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어.
화사한 햇살에 바람도 없고 바깥 발코니 긴 의자가 따뜻하게 비어 있었지.
헝겊으로 된 요양원 슬리퍼를 신은채 자.. 아무렇게나 막 돼 먹게 앉아보자.
그와 동시에 저 쪽에서 완전히 낯선 한 사람이
울적해 보이는 몸을 끌다시피 천천히 다가와... 그리고
그냥 지나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엉덩이부터 살짝 의자에 내려 놓으며 옆에 앉는다.
서로는 인사말도 없이 멍하게 정지된 눈빛으로 앞쪽을 바라본다.
짧은 머리, 삼십대중반쯤, 크지않은 키, 맑은 피부의 남자..
시간이 멈춘 듯 낚시꾼 두 사람처럼 기다림이 흘렀고
이내 그가 앞의 정원 쪽 허공에 대고 천천히 입을 연다.
"나는 용서해 줬어. 용서받은 그 사람은 나였기 때문에 정말 힘들게 용서를 해 줬지만 그 음란과는 차마 가까워지지가 않아."
오메, 낭낭하고 싯적이면서 복잡한 언어. 아침부터 이건 또 뭐냐.
여기가 정신 질환자 병동이 맞긴 하지만 완전 정신병원은 아니어서 그냥 요양호텔이라 하고
입원비도 엄청 비싼 곳이라 부담도 많을텐데 이런 화상이 여길
뭐냐 이 똬리는.. 정말 궁금해졌지.
내 비록 이 호텔 신세를 잠시 지고는 있지만 계산기 없이 구구단 쓰는 사람이야.
심문을 해보자.
얼른 자세를 좁게 모으면서 똑바루 앉아서 그쪽에다 인사를 건넸다.
ㅡㅡㅡㅡㅡ
그리고 점심때까지 그 자리에서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가 점점 동화되어 묘한 세상 이야기, 그 나락으로 떨어져 간다.
점심때 우버타고 웬디스에 가서 점심 사 줬고
저녁에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나는 새우정식을 먹었고 그 친구에게는 뉴욕스테이크를 사줬다.
그러니까 하루종일 그 친구와 얘기를 한 거다.
그 친구가 환자로서 내게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았다.
ㅡㅡㅡㅡㅡ
짧게 그 친구를 소개하자면 본성은 여자이고 후성이 남자다.
그러니까 신체적 수술변경 없는 ’여 to 남‘ 트랜스젠더.
부유하게 텍사스 목장 딸로 태어나 남자같이 사는 게 좋고 편했다.
성장하고 남성이 자신에게 더 적합해서 정기적으로 남성 호르몬을 맞으며 남자로 살아왔다.
후성변경이 되는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후성을 남성으로 고쳐 받았다.
내가 몰랐는데 남성 호르몬의 효과는 여성의 생리가 없어지고 목소리와 피부가 남성화되고 털도 나고 그런단다.
대학원까지 전공이 현악이고 지금은 오케스트라 악단의 주자이다.
이 병동으로 입원하게 된 동기가
남자 인맥과 밤새 악보 연습을 하다가 샤워를 하게 되었고
그 남이 잠겨있지 않은 샤워장 문 열고 들어오게 되었고
이 친구 몸이 여자인걸 보게 되었고 그렇게 강제로 성행위를 당했고.. 그랬다.
그 일을 겪는 과정에서 이친구에게 쇼크가 오면서 지금 나 처럼 심각한 공황장애를 앓게 된 것.
ㅡㅡㅡㅡㅡ
아침에 그가 내 옆에서 혼잣말을 했을 때,
자기 자신을 남자로써 여자를 용서한 건지 여자로서 남자를 용서한 건지
그것까지는 그 친구 병 상태상 물어볼 수 없었다.
그 친구는 내가 이때까지 바람둥이로 살아온 경험 이야기들을 실감나게 들어준다.
이곳은 자유로운 병동이다.
생각도 자유롭다.
그리고 그만큼 생소한 일들도 많다.
두 달 넘게 남성 호르몬을 투여받지 못 한 그 친구가
자꾸 여성화가 돼 가면 지금 병상태가 더 안 좋아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복잡한 관심.
여자로서 관심인지 남자로서 관심인지 모르겠다.
암튼 나도 좀 어지러운 사람인데 그 친구 이야기들은 정말 생소하고 더 어지럽다.
그리고 또 그래도 자꾸 관심이 간다.
오늘 아침에 화사한 햇살이 따뜻해서 좋았더래도
내가 바깥으로 나가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인연은 없었을 텐데
바람둥이 내 팔자는 참으로 여자들 사연이 많기도 하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ㅜㅜ
첫댓글 사진도 참 묘하게도 찍었네요
이게 뭔가 한참을 보았네요
우선 그 상대방이 도불님이 앉아있는 옆에 왔고
묘한 대사를 먼저 했고..
그분이 도불님께 다가온것이 맞는데
여자로서의 관심인가
남자로서의 관심인가?
그걸 더 궁금해 해야할거 같은데
같이 하루종일 음식에 대화에 대접 받으면서 남자가 멋지구나 라는것을 느꼈으면 좋겠지만
그 남자는 용서하기 정말 어렵겠네요
그리스 신화 한편 읽고온듯한 느낌
마광수 책 몇페이지 읽고 온 느낌
여자로서의 관심인지, 남자로서의 관심인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요. 지금은 나도 헤깔려 정리가 안됨
@도깨비불 시간 지나도 알려하지 마시고
흘러보내세요
그분이랑은 바람도 안하는게 좋겠다는 누님의 충고
@이젤
무조건적으로 안하라고요?
@도깨비불 암만~~
당근이쥬
정아 누님께 여쭤보시어요
물어 보나 마나지
생물학적인 결정을 초월한,
스스로의 신념과 믿음의 강도가 남,녀 를 결정짓는 경우군요 선하고 수려해 보이는 도깨비불님과의 낭만을 통해
개마초에게 당한 수치를 상쇄 해보려는 보상심리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얘기 많이 해주시고 다독여 주세요
좋른 예기 많이 해 주긴했습니다. 그가 스스로 강점을 둔 방향으로 결정하겠죠. 낭만에 만땅으로 사는 나에게 내 낭만을 나눠줘야 겠네요.
와우, 남성이냐 여성이냐 완존 헤깔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으로선 성을 바꾸는 사람들,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사진은 한국판 성을 바꿨다는 전청조(사기 혐의로 구속 중)씨 머리 모습과 비스므리합니다.
시인님이시라 집중력이 뛰어나시네요. ㅋㅋ 이해하기 쉬운일은 아니죠. 저도 그래요.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지막사진은 혼돈이 약간옵니다 ㅎㅎ
주위에 은근히 많은데
미국에서는 더많은애기같아요
새로운 인생경험이 더욱 궁금합니다
이어져 글을 써주시면 호기심과재미?있는글이되겠네요
게이 까페도 생기더군요 그런데 덩치가큰데 여성화장을하고
역겨운 화장품냄새와 옷차림을하고 편의점에서 담배한보루사는걸보고 ㅎㅎ
점원이 동네에 생겼다고 하더군요
저도 게이들은 많이 봤는데요. 원래 여자가 남자로 바꿔사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매력적인 남자더라고요.
아 그림이제야 ㅋㅋ 멋진 작품입니다 ? ~
머리와 왼쪽 귓때기를 포함한 뒤통수 여불때기 모습이네요
ㅋ
설명 없었으면
도저히 해독불가였는데
이제 보여집니다 땡큐~^^
@정 아 정 아님 탓은 못합니다
지능과 관련된 문제라
ㅋㅋ
남성홀몬 두달 못맞아서
여자로 보이던가요?
호르몬이 참 중요하네요
이 할미는 여성홀몬이
있기나 하려나요? 큭~
털은 없더라구요. 궁금한게 많은데 함부로 물어 보기엔 아직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 몰라서 조심할게 많아요.
여성홀몬제도있어요
갱년기여성을위해 여성호르몬 맞어보라고 의사가 권합니다
그런데 많이맞으면 부작용도있다는데 ..적당히맞는분들있던데요^^
@퍼니맨
홀몬제 있어요
골다공증도 예방한다고 맞기도 하던데 저는 노우~~!!
그래도 안즉 여자여다합니다 ㅋ
비타민d주사만 맞고
뼈건강 챙기고만 있어요
아직 썽썽해요 ㅎ
@정 아
@퍼니맨
거참 거기가 꽤 재밌는 곳이여 ㅎ 드라마틱 한 사연도 즐기고 말야 깨비님 계신 곳은 예사롭지 않아 늘 보면~
지금 숙식을 의탁하고 있는곳 자체가 예사롭지 않은 곳이 맞아요. 재미 많습니다.
허허..
오늘 저녁놀을 오래 바라봐서 그런지..
노을빛이 도깨비불로 보이더니
그 느낌 연장되어 왠지
도깨비에 홀린 느낌..ㅎ
이젠 벗어나야지~~~
ㅋㅋㅋㅋ 홀려드려서 죄송해요.
저도 요즘 뭐 하나를 한참 쳐다보면 느낌이 연장되고 어떤건 꿈에도 보이고 그러더라구요.
이상하게 성별 바꾸는건 남자가 여자로 바뀐 트런스젠더가 더 많던데,여자가 남자로 바뀌는 것 흔치는 않더군요. 미국은 더 많을까요?
조물주가 겉과 속을 같게 만들어주시지 못한것이니 슬픈일이죠.
그냥
본인에게 더 집중하세요.
왼쪽의 남자가 원래는 오른쪽의 여자였다고 하네요. ㅋㅋ
네. 그리고 저는 저에 대해서만 집중하겠습니다.
요즘 시간도 많고 느긋하게 보니까 여러가지 다른것들이 많이 보이고 그래요.
빨려들어가 읽었네요
두달간 호르몬 주사를 못맞았다니 ᆢ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벌써 궁금해지네요
마지막 뒷모습 사진도 멋진데요
잘읽었습다
남자 특유의 털이 없어진걸 보니까 그렇게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감사합니다.
몸과 마음을 움직일 때는
신중해야하는데
참 힘이 들겠다는 생각과 함께
몇해 전
자웅동체로 태어난
신묘막측한 돼지새끼 한마리를
불알 거세해서 암퇘지로
키우는데
아무래도 성장 속도가 느리더라구요 ㆍ
직립보행하는
복잡한 인간보다
동물과 많은 교감하시길
추천합니다ㆍ
아. 듣고나니 양성을 한꺼번에 가지고 나오는 사람도 있는거니까 그런 사람들의 불편함을 잘 헤아려 주기도 해야 되겠군요. 제가 솔로이고 해외출장을 많이 다녀서 애완 동물들도 없고 가축과도 관계성이 없답니다. 추천 감사해요.
우리 딸이 영국 런던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했는데
우리 애 지도교수님이 트랜스젠더 였어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는데 성전환 후에 동성애자,
즉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 후 레즈비언..
참 복잡한데.. 아무튼 오죽하면 그 힘든 수술을 받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해당 학문에서는 세계 유수의 권위자이고 지극히 이성적이며 명철하다고..
자기 교수님에게 편견 갖지 말라고 제 딸이 저에게 그랬더랬어요.
도깨비불님 글 읽으니 그 백인 교수님이 떠오릅니다.
따님께서 명철한 스승님에게 좋은 교육을 받으시고 그 스승을 통해 젠더 경험도 하시고요. 제 딸은 아니면서도 사랑스럽습니다.
남자에서 여자로 전환후 여자랑 레즈비언
여자랑 잘거 같으면 남자로서도 자면 되는데
구태여 여자로 바꿔서 여자랑 자야 하나요?
그건 뭐죠? 참 복잡한 그들의 관계^^
@몸부림 그러니까 그분이 느끼는 본인의 성 정체성은 여자이니까 성전환 수술을 한 거고
성적 취향은 동성애인 거죠.
이해가 안 되는데 아무튼 그렇대요. ^^
그런 사람들은 후천적보다는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들었어요 신의 실수일까요 몸은 여자인데 머리속은 남자인 그사람
동성애자를 험오하지 않으면 동조하는줄 알고 니 아들이 며느리감으로 남자를 데리고 오면 너는 암말 안할거니 하고 힐난한데요
저는 동조도 안하지만 비난도 안합니다 용기없으면 숨어서 살고 용기있으면 커밍아웃하고 지가 살고싶은 성으로 살다가 가겠지요
내가 그런 사람 안좋아하니 나와는 상관없는 불쌍한 사람들
님이 그사람과 만약에 s하면 님은 동성애를 한건가요 이성애를 한건가요
재밌네요^^
소식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