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아름다운집 9 - 37.아름다운집 9
아름다운 집이 결단을 선택할 시간이 됐다.
국가에서 노인복지를 떠맡겠단다.
이론상으로 모든 환자에게 등급을 매겨 보호자에게는 최소의 요금을 받고 나머지는 의료보험공단이 채워주겠단다.
의료나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돌봄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그 역할을 국가가 대신하겠단다.
큰돈이 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수십억 원을 빚내어 투자하는 사업가들이 뛰어들었다.
그렇게 되면 그 초기의 정신이 유지가 될까?
과연 가난하지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의 존엄성을 최대로 지켜가는 섬김이 재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국가의 지원으로 감당된다니 행정부분의 간섭이 부쩍 심해질 것이고 영적인 케어 부분이 도전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의 선택권 운운하며 종교의 자유 선택권을 들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진보적인 호스피스 기관에서는 환자의 종교를 침범하지 말자는 주장이 트랜드가 되어간다.
앞으로는 찬양과 기도ㆍ독경과 염불ㆍ수피춤과 아잔을 잘해야 유능한 호스피스 봉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환자의 종교를 건드리지 말고 그 종교의 예식으로 영저지지를 해야 유능한 봉사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ㅋ
지금같이 마음과 뜻과 성품을 다해 호스피스 환자를 섬길 필요도 없겠다.
국가가 다 필요 부분을 채워주니 종사자는 거대한 국가가 돌리는 기계의 부속품이 되면 족한 것이다!
결단이 필요했다!
국가의 요구를 거절하면 계속적인 가난과 희생이 요구되고 조만간 폐업수순을 밟을 것이다.
서서히 고사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사회복지학계에서는 제일 질 높고 바람직하다고 보는 복지 형태가 십여 명 내외의 가정 형태(그룹홈)로 본다.
그러나 MB정부는 기업 프랜들리 사고를 기초로 대량 복지형태를 지향한다.
복지 분야에 기업정신을 식재하여 소수의 형태는 도태되고 대량의 형태는 경쟁에서 살아 남도록 하는 것이다!
향후 한국의 호스피스와 노인복지의 토양이 황금만능주의로 물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교회가 꾸준히 성장하여 예배 참석 성도가 60여 명에 이르렀다.
평소 잘알고 존경했던 최주환, 이 , 이국행, 김종기 장로님 들의 동의로 컴퓨터와 악기, 찬양전문가이신
김종민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어울림교회와 통합을 시도했다.
김목사님은 목회 파트를, 나는 호스피스 파트를 탐당했다.
파트너십이란 이런 행복함이 있구나를 실감했다.
김목사님 부부께서 잘 섬겨주셔서 감사했다.
교회 소풍날 남성 성도들과 어울려 손 축구를 했는데 높이 솟은 공을 받다가 그만 머리를 땅에 부딪혀서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엠블런스 안인데, 아내에게 들으니 동행했던 예수병원 의사였던 집사께서 횡설수설하는 내 모습을 보시고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시더란다!
다행히 뇌는 다치지 않았는데, 기억력이 급속도록 감퇴되어 성경귀절을 외우는데 큰 어려움을 겪으나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치부했다.
한번은 아내가 가져온 차 트렁크에 자전거의 앞바퀴는 분리하여 실었는데, 몸체만 싣고 앞바퀴는 싣지 않고 달리다가 생각이 나서 되돌아 가니 그 사이 없어졌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중에라도 생각이 났으니 치매는 아닌듯 하다! ㅋ
"하나님! 감사합니다! 주님 나라 가는 날까지 봉사를 계속할 팔다리에 머리까지 보전해 주실 거지요!"
38.아름다운 집 10 - 38.아름다운 집 10
좀더 전문적인 호스피스 사역을 위해 교회를 사임하고 호스피스와 노인사역에 뛰어들었다.
전주에서 70키로 딸어진 시골마을에 말기환자가 계셔서 매주 방문해서 지지해 드렸는데, 남편이 돌봐주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넘어 분노감을 신앙으로 잘 삭이고 계셨는데,
매번 일산의 국립암센타까지 그 아픈 몸을 이끌고 홀로 버스와 택시를 여러번 갈아타고 가셔서, 너무 기력이 쇠한 날에는 내 차로 모시고 갔다.
또 한번은 너무 힘드시다고 일산에서 전화하셔서 방문했더니 세상에, 암환자가 너무 많아 흡사 전쟁터를 방불하도록 복도에 셀수없이 많은 환자가 간이침대에 누워 계시는 것이 아닌가?
병실이 부족하여 간신히 간이침대 하나를 얻어 40도에 육박하는 고열에 시달리며 그 더운 여름 씻지도 못하시고 사흘이나 굶고 견디시다 너무 힘드셔서 전화하셨단다!
호스피스 사역에 <의미있는 타인>이란 개념이 있다.
힘든 나를 위해 같이 있어 주고, 내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울어 주는 진정한 동반자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 역할을 대부분 반려자가 감당하나 확률로 따지면 어느 한쪽이 먼저 가기에 50%이다.
거기에 이혼했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등의 이유로 감당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분들의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의미있는 타인>으로 사는 것이 호스피스 사역의 목표였다.
대부분의 사역을 쉬는 주말에나 공휴일이 되면 가족이나 돌봐줄 이가 없는 환자는 더 외롭기 마련이다.
나는 그분들과 대부분의 휴일을 같이 보냈다!
대학병원의 갑돌이와 갑순이가 계셨다.
시골마을의 앞뒷집에 살았던 그들은 어려서부터 사랑을 키워갔다.
그러나 사랑이 열매를 맺진 못했다.
각각 다른 이와 결혼한 그들이 만난 것은 20여 년이 지난 어느날 대학병원에서 였다.
갑순이가 암으로 홀로되어 투병하는 것을 듣고 역시 홀로된 갑돌이가 간병을 시작한 것이다.
둘이는 비록 병실이지만 사랑을 키워갈 수 있었고, 마침내 결혼식은 못했지만 호적 신고를 마쳤다.
아내의 극심한 통증과 정서적인 갈등을 남편은 헌신적으로 외출을 한번도 하지 않은 체 곁에서 같이 아파하고 같이 울었다.
얼마 후 아내가 남편의 손을 꼭 잡은체 하늘로 아쉬운 미소를 띄우며 출발했다.
다시 얼마후 남편도 암에 걸려 아내가 기다리는 하늘로 홀연히 떠나가셨다!
갑돌이가 갑순이의 <의미있는 타인>의 역할을 감당하며 섬겨준 것이다!
"장화신은 군대귀신이 나갔어요!"
이 할아버지는 과수원을 경작하시는 부농이셨다.
위암 말기가 되어 뼈에 가죽만 씌어놓은 형상으로 계셨어도 마음을 열지 않으셨다.
임종준비를 시키며 "이땅에서 제일 한이 되는 것이 뭐예요?"
""아내가 퍼내지만 않았어도 큰 땅을 살 수 있었을텐데!"
평생 돈만 모으는 재미로 사셨던 님과 반대로 부인 권사님은 남편 몰래 이웃을 많이 구제하셨단다.
마침 큰돈이 될듯한 큰땅을 놓고 흥정이 붙었는데 돈이 다소 모자라 못사셨단다.
아내가 먼저 소천하셨고, 아내를 추모하는 이웃들이 한결같이 그녀의 선행을 칭찬하는 것을 보고 그돈으로 땅을 살 수 있었을텐데 하고 아쉬운 한으로 남은 것이다.
소화기 계통의 암은 야쿠르트 한병만 마셔도 그날은 임종하지 않으신다.
생명력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서너 차례 주님을 영접하고 부인하기를 반복하고 드디어 평안히 임종하셨다.
헌신적인 선교사이신 따님께 연락이 닿아 해외에서 귀국하셨는데,
아버지의 임종소식을 듣고는 주님을 영접하고 천국에 가셨다는 우리의 간증을 듣고 깜짝 놀라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정말 우리 아버지는 예수를 못믿을 줄 알았어요! 돈 벌기 위해 사시는 사람 같았어요!"
그녀가 선교지에서 눈물로 매일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기도드리는데,
"얘야! 니가 더 니 아버지를 사랑하니? 내가 더 사랑하겠니?"
이말씀을 듣고는 아버지께서도 구원을 얻으시겠구나 하고 안심이 됐단다!
보름 전에 꿈에서 장화를 신은 군대가 척척 발을 맞춰 행진하며 나갔단다.
이 마을은 ㅇㅇ문중의 집단 거주지였는데 집집마다 문제아가 있어 전과자가 없는 집이 거의 없단다.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했다!
따님과 식구들이 기쁨이 가득한 가운데 장례를 치룬 뒤 내게 칠십만 원을 주셨다.
그돈으로 아름다운 집 모든 식구들이 잔치를 벌였다!
할렐루야!
39.아름다운 집 11 - 39.아름다운 집 11
"이 추위에 난방도 없이 살며 밖에서 밥을 먹는 아이들이 있어요!"
지인의 제보로 시외곽의 허름한 집으로 안내받았다.
아뿔사! 12월의 추위에 너뎃살 되어 보이는 소녀 둘이 머리는 감은 지 한참이나 되었고, 양볼과 손은 때가 잔뜩 올라 있는데, 덜덜 떨며 콧물을 줄줄 흘리며 마당의 평상 위에서 솥단지 째 비빈 찬밥을 먹고 있지 않은가?
옆에는 아빠인 듯한 중년의 남자가 한달은 씻지도 못한듯 때꼬장물이 쪽쪽 흐르는 모습으로 수저를 들고 있었고 거기에다가 노숙자 한분도 같이 있었다!
그런데 대퇴골이 부러져 각목을 대고 붕대를 퉁퉁 부은 다리를 얼기설기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 밖에서 식사를 하고 계세요?"
"방이 추워서 햇볕이 드는 따뜻한 곳에 있으려고요!"
"다리는 왜 그러고 계세요?"
"넘어져서 부러졌는데 보험이 없어 병원도 못가보고 이러고 있어요!"
열려진 방을 보니 넝마를 쌓아놓은 듯 더러운 옷가지들이 딩굴고 있는, 쓰레기장을 보는 느낌이다.
아내와 상의해서 두 따님을 데려오자고 아빠에게 허락을 받았고, 아빠는 입윈비를 책임지기로 하고 정형외과에 입원시켰다.
아내는 두 소녀를 따뜻한 물로 목욕부터 시키니 귀여운 소녀들이어서 곧 우리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고.
애들을 한방에 재웠는데, 동생이 한사코 내 코를 만지며 자려한다.
왜냐하면 가출한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그렇게라도 확인하려는 보상심리란다!
두어 달 후 엄마가 돌아오셨고 우리는 윌셋방을 얻어 그들이 함께 살도록 했으나, 끝내 엄마는 아빠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부부간의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모녀 간 예배에 충실히 출석했는데 어느날 엄마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
달려가 보니 같이 있던 노숙자가 시비 끝에 훅을 명치에 몇번 쳤는데 절명해 버린 것이다.
사건은 흐지부지 처리되고 그녀들은 힘든 세파를 온몸으로 헤쳐나가야 했다.
"얘들아! 잘커서 아빠의 못다 받은 사랑을 엄마에게 받고 또 돌려드려!"
아름다운 집에 중국에서 손님 한분이 지인의 소개로 오셨는데 간쳐진 배추 모양이시다.
자기 소개를 하시는데, 중국의 일급 배우이시다. 한국의 김혜자 씨 수준의 배우이신대 C형 간염을 앓고 계셔서 중국에서는 소생할 희망이 없어 아름다운 집으로 요양차 보내진 것이다.
식사와 목욕, 상담은 아내의 몫이고, 나는 성경을 통해 영적지지를 해드렸다.
어느날 한국에 나오신 남편을 아름다운 집에 초대해서 반가운 해후를 도왔고, 오신 김에 사는 것이 바빠 부부 나들이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셔서 두 부부를 모시고 새만금과 부안 일대를 드라이브 시켜드렸다.
멋진 부부만의 일몰 사진도 찍어드리고!
병원과 집을 번갈아 드나들기를 3년 여만에 기적이 일어났다.
C형 간염이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할렐루야!
이미 중국의 연예계에선 죽었다고 소문이 났다는 전언이 있었는데!
이 분은 남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천부적이 끼와 흥을 타고 나셨다.
이 분이 아름다운 집에 계실 때면 온 환자들이 즐거워하셨다.
우리 집 성도들은 이년에 한번 꼴로 제주도에, 매년 동해안을 일주했는데 이분이 동행하시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공연히 '기쁨조' 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번은 아내의 친구들과 장가계를 갔는데 '물고기' 별명을 가진 그녀를 알아보는 이가 많아 현지인에게 톡톡히 대접을 받고 왔단다.
성품이 곧고 불의를 싫어하시며 총명하셔서 장차 하나님의 나라에 큰 기둥감이시다!
이분의 언니께서 백두산 기슭에서 살고 계신 곳을 방문했는데, 마침 송이 버섯을 따는 철이어서 일생일대의 귀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일등품 송이는 갓을 피우지 않은 꼭 남성의 거시기 같은 모양인데 한 개에 5만원 가량의 귀하신 몸으로 전량 일본으로 수출된단다.
귀한 손님이 오면 상품가치가 좀 낮은 핀 송이를 장작불에 소금을 치고 구워서 대접하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활짝 핀 송이 버섯의 크기가 성인의 두 손을 편듯 하다.
난 그날 전무후무할 송이 버섯으로 배터지는 호사를 누렸다! ㅎ
"주님! 저만 먹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