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바꾸는 힘, 3의 법칙.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 아니면 인간이 상황을 지배한다?
인간이 이기는가? 상황이 이기는가? 당신은 알 수 없다. 그 상황에 똑같이 처해보지 않고선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 세 명이 되니까 전환점이 형성됐다. 인간이 상황을 지배한다. 놀랍게도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그게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메시지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된다.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 중앙로역 50대 남자의 방화로 인한 지하철 화재 발생. 객실 내에 투척, 방화한 것으로 추정. 객차 12량 전소, 사망자 192명, 부상자 148명.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가 발생한다.
윗 사진은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객차 안에서 찍힌 유일한 현장 사진이다. 화재가 난 객차 안, 사진 속의 승객들은 매캐한 연기가 스며들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묵묵히 앉아 있다. 객차로 연기가 스며들고 있지만 사진 속의 승객들은 그다지 당황한 기색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기관사는 곧 출발한다는 말과 함께 기다리라는 방송을 한다. 그래서 승객들은 기다린다. 하지만 열차는 전력이 중단돼 출발하지 못하고 10분 동안 꼼짝도 할 수 없게 된다. 이 순간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연기가 들어오는데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불이 난 것 같은데 내가 타고 있는 열차는 아니야.“ ”곧 출발하겠지 뭐 걱정마 엄마.“
당시 종합사령팀 교신 내용은, “아, 빨리 이제 차 그렇게 놓고 차 판 내려놓고 다른 데로 도망가 올라가라고” 지시한다. 종합사령팀의 지시를 받은 기관사는 메인 키를 뽑고, 불이 난 열차를 버리고 혼자만 탈출해 버린다.
그 사이 기다리던 승객들이 탈출할 시간은 있었다. 그러나 열차 안에 있었던 승객들은 결정적인 탈출 가능한 타이밍 10분을 놓쳐버리고 만다. 그렇게 객차 안은 이상한 침묵에 휩싸인 채 죽음으로 가는 10분이 흘러갔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섰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끝내 문이 잠긴 지하 열차 안 암흑 속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결국 기다리던 사람들은 유독성 연기에 숨이 막혀 죽거나 불에 타서 죽었다.
20대 대학생 5명에게 간단한 퀴즈 문제를 풀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은 출제자의 지시에 따라 자리에 앉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10분입니다. 10분 후 답안지를 걷으러 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출제자는 방을 나갑니다.
방에서 퀴즈 문제를 풀고 있는 20대 대학생 5명. 그런데 1분 뒤,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멀쩡하던 출입문 틈새로 갑자기 정체 모를 뽀얀 연기가 끊임없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연기는 점점 짙게 피어올라 방 안쪽으로 자욱하게 퍼져 나갑니다. 지금 이 방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그런데 사실은 여기 앉아 있는 5명 중 1명을 뺀 나머지 4명의 대학생은 실험을 도우러 온 연기자들입니다.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미리 준비한 가짜 연기를 문틈으로 조용히 들여보냅니다. 이때 4명의 공모자들은 미리 연기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른 채 공모자들 사이에 앉아 문제풀이에 집중하는 1명의 실험 대상 학생이 어떻게 상황에 대처하는지 반응을 봅니다.
마침내 방 안은 옆 사람의 모습조차 흐릿할 만큼 연기로 가득 찹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혼자 아무 것도 모른 채 연기가 나는 방에 앉아 있는 실험 대상 학생, 드디어 실험 대상 학생이 연기가 방안에 가득 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지만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계속 문제만 풉니다. 실험 대상 학생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옆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별 반응이 없자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문제를 계속 풉니다. 결국 실험 대상 학생은 10분이 다 가도록 끝내 방에서 뛰쳐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와 똑같은 실험을 대상을 바꿔서 4번이나 되풀이 했습니다. 이 상황에 처한 학생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러나 놀랍게도 결과는 똑 같았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방에 연기가 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당황한 표정을 보였지만 이내 주위의 반응을 살피다가 다시 문제를 풀었습니다. 결국 예정된 10분이 다 지나 실험이 종료될 때까지 방을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10분이 지나고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화재 경보음을 울리며 학생들을 밖으로 탈출시킵니다. 숨 막히는 연기 속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연기가 이렇게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그들은 왜 가만히 있었을까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다른 사람들이 다 가만히 있어서 같이 안 나간 것 같아요.
//. 여러 사람이 섞여 있으니까 제가 이제 혼자 먼저 나서기가 좀 눈치가 보여서 ....
///. 솔직히 말해서 다 안 움직이니까 주위 반응을 계속 살폈어요. ‘왜 반응을 안 하지?’
허태균 교수.
다른 사람들이 안 움직이는 한은 아, 이거는 위급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을 한다는 겁니다. 바로 이 정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연기가 들어오는 정보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 상황을 판단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굉장히 중요해진다는 겁니다.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
인생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비상사태는 해석하기 어렵고 잘 알 수 없는 미묘한 상황에서 일어납니다. 화재가 난 지하철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연기 나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은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오실 줄 알았죠. “10분 있다 오겠습니다.”하고선 딱 시계를 확인해 주셨잖아요. 그래서 ‘아 그러면 딱 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피 실험자) /// “사람들이 이거 대피를 해야 되나?” 왜냐하면 곧 출발하니까. 앉아 있던 자리에서 ”곧 출발합니다.“라고 방송을 들었기 때문에 기다렸던 겁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생존자)
괜히 다른 분들 문제 잘 풀고 계시는데, 저만 혼자 나갔다가 아무 것도 아니면.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까. (피 실험자) /// 상황을 모르니까. 안이 안전한지, 바깥이 안전한지 판단을 못하잖아요.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생존자)
방송국이고, 그러니까 좀 믿음이 있잖아요. 그래가지고 불난 건 아닌 것 같고. (피 실험자) /// 불난 것을 알거나 그랬으면 심각하게 생각했을 텐데, 불난 거라곤 상상을 못했죠. 지하철에서 불 날 거라고는.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생존자)
최인철 교수.
나는 이게 무슨 위기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 사람을 보니까 가만 있다. ‘별 거 아닌가 보다. 내가 틀렸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있을수록 연기가 나와도 꾹 참고 ‘별 거 아니겠지’라고 하는 위기에 반응하지 않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오게 된다는 겁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
그러나 만약, 누군가 이 연기나는 방에 혼자만 앉아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똑 같이 10분 후 답안지를 걷으러 오겠다고 말한 뒤 출제자는 방을 나갑니다. 그런데 1분 뒤,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연기는 점점 방 안으로 자욱하게 퍼져나가고, 혼자 문제를 풀던 학생은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알아챕니다. 연기를 발견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문 쪽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러고는 단 18초 만에 망설임 없이 이 연기가 나오는 방을 나갑니다.
실험 결과는 이렇게 혼자일 때와 여럿이 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놀랄 만큼 달랐습니다.
밖에서 봤을 때 결코 ‘나라면 안 그럴 텐데’ 라는 생각 자체가 굉장히 오만한 생각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그게 제일 위험한 거죠. 그게 무서운 상황의 힘입니다.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
인간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그 진수를 맛보려면 스탠포드대 필립 짐바르도(1933년~ ) 심리학과 교수를 만나야 한다.
필립 짐바르도 교수.
1971년 당시 39살의 젊은 심리학자였던 짐바르도 교수는 스탠포드대 지하에 실험을 위한 가짜 감옥을 만듭니다. 그리고 인간이 그 상황에 처하여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즉, 인간이 상황을 지배하는지 아니면 인간이 상황의 지배를 당하는지를 살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실험은 인간의 행동이 사회적 상황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정말 나쁜 짓을 할 수 있는가 알아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
신문에 난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온 24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서 동전을 던져 가짜 교도관과 가짜 죄수로 역할을 나눕니다.
그리고 미리 짜여진 대로 경찰이 가짜 죄수의 집에 들어가 수갑을 채워 체포를 한 뒤 이미 준비된 스탠포드대 지하 감옥으로 끌고 왔습니다.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첫 날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평범했던 그들은 순식간에 진짜 교도관처럼 그리고 진짜 죄수처럼 돌변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슬펐습니다. 인간성에 대한 슬픈 결과가 나왔습니다. 상황이 이기고 사람들이 졌습니다.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
가짜 교도관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잔인해져 죄수들에게 맨손으로 변기 청소를 시키고, 머리에 봉지를 뒤집어쓰게 하고, 심지어는 모욕적인 성적 학대까지 가합니다. 이 가짜 감옥 실험은 결국 6일 만에 중단되고 맙니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듣기 싫어하는 메시지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악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
그런데 33년 뒤, 스탠포드 감옥 실험이 놀랍게도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됩니다.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미군이 자행한 포로 학대 사진이 공개돼 전 세계를 충격 속에 빠뜨립니다.
미군들이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복도에서 발가벗기고 묶인 채 엉켜있는 수감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사진은 워싱턴 포스트가 5일 공개했다.
그 사진들은 예전에 제가 했던 스탠포드 감옥 실험에서 봤던 장면하고 비슷했습니다. 당시 우리 가짜 교도관들도 죄수들을 발가벗겼습니다. 아부그라이브에서도 그랬죠.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
그렇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황에 휩쓸릴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당신은 그런 상황에 똑같이 처해보지 않고선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릅니다.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
만약, 여러분이 그 순간 그곳에 있었다면, 달랐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나는 주변 상황을 얼마나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일까요?
여러분 이마에 대문자로 알파벳 E자를 써보시길 바랍니다. E자를 쓰는 방법에 따라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E자를 상대방이 잘 읽을 수 있도록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볼 때는 거꾸로 본 모양으로 씁니다. 하지만 상대를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보는 방향으로 E자를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마에 E자를 어떻게 쓰셨나요?
이철우 박사.
E자를 자기가 보는 식으로 쓰는 사람들은 사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높은 사람들을 말합니다. 반대로 E자를 다른 사람이 보는 식으로 쓴 사람들은 공적 자기의식이 높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주관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행동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사회심리학 이철우 박사)
이마에 E자 쓰기는 일본의 사회심리학자 사카이고우 교수가 인간의 자의식을 연구하면서 한 실험으로 최근 일본 사회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타인이 항상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결국 사회심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공적 자기의식이 높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상황에 휩쓸리기가 쉽습니다. (일본 릿쿄대 사회심리학과 사카이고우 교수)
실험 결과, E자 쓰기 실험에 참석한 사람들 중 70%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E자를 썼습니다. 결국 우리들 대부분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만큼 주변상황에 영향을 받기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한 상황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기는 서울의 한 유명 안과병원입니다. 평범한 대학생 5명에게 시력검사를 받게 할 예정입니다. 그들은 실험의 진짜 목적을 모른 채 의사로부터 이상한 명령을 받게 될 겁니다. 혀끝을 코끝에 대봐요. 배꼽에 발라보세요. 재킷을 벗어보세요. 앉아서 토끼뜀을 열 번 뛰어 봐요. 여러분이라면 의사의 이런 황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을까요? 시력검사를 받으러 온 대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실험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안과에서 흔히 하듯 정상적으로 시력을 측정합니다. 그런데 곧이어 의사가 시력과 전혀 상관없는 이상한 요구를 하기 시작합니다. 저기 눈을 감고 이걸 머리 위에 올리세요. 눈을 빙글 돌려봐요. 혀를 쭉 내밀어요. 앞으로 내밀어서 혀끝을 코끝에 대봐요. 더 크게, 더 세게. 눈을 돌리면서, 눈을 돌리면서, 혀를 쭉 내밀어 봐요. 이때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더욱 황당한 요구를 합니다. 앉으세요. 앉아서 토끼뜀을 열 번 뛰어 봐요. 그런데 의사의 이상한 요구에 아무런 의심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왜냐고 묻지 않고 순순히 다 따라 합니다. 이번엔 20대 여대생이 의사의 진찰실에 들어옵니다. 들어오자마자 컵에 수돗물을 담아서 건네줍니다. 그러고는 의사가 말합니다. 왼손에 물을 묻혀서 열 번 배꼽에 돌리고, 오른손에 묻혀서 오른쪽으로 배꼽에 돌려봐요. 순간 멈칫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배꼽에 물을 바르기 시작합니다. 마치 약을 바르듯 수돗물을 배꼽에 문지릅니다. 그리고 이상한 요구는 계속됩니다. 컵 놔두고 자켓을 벗어보세요. 모자도 벗어보세요. 코끼리 손 만들어 봐요. 토끼뜀을 세 번만 뛰어 봐요.
정말 뭘 시켜도 다 따라합니다. 이 진찰실에서 뭔가를 시키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었습니다. 혹시 이 학생들이 이상한 건가요? 하지만 이 진찰실에 들어가면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이상하지 않았나요? //. 네, 이상했어요. 이상하네요. 신발 오른쪽 벗어서 들라 그러고 왼쪽 벗어서 들라 그러고, 그거 들고 토끼뜀하라 그러고. 근데 왜 따라 했어요? //. 하라고 하시니까. 남이 시키면 다 따라해요? //. 의사잖아요. ///. 해보라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하라고 하니까. 그리고 ‘따라하면 뭔가 있겠지.’ 라고 생각이 들어가지고요.
관찰자와 그 안에 들어갔던 사람은 다 달라요. ‘나라면 안 그럴 텐데.’ 라는 얘기가 가장 무서운 애기 중에 하난데요. 왜 그런가 하면 사람은 누구나 거기에 들어가면 그렇게 됩니다.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
2004년 4월 18일, 미국 켄터키주 외곽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희대의 사기사건이 벌어집니다. 사건은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습니다. 한 남자가 매장에 전화를 걸어 경찰이라고 속이고 여직원 한 명이 손님의 지갑을 훔쳤다고 말합니다.
경찰이 곧 그리로 갈 것이다. 그전에 그 여직원을 잡아서 수색해라. 전화를 받은 매니저는 여직원을 뒷방으로 끌고 가 가짜 경찰이 명령하는 대로 옷을 벗기고 훔친 돈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이 바쁜 매니저는 아는 남자를 불러와 전화기를 넘겨주는데, 그러자 가짜 경찰은 점점 더 이상한 명령을 내립니다. 의자 위에 올라가게 해라. 위 아래로 폴짝 폴짝 뛰게 해라. 심지어 반항하면 엉덩이를 때리라는 명령까지 합니다. 세 시간 동안이나 계속된 알몸 수색은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막을 내립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기꾼은 미국 전역 70군데 패스트푸드점에 비슷한 사기전화를 걸었고 모두들 경찰이라는 말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대체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왜? 가짜 경찰의 이상한 명령에 속아 넘어갔을까요?
제리 버거 교수.
그들은 분명 다른 여러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행동했었고 또한 저희들도 만약 그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졌다면 분명히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산타클라라대 심리학과 제리 버거 교수)
모두들 나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서울의 한 대로변에서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잠시 앉아 있거나, 길거리를 서성거리는 사람들. 이때 느닷없이 정복을 입은 가짜 경찰관들이 다가갑니다.
안녕하십니까? 강남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주변에 쓰레기 좀 주워주시겠습니까? 순간 얼굴에 놀라는 표정이 스칩니다. 하지만 경찰의 눈치를 보더니 쓰레기를 주웁니다. 한 다섯 개 정도만 주워주세요. 저기 쓰레기통에 버려주시면 됩니다. 이날 쓰레기를 주우라는 말을 거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팔굽혀 펴기를 30초 동안만 저희가 즉석에서 테스트를 하거든요. //. 아, 여기서요? 저희가 재겠습니다. 자, 준비되셨죠? 준비, 시작! 어우, 잘하시는데요.
경찰이 시킨다고, 길거리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다니. 정말 황당합니다. 하지만 역시 따지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창피한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PT체조, 쪼그려 뛰기 등 가짜 경찰이 시키는 것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왜 다들 아무 말 없이 시키는 대로 다 따라하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이상 가짜 경찰실험이었는데요, 어떠셨어요? 이상하지 않으셨어요? //. 경찰이니까, 그냥 믿고 한 건데요. //. 그냥 좀 이상했는데 경찰이니까 열심히 했어요. 시키는 대로. //. 네, 필요하면 해야죠.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만약, 일반사람 두 명이 와서 그렇게 하라고 하면요? //. 못 할 것 같아요.
황상민 교수.
이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 자체가 충분한 권위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거기에서 일어나는 행동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느냐’ 그걸 생각하기 전에 그 지시를 따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
마치 신호등처럼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우리들의 진짜 얼굴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신호등은 빨간불, 이때 한 남자가 무단횡단을 합니다. 뒤에서 파란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던 사람들. 순간 마음이 흔들립니다. 결국 눈치를 살피더니 한 사람, 두 사람 따라서 건너갑니다. 분위기에 적당히 묻어가는 것. 그것을 우리는 상황파악 혹은 눈치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이렇게 항상 상황에 휩쓸리는 나약한 존재인가요? 아닙니다. 잘 생각해보면, 무단횡단을 하도록 만드는 것 또한 우리들입니다. 이제 우리들의 다른 얼굴을 보겠습니다.
신당역. 신풍역.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2003년 10월 13일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승강장에 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승객들이 전동차를 밀어내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2년 뒤 2005년 12월 15일 지하철 7호선 신풍역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연출됩니다.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벌어진 이 장면, 이 속에 상황을 바꾸는 우리의 얼굴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상황에 종속돼 있는 사람이지만 소수가 전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능동적인 행위자이다. 그걸 우리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
지금까지 우리는 상황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도 가능합니다. 사람들이 상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짐바르도 교수)
오늘 여러분은 어떠한 상황에 이미 휩쓸렸는지도 모릅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잠시 후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해보일 것입니다. 먼저 잘 차려입은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해 뭔가 발견한 듯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 볼 것입니다. 물론 하늘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뭐야?, 뭐가 보인다는 거야? 우와! 마치 자석에 끌리듯, 수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덩달아 쳐다봅니다. 궁금해서 쳐다봤는데, 낚였다는 생각이, 낚였다!
여기 횡단보도에서 세 남자를 따라 덩달아 하늘을 올려다봤던 사람들. 하지만 거꾸로 돌려보면, 이 속에서 상황을 움직이는 ‘3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3명의 남자가 거리 한복판에서 뭔가 발견한 듯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사실 우리는 상황을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한 사람일 때, 두 사람일 때, 그리고 세 사람일 때, 사람 수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엔 딱 한 사람만 횡단보도에 나섭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이런, 아무도 이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이상한 사람일 뿐입니다. 이때 두 번째 사람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 반응이 없습니다. 간혹 이상하다는 듯 흘깃 쳐다보기만 할 뿐 금새 갈 길을 가 버립니다. 드디어 첫 번째, 두 번째에 이어 세 번째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무 것도 없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시죠.
뭐야? 뭐가 보인다는 거야? // 우와, 놀랍습니다.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다 함께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이렇게 3명에게는 상황을 바꾸는 힘이 숨어 있습니다. 한 명이나 두 명일 때는 아무 관심이 없더니, 세 명이 되자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저기요, 잠시 인터뷰 좀 할게요. 낚였다. 아, 그냥 보길래요, 무슨 일인가 해서요. 궁금해서 했는데, 낚였다는 생각이. 다 가리키니까 호기심에 저도 가리켰는데 ....
이 영상을 심리학자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왜? 3명이 모이면, 상황이 바뀌는 것일까요?
조지 켈링 교수.
실험이 아주 잘 됐어요. 여러분이 교통체증을 일으켰군요. 그게 바로 전환점(Tipping point)입니다. 2명과 3명의 차이입니다. 이건 좋은 예입니다. 2명일 때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3명이 되니까 전환점이 형성됩니다. (러트거스대 심리학 조지 켈링 교수)
3명이 모이면 그때부터 집단이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그것이 이제 사회적 규범 또는 법칙이 되고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3명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
3사람이 함께 하면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3의 법칙’입니다. 그리고 이 ‘3의 법칙’으로 때로는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거나, 또는 악용해서 빼앗을 수도 있습니다.
2005년 10월 17일 지하철 5호선 천호역 승강장,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하는 순간 한 승객이 열차와 승강장 틈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잠시 후 승객들이 내리더니 전동차에 손을 얹고 다 함께 밀기 시작하는데, 순간 기우뚱 전동차가 움직입니다. 그 사이 승객들은 선로에 낀 사람을 무사히 구출해냅니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순간,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곳에 ‘3의 법칙’이 있었습니다.
어떤 한 아저씨께서 큰 소리로 지하철을 함께 밀어보자고 제안을 하셨는데,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두 분, 세 분이서 같이 밀기 시작하시더라고요. (당시 목격자)
안타까움에 손을 얹은 처음 한 사람, 혹시나 하고 손을 보탠 또 한 사람 그리고 희망을 안은 세 번째 사람. 바로 이 세 사람이 전체 상황을 바꾸는 인간 띠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33t짜리 전동차를 움직이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일시에 사람들이 구령을 맞춰서 ‘밀어!’ 하면서 그냥 쭉 한꺼번에 힘을 주니까 그게 움직이더라고요. 한꺼번에 힘을 주니까. (당시 역무원)
최소한 3명이 모이면 하나의 움직임이 됩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3의 법칙’을 따르게 할 것입니다. 상황을 바꾸는 영웅이 되려면 ‘3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입니다.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
나, 그리고 나의 뜻을 같이 하는 한 사람, 두 사람이 모이게 되면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놀라운 상황이 된다는 겁니다. 그게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메시지입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
우리는 상황에 지배당하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 역시 우리들입니다. 그러려면 누군가가 외쳐야 합니다. 이 지하철을 함께 밀자고 말입니다. 혹시 오늘 당신에게도 그런 기회가 올까요? |
출처: 국제결혼정보센타 원문보기 글쓴이: zuzu
첫댓글 이거 심리학 배울 때 배웠는데, 진짜 자신은 절대 안그럴거라고 생각할수가없겠더라..... 배우기전에는 왜저래? 당장 조치를 취해야지 했는데 배우면서 와.... 함
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