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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이 다가왔다. 이번 정상회의는 경주뿐 아니라 울산을 포함한 동남권 지역 전체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기회가 될 전망이다. APEC이라는 국제회의 무대를 통해 울산의 잠재력과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지역 경제 활성화 계기로 삼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APEC 개최에 따른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APEC 회원국 수는 21개국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세계 GDP의 61.3%, 상품 교역량 50.9%를 APEC 회원국이 담당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APEC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약 7.4조원에 이르며 취업 유발효과는 약 22,634명으로 예상된다. 울산은 개최지 경주에 인접해 있는 만큼 상당한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정상회의 기간 중 지역 내 주요 호텔 예약이 마감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울산시도 APEC 참가국 대사관에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대표 산업시설 시찰과 태화강 국가정원 등 주요 관광지 방문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산업시찰과 관광 체험은 울산의 경제·문화적 위상을 직접 알리고, 향후 해외직접투자나 국제 협력을 유도하는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APEC을 계기로 울산이 단순한 산업도시를 넘어 국제적인 ‘산업·관광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APEC의 성공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파급효과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이 필수다. 경주와 연계한 ‘해오름동맹 관광벨트’를 구축하여 공동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APEC 이후에도 관련 포럼이나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국제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MICE(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xhibition) 산업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다. APEC을 통해 확보한 국제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MICE 행사를 적극 유치하고, 이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서울시가 과거 ‘유치클리닉’을 통해 국제회의 유치 노하우를 축적했듯, 울산도 전문적인 세일즈 조직과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시민과 지역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컨벤션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울산시는 2021년 개관한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를 중심으로 ‘예비 국제회의지구’ 지정을 끌어냈으며, 이를 거점으로 도시의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타임로드 컨벤션시티 울산’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는 UECO를 단순한 시설이 아닌, 관련 산업 생태계가 집적된 핵심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또 ‘지속가능한 마이스·관광 울산 포럼(SMUF)’과 같은 특화된 컨벤션 브랜드를 육성하는 한편, 울산시가 걸어온 역사를 바탕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세계 정상·기업인들의 인식 속에 새로운 울산의 이미지를 새겨 넣을 전략과 브랜드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중앙선·동해선 등 개선된 교통 인프라와 체류형 야간관광 콘텐츠 확충은 울산을 더욱 매력적인 MICE 목적지로 만들 것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은 울산의 MICE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APEC이 내세우는 목표는 무역과 투자, 혁신과 디지털화, 그리고 지속 가능하며 포용적인 성장을 통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사람들과 미래 세대의 번영이다. 한국의 신화적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고, 죽어가던 태화강을 살려낸 울산 시민들의 저력과 ‘산업·AI 수도’라는 울산의 비전은 APEC의 목표와도 잘 어울린다. 경주 APEC을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울산이 글로벌 산업·AI·문화·관광 도시로 재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만들자. 이를 위해 울산시와 시민, 그리고 산업계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