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 곧 선방
얼마 전에 교도소에 복역 중인 한 젊은이로부터 편지를 한통 받았다. 신문에 실린 내 기사를 보고 문득 2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 내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의 편지를 통해서 알개 된 사실인데, 개방 교도소는 가석방 대상자들에게 사회 적응 훈련을 시키는 곳으로 일반 교도소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높은 담장도 없고 여느 교육연수원처럼 수용자에게 자율이 보장된 곳이다. 신문과 방송도 접할 수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그는 20일 후면 사회에 복귀하게 된다고 하면서 기대와 설렘도 있지만 한편 미래에 대해서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범행을 저지르고 서울 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었을 때의 심경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때는 아무런 미래도 희망도 없었습니다. 남은 것이라고는 혐오스런 제 모습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이모저모로 생각해 보아도 제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다음 세상에서는 더러운 오명을 쓰지 않고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자고 이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두렵기도 했지만 편안하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목을 매달 수 있도록 끈을 준비해 놓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렇게 하루 이틀 기회만을 엿보던 중에 우연히 <버리고 떠나기> 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버리고 떠나기' 라는 책 제목이 자신의 그때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읽게 된 것인데,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모든 일을 제쳐놓고 한 번 읽고 다시 한 번 정독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어리석게 살아온 제 자신을 숨기고 싶었습니다. 한순간이나마 자살을 결심했던 사실이 너무나 창피했습니다. 그리고 눈물겹도록 고마웠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삶의 의욕이 생기고 용기가 불끈불끈 솟아났습니다.' 그는 이어서 말하기를 그때의 감동은 지금까지 자신이 쉬지않고 부처님 말씀을 따르게 된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고 했다.
한 생각 돌이키니 그곳이 교도소가 아니라 국립선원 이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교도소 안의 규제와 제약을 구속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과 안전을 지켜주는 부처님 법이라고 생각하니 그대로가 자유라고 그는 말한다. '일체 만물을 부처님으로 모시고 사랑할 것을 다짐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하고 그의 편지는 맺는다. 남쪽에서 전해 오는 꽃 소식에 못지않게 이 봄에 듣는 훈훈한 봄 소식이다. 그는 지금쯤 자유의 몸이 되어 꽃 향기가 밴 밝은 햇살을 한 아름 안고 새봄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한 생각 돌이키니 교도소가 국립선원으로 바뀌더라는 그의 체험담은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리고 둘레의 규제와 제약이 그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신을 지켜주는 부처님 법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니 값진 체험이다. 천당과 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결코 먼 데 있지 않다. 내가 지닌 그 한 생각에 천당과 지옥이 달린 것이다. 지혜가 딴 데 있지 않고 어리석음이 사라진 그 자리이며, 사랑 또한 미움이 가시고 난 바로 그 자리다. 그래서 번뇌가 보리(도)를 이루고 생사가 열반(해탈)에 이르는 디딤돌이라고 한 것이다.
이 봄에 당신은 그 한 생각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 법정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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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