학교수가 이러한 대답을 하셨습니다. “제 소견이니 너무 일반화하시지 마시고 참고할 정도로 여기시는 자료수준에서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과학기술의 발전에 비하여 어떤 점에서는 사회가 너무 뒤틀려서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를 모르는 면이 보이기도 해요. 이를테면 바이러스의 감염을 줄이기 위해 백신을 맞는 순서를 젊은이보다 면역력이 적은 어르신부터 한 것은 의학적이라 여겨요. 그리고 군인에게 백신을 맞는 것도 국방적인 근거가 확실해요.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선을 강조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백신을 맞을 사람이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군을 우선으로 했다면 더 의학적이고 더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요? 교사나 성직자처럼 가르치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백신을 맞을 사람으로 선정하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을 중심으로 결정하는 사회가 더 효율적인 사회가 아니겠어요?”
천안 미죽초등학교서 함께 공부하다가 중간에 전학간 박용희를 50년만에 만나서 더 우리 사회에 대한 소회를 나눴습니다. “물론 경쟁적인 길만을 강조하는 밑줄 치는 것에 익숙한 학교이다보니 교회조차도 밑줄 쫙 천국이라는 말처럼 외워서 천국을 간다는 교리를 선전하는 경쟁속의 교회가 되었기에 급변하는 사회에 부적응하는 사람에게 교회는 눈을 돌리지 못했어요. 몸소 사랑으로 사신 예수님의 삶을 한참이나 뒤틀리게 한 모습이 교회에 있지요. 승리를 외치는 교회가 경제개발시기의 한국사회와 맞물리면서 교회의 참가치를 잊어버린 듯 해요. 승리를 외치는 교회이기보다는 교회는 적어도 망가진 마음을 살피고 소중함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다가갔어야 했어요. 보잘 것 없이 사는 사람도 귀한 가치를 가진 대접받을 사람이라고 알려주는 교회를 사람들은 원하지요. 경쟁서 승리하는 효율성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한 인간의 가치를 돌보는 성공회가 작은 교단이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교회라 좋아요. 그러한 점에서 성공회 나눔의집은 한국사회의 인간가치의 심장이라 여겨요.”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가 백신처방으로 약화되면서 사회가 일정 정도 정상성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온 인류를 흔들어버렸어요. 그래서 비이커에 불순물을 담아 흔들면 잠시 후에 가라앉은 모습을 보면서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되지요. 바이러스가 우리를 흔들어서 제대로 사는 길을 가르쳐 주었어요. 정상적으로 사는 듯한데 감흥이 없고 더 외로워지고 사랑도 잘 느끼지 못한다면 자신을 강하게 한번 흔들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 자신의 문제가 정확하게 알게 되어 모르고 사는 게 아니라 알고 사는 길이 열리게 되지요. 자신이 진정으로 무얼 원하는지를 알고 사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거예요. 우리 사회가 그러하기를 바래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길이 바이러스 이후의 길이길 바래요.”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한국교회의 심장인 우리 성공회가 나아갈 길이라면
* 현재의 교회공간이 더 영적인 공간으로 변했으면 해요. 같은 공간이라도 말씀에 젖은 공간, 성령에 젖은 공간, 기도가 넘치는 공간으로 성당이 서로를 지지하고 돕고 돌보는 공간이려면 성도들과 사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준비해야 해요.
* 이를 위해서 지속적인 바이러스 이후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해요. 위기에 대처하는 에수님은 위기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셨는지를 공부하는 거지요. 교회의 리더들의 작은 공동체인 교회위원들의 공동체가 강한 믿음의 공동체로 일단 기도모임을 강화해야 해요.
* 사제와 교회위원성도들의 힘과 정신이 위기이후의 영적인 삶을 고양할 것에 집중해야 해요. 교회는 세속적이지 않은 특징이라면 영적인 삶이예요. 성령의 인도하심에 맡기는 삶이거든요. 교회위원들의 소공동체를 강화할 믿음이 필요해요.
* 신앙의 기본기에 충실해야 해요. 흩어진 개인을 공동체에 결속하여 교회로 서는 것이 신앙생활이예요. 그러려면 아침기도(새벽기도)에 교회위원성도들로부터 집중해야 해요. 이번 바이러스로 인해 신도가 늘고 봉헌금이 늘어난 곳은 조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진 교회였어요. 주중에 두 번이상 성당에 나와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 어르신 성도들이 성당에서 무너지는 영적인 삶을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기도를 바친 거예요. 남녀노소 모두가 기도모임을 활성화할 계획을 실행하여야 해요.
* 신앙생활은 전례적이면서 창조적이게 만들거든요. 전통적인 성무일과를 기반으로 하면서 성령이 준 선물인 창조적인 길로 과감한 변신을 꾀해야 해요. 바이러스 이후와 똑 같은 신앙생활로 간다면 교회는 무너질 거예요. 바이러스 이후가 새로운 신앙생활을 제기한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교회공동체가 모두 알고 일치된 영적인 유대감이 넘칠 길을 사제는 제시해야 해요. 그것이 무엇이예요?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공간재창조, 지속적인 공부, 교회위원(리더)들의 희생, 기본기에 충실한 신앙생활, 성령에 젖은 과감한 변신이 이루어져야 해요. 예언적인 길을 먼저 걸었던 성 나눔의집이 이러한 길을 먼저 걸어 사회에 제시해야 해요. 스스로 길을 만드는 개척자 정신으로 꽉찬 성 나눔의집이예요. 남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을 따라 걷는 것을 힘들어하는 성 나눔의집입니다. 새롭게 미래를 여는데 두려워하지 말아요. 성 나눔의집의 길위학교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우리는 마음으로 듣는 것을 배웠고, 마음으로 연대하는 것을 익혔고, 미래의 마음을 희망하는 길을 본 거에요. 이를 기도하면서 사회에 알리면 되지요. 소중함을 파괴하는 사회에서 소중함을 지켜가는 길위학교의 걸음에서 우리는 내일을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