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밤새 뒤척이면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던 아내가
드디어 떠났다.
그네의 넥타인 한약초 다린 엑기스 팩도 가득 넣고
특수 재질로 만들었다는 무거운 광석 요도 가지고
떠났다.
여자들에게 친정이란 생명수가 퐁퐁 솟는 샘터 같은 곳인가 보다.
십여년 전 아내가 발병한 후 몇년 사경을 헤메다
첫 나들이를 간 곳도 친정엄마 계신 충청도 시골이였고
지지부진 병의 차도가 없어 힘들어 할 때에도
친정 행사엔 당일치기라도 참가하는 억척을 보였다.
이번에
3박4일의 동해안 일주 여행 제의가 왔을 때
친정 오남매가 모처럼 다 모인다는 이야기에 마음 설레며
함께 가자고, 함께 가자고 꾀이다가
직장 때문에 힘들다는 내 소리에 실망을 하더니
그래서 하루에도 갈가, 말까를 몇번씩 고민하더니
과감히 떠났다.
이젠 엄마, 아빠도 계시지 않은 친정
그래도 친정은 그리움의 원천인가 보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잠은 잘 잤을까?
하룻밤에도 몇번씩 깨어
한약재 다린걸 두어번 먹고야 다시 선잠이 들던 아내인데
낯선곳에서의 잠, 아무리 친정식구들이라지만
밤새 부시럭 거려 옆 사람의 숙면을 방해하면 어쩌나
또 그런것 때문에 미안해하고 위축되어 조심한답시고
더 더욱 잠을 이루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어제 하루 종일 잘 돌아 다니고
달게 자고 끄덕없이 일어나
걱정되어 전화한 나에게 투정을 한다.
"이렇게 좋은데 왜 날 데려 다닐 생각을 안했어?:"
"나쁜 사람이야 당신은...."
한편으론 반갑고 한편으론 씁쓸하다.
이번 주말엔 어디 가까운 곳으로 일박이일 여행이라도 가자는 말이라도 하면
내 형편 몰라서 그런 제안 하느냐고 섭섭해 하던 아내가
친정 오빠, 언니, 형부들 다 듣는데서 자기를 안 데리고 다녔다고 푸념을 한다.
속 좁은 나,
그런 말을 친정식구 모인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게
괴씸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냅다 고함을 질렀다.
"정말, 말 그렇게 해도 되는거야? "
아내가 웃는 소리로 농담도 못 받아 주느냐고 말한다.
그러다 가만 생각해 보더니 신경질이 나 나 보다
"그래도 당신은 잘못했어"
"언니처럼 나를 억지로라도 끌고 다닐 시도를 해 봤냐구...."
그래, 이건 좋은 징조다.
3박 4일간 씩씩하게 다니다가
밝은 얼굴로 돌아오면 온 집안이 다 환해지는 거다.
이젠 기계들이 낡고 고장 나, 이층 공사는 물 건너 간지가 오래지만
마음으론 찐하게 이층도 짓고
가끔씩은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하고
온 동네 소문나게 육탄전 부부싸움도 해보고
그리 살아보는 거다.
아내가 드디어 떠났다.
3박 4일, 긴 여행을 ....
첫댓글 우와 대단한 수필입니다 ~!! 왕머저리님 ,축하해요 ^^ 이 글은 상금 없었나요?? ㅎ
이 글은 그저께 집 떠난 아내 생각하면서 오늘 점심시간에 쓴 글입니더.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왕머저리님은 수필에 알아주는 대가 이십니다 ~~! ^^
ㅋ~~~, 수필의 정석도 몰라요.괜히 비행기 태우시려는 쿠사님.
난 또.... 쎄컨 구하싯능갑다 생각하고는 우쭐댐시로 닐리리 맘보 찾는 머절님 함 보고시픗는데... 실망..ㅎㅎㅎ
ㅋ... 지가예 음큼한거는 맞는데예 안즉 결혼 후
바람의 최후단계 실행까진...인자 세월도 을매 안남았으니께 피워보까?ㅎㅎ
아고~깜딱이야~ 긴장타며 읽어내려 갔는데 어느새 내 입꼬리 올라가있어요.왕님의 아내의애뜻한 맘 읽을수 있어요.멋지십니다.
애틋한 마음이 을매나 남았을까요?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카던데...ㅎ
대단한 내공이세요! 잘 보았습니다^^*
여름 건강하게 나셔요.
저녁모임 한번 만들어 볼테니 참석하시고요
금슬좋은 부부에겐 3박4일이 크게 느껴지시나 봅니다 어딘가 허전한 구석이 느껴 집니다ㅎㅎ
아픈 이후로 친정집외에 밖에서 잔 적이 없어서...친정도 일박 이상은 없었던것 같고..,
~~~미리보는 비둅니다 ~!. 왕 머저리님 그래도 변하심 안 도비니다 ~~마음은 **해도 냉중엔 이치가 왜~???
오히려 더 삼님께서 더 편하실겁니다 ~~가끔은 양녕은 조금씩~~ㅎㅎㅎ
ㅎㅎㅎ 고맙습니다.
함께 가시잖고..금요일 오늘 떠나서 3박 4일이면 괘 않을 틴데..에혀~~ 지도 몸이 부실해서 생전 어디 길 떠난 적이 없습니다. 어디 걸려면 걱정이 태산같아서..첫째가 멀미.둘째가 수면 셋째가 식사 이 세가지가 어려워서 엄두를 못 매고 삽니다. 모든게 그림의 떡이지요.
에공... 그러니 수도권 모임에 자주 나와요. 살살 걸어도 보고... 건강 회복해야죠.
남편분이 짜증 안내나요? 혼자 돌아다닐땐 편하기도하고 홀가분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쓸쓸해요. ㅎㅎ
미운정 고운정 다 들은 곰삯은 부부의 사랑이 엿보입니다.. 부부란 이렇게 그렇게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사모님 돌아오시면 더 잘해주세요~~
곰 삭은 정이 있었을까?
매일 흘러가는 시간이 안타깝기만 하더만....
인자 지도 청춘이 다 휘발되었나 보지요 ㅎㅎㅎ
여자는 약한척이라도 해야하는데~
전 그게 안되니 사랑을 못받고 살고있나 봅니다.
자식은 험한 일 모르게 키워도 제살림 살면 다 하게 돼 있다고 누군가가 그러더군여.....
그런 교육 방법이 엄마를 더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라는걸~^^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서방님캉 가사분담 가족회의로...^^
행인님은 부부가 건강하시잖아요? 그거 보통 복 아닙니데이....
천금을 주고도 못사는 복인기라요.
한밤 중 응급실 싣고 가는거 금년엔 아직 한번밖에 안했는데 작년엔 서너달에 1회 정도, 재작년엔 두어달에 한번, 몇년전엔 한달에 평균 한번이상...마 그렇하고 살았심더
근데 대부분 응급상황은 안일어 났는데 가서 수액에 안정제 섞어 꼽고 한숨자고 오능기라예...나도 쪼그리고 자다가 새벽 3~4시에 들어오고...
우리도 친정모임이 많은편인데 울신랑도 시간 핑계되며
불참 선언할땐 섭섭할 때도 있더러구요~~건강을 되찾으셔서 참 좋으시겠어요
전엔 친정에 내가 델꼬 갈 때가 대부분이고 어쩌다 언니 차편으로 내려가면 하룻밤 묵고 올라오면서도
밥은 잘 묵었나? 뭐뭐는 챙깃나? 이러면서 전화통 불 나더니 이번엔 오늘로 4일짼데 전화 달랑 두통,
무지 좋은가봐요. 이건 좋은 현상인거쥬>
머절님이 사모님 휴가주신거네요 그렇게 여행맛들이면 이제는 교장샘이어디가자고손내밀면 아무말없이따라나서겠지요 이제는 교장샘한테달렸심더 ㅎㅎ
아직 어디 가는건 두려운가 봐요
여름 휴가 어디 좀 가자하니 아직 주저주저 하면서 망설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