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 래 미
김철진(시인, 예술촌 촌장)
중국인들의 가슴에 무릉도원이란 이상향이 있고,
제주도 사람들에게 이어도란 복락(福樂)의 땅이 있다면,
필자에게는 뭍 속의 영원한 이상향인 고향 '바래미'가 있다.
'바래미'는 그 어원을 살펴보면 용비어천가 '근심장(根深章)'의
'바다'를 뜻하는 고어(古語) '바랄'에서 알 수 있듯이
'해저(海底)'를 뜻하는 '바다 밑'
즉 '바랄믿'이란 말에서 나온 순수한 우리말이다.
행정 동명은 지금도 경북 봉화군 봉화읍 해저리(海底里)이다.
'바래미'는 문충공(文忠公) 동강 김우옹 선생의 중형인
개암공(開巖公) 김우굉의 현손으로 대사성을 지내고
강원도관찰사를 제수받았으나 벼슬자리에 나아가지 아니한
팔오헌공(八吾軒公) 김성구(金聲久)가
1700년 이 마을에 들어와 살면서부터
의성김씨(義城金氏) 집성촌이 된 삼백여 년 세거지이다.
팔오헌공은 필자의 11대조로서
"경오전(耕吾田:내 밭을 갈고), 음오천(飮吾泉:내 샘물을 마시고),
채오령(採吾嶺:내 산 나물을 캐고), 조오천(釣吾川:내 내의 고기를 낚고),
피오편(披吾編:내 책을 엮어 펴고), 무오현(撫吾絃:내 거문고를 뜯고),
수오현(守吾玄:내 현묘함을 지키고), 종오년(終吾年:내 삶을 마치리)"이라는
여덟 가지 생활 수칙을 만들어 여기서 '팔오헌(八吾軒)'을 자호(自號)로 삼고
청빈(淸貧)과 성실(誠實)을 몸소 실천하며 여생을 마쳤다.
후손들에게도 '청빈(淸貧)'한 삶을 살 것을 당부한 때문에
지금도 문화재로 지정된 고가와 청와 고가가 여러 채 있지만
반가(班家)의 고가라면 응당 볼 수 있는 부연(附椽)을
'바래미'의 고가(古家)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곧 팔오헌공의 '청빈(淸貧)'한 삶을
후손들이 본받아 실천해 왔음을 말해 주고 있다.
여기서 청빈은 곧 청렴과 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산(茶山) 정약용은 『목민심서』 '제배조(除拜條)'에서
“비록 덕이 있으나 위엄이 없으면 직책을 수행할 수 없고,
비록 뜻이 있다 해도 밝지 못하면 행하지 못한다.
행할 수 없는 사람은 백성들이 피해를 당하고
괴로운 고통으로 길 위에 쓰러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비난하고 귀신들이 책망하여
그 재앙이 후손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니,
이런 데도 시장이나 군수의 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雖有德不威 不能焉 雖有志不明不能焉 凡不能者
民受其害 毒 顚連 人非鬼責 殃流苗裔 斯豈可求者乎)
라고 쓰고 있다.
이 말이 어디 당시의 시장 군수에만 해당되겠는가.
오늘날의 모든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들도 귀담아 듣고
가슴에 새겨야만 할 목민 정신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명심보감(明心寶鑑) '치정편(治政篇)'에 보면,
"동몽훈에 말하기를 '관리된 자가 지켜야 할 법은 오직 세 가지가 있으니
청렴과 신중과 근면이다. 이 세 가지를 알면 몸 가질 바를 아느니라.'
(童蒙訓 曰當官之法 唯有三事 曰淸曰愼曰勤 知此三者 知所以持身矣)
고 하였다.
요즘 5.31 지방 선거를 앞둔 정치판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잡음들을 보면,
그 세계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아무튼 공천 잡음으로 아수라장이 돼 가는 현실의 정치판을 보면서
팔오헌공의 청빈을 지표로 삼은 생활 철학과 다산이 말한 목민 정신이,
명심보감 '치정편'의 말들이 새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마침 어제 바래미에서 개암공과 팔오헌공 사이
삼대분을 모시는 향사(享祀)가 있어
출향(出鄕) 족친(族親)들 백여 명이 고향에 모여
숭조(崇祖)의 정신을 실천하고
'청빈(淸貧)'의 정신을 새롭게 다짐하는 기회가 있었기에,
필자의 영원한 이상향인 '바래미'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청빈(淸貧)'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5.31 지방 선거에 출마하는 선량들에게도 '청빈(淸貧)'의 정신을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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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빈의 마음은 저부터라는 심정으로 하루를 시작 합니다
아하. 철진이 글잘쓴다 옆에 있으만 술이라도 한자 권하고 싶어진다.
주야 니 와 이카노 우리는 그냥 만나마 반가븐데 허허...
좋은 글과 노래가 구곡―간장(九曲肝腸) 찢어지게 하는군요 촌장님의 넉넉하신 품안이 왜이리도 그립게 만드는지요 참좋은 화랑골님들을 향기 마음에 안겨주신 천지신명께 이생명 다 받혀 감사드림니다 정겨운 화랑님들 바라는 소망 다 일궈시고 만수무강 하옵소서^*^*^
누구 보고 칸 소링교? 허허...
촌장님 두말하몬 잔소리 아잉교ㅎㅎ
좋은 말 새겨 듣겠습니다. 바래미 촌장 님~
이글을 어떻게 그 사람들에게 읽게 할까?가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