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集中)
凝神端坐柱手板 百慮皎皎來襟靈 善惡之幾只抄忽 天下以之爲 重輕
정신 모아 바로 앉아 수판(手板)에다 턱을 괴니
온갖 생각 환하게 마음으로 들어온다
선하고 악(善惡)한 것을 생각하는 것(氣味)이
단지 잠깐 사이건만
천하(天下)는 이것으로 무겁고 가벼운것(輕重)을 가린다네
김종직(金宗直)
나이 먹을수록 꼭 필요한 집중력(集中力) 훈련
2월이 중간을 넘어서고 있지만 아침 6시 30분경은 아직 컴컴하다.
일터가 먼 사람들이 간혹 종종 걸을 걷는 것과 찻소리를 제외하고는 한적한
아침거리다.
북한산 가까운 길은 더 조용하다.
걸음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集中)하면 귀에 앵~~하는 기운만 돈다.
좀 더 귀를 모으면 풀숲에서 나무위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봄이 오는 소리가 아니라도 자연이 살아있는 소리다.
어느 글에선가 읽은 글이다.
▲인디안과 복잡한 도심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인디안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면서
걸음을 멈춘다.
같이 가던 사람은 이 복잡한 거리에서 자동차와 도시의 소음만 들리는 곳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고 하니 혹시 이 인디안이 정신착란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인디안이 길옆에 있는 가로수 밑의 조그만 풀밭을 조심스레 헤쳐 보니 나뭇잎 밑에서
아주 작은 귀뚜라미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인디안은 주머니에서 동전 몇 잎을 땅에 떨어뜨리니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그때 주위를 걸어가든 사람들의 시선이 동전 떨어지는 곳으로 향했다.
인디안은 말하기를
인간이란 귀뚜라미 소리는 안 들리고 동전 떨어지는 물질의 소리는 잘 들리니 자연과
같이 살면서 자연의 중요성을 외면한 불행에 길들여져 있다고 말했다.
2월을 집중하면 심포니오케스트라를 들을 수 있다.
▲사기(史記) 이광장군열전(李廣將軍列傳)과 한시외전(漢詩外傳)에 있는 글이다.
하루는 이광(李廣)이 명산(冥山)으로 사냥하러 갔다가
풀숲 속에 호랑이가 자고 있는 것을 보고 급히 화살을 쏘아 맞혔다.
그런데 화살을 맞은 호랑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명산(冥山)-중국 하남성 신양시(信陽市) 동남에 있는 산 이름
이상하게 생각되어 가까이 가 보니 그가 맞힌 것은 호랑이가 아니고
호랑이처럼 생긴 큰 바위였다
이광(李廣) 자신도 놀라 바위를 향하여 다시 화살을 쏘았다.
그러나 화살은 튕겨 나왔다.
처음 바위를 호랑이로 착각할 때는
“저 호랑이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호랑이한테 죽는다”는 절박(切迫)한 마음으로
온 정신을 집중(集中)하여 화살을 쏘았지만,
바위를 확인한 후에는 정신이 해이(解弛)된 까닭이다.
고사(故事)에서는 이 일을 “사석위호(射石爲虎)” “중석몰시(中石沒矢)”로
표현하고 있다.
※사석위호(射石爲虎)-돌을 호랑이 인 줄 알고 쏘았더니 돌에 화살이 꽂혔다
※중석몰시(中石沒矢)-쏜 화살이 돌에 박힌다는 뜻으로,
정신(精神)을 집중(集中)하면 때로는 믿을 수 없을 만한 큰 힘이 나올 수 있다.
▲맹자(孟子) 고자 장구(告子章句) 上
奕秋 通國之 善奕者也 使奕秋 誨二人奕 其一人 專心致志 惟奕秋之爲聽
一人 雖聽之 一心 以爲有鴻鵠 將至 思援弓繳而射之 雖與之俱學 弗若之矣
爲是其智弗若與 曰非然也.
혁추(奕秋)는 나라 안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자이다.
혁추(奕秋)를 두 사람에게 바둑을 가르치게 했다.
한 사람은 온 신경을 집중하여 혁추(奕秋)의 말에 온 정신을 집중(集中)하였다.
다른 한 사람은 비록 혁추(奕秋)의 말을 듣기는 하나 마음 한 구석에서
“이번 겨울에 기러기나 따오기가 날아오면 활을 쏘아 맞힐 궁리를 했다”고 한다면
비록 같이 배우더라도 두 사람의 결과는 다를 것이다.
이것이 지혜가 있고 없음의 때문인가?
아니면 어떤 일을 할 때에 집중하지 않은 결과인가?
▲필자가 약 40년전에 기공(氣功) 훈련(訓練)을 1년간 했다.
그때 집중력(集中力) 훈련으로 한 목표점(目標點)을 향하여 잡념을 버리고
온 정신을 집중(集中)하여 일정한 시간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는 훈련이다.
집중력(集中力)은 운동을 할 때나 독서등 어떤 일을 할 때 몰입(沒入)에
도움이 되는 훈련이다.
그 후로 필자는 TV화면에 고등어 생선을 보면 코에 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
화재로 인한 심한 불기운을 보면 코에서 “불냄새”가 나는 것 같다.
위의 김종직(金宗直)글에서 “응신단좌(凝神端坐)”은
정신을 한데 모아 반듯한 자세로 앉아 집중(集中)하면
마음 위로 떠다니던 온갖 생각의 실체가 환하게 드러난다.
할 일인지 해서는 안 될 일인지가 그 안에서 다 판별된다.
갈 길인지 가지 말아야 할 길인지 그 사이에 다 보인다.
정신이 흐트러지면 선악(善惡)의 판단이 흐려지고,
이 판단을 놓치면 천하(天下)를 구분하기 어렵다.
다시 응축(凝縮)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응축(凝縮)-한데 엉겨 굳어져 어느 한 점으로 집중(集中)되게 함
나이 많아지면서 집중력(集中力)이 떨어지면 잘 넘어져 다치기 쉽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여러 가지 실수(失手)가 많아진다.
음식을 먹을 때도 잘 흘린다.
해서는 안될 말을 해서 실수를 만든다.
다른 보약 먹는 것 보다 돈 안 드는 집중력(集中力)이 필요하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