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 나무야, 나 팔십 고개에 올라섰단다. 어쩌지~~??
나무야 나무야, 시어머니도 어머니도 남편도 가 보지 못한 길을
그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은 가보지 않은 길, 그 낯선 길을
내가 가려고 그 마루턱에 올라섰단다.
이 길은 내가 원해서 가게 된 길을 아니야.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남편이 가고 남편과 늘 함께했던 나도 남편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리되지 않았어.
본의 아니게 팔십 줄을 살게 되었으니 나는 이제 작심해야 하는 일들이 생겼단다.
새해를 맞이하고 어제까지 열흘 동안 나는 내가 해야만 할 일들,
먼저 내 주변 정리하는 일들을 했단다,
먼저 주방 주변과 싱크대 안팎을 정리했어, 버리고 버리고 ~ 또 버리고~~
그것들을 살 때 생각하면서 그립고 마음 아리기도 했지만 행복했던 일들만 떠올리며
와인잔도 커피잔도~ 싱크대 안과 주방이 텅 비도록 비웠단다.
그다음 신장 주변, 그다음 옷장과 서랍장, 이불장, 그리고 소품들,
서재의 책들이야 내가 아닌 누가 버려도 되는 것들이니 일부만 버렸다.
나무야, 그것들은 눈에 보이는 물건들이니 오히려 버리기 쉬웠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들과 함께 보이지 않는 것들도 이참에 정리하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팔십 줄을 살아야 하는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없다.
애써서 할 일도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없단다.
늘 '오늘' 하루만 소중하게 여기며 나만 잘 보살피고
내가 하고싶은 일만 하고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만 보고 살면 될 것 같아.
내가 아프면 안되겠지, 지금보다 더 많이 아파 내가 나를 돌보지 못한다면
자녀들이 자기 일들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없을거잖아, 그 걱정만 하고 살면 돼.
내게 오늘 말고 '내일'은 없을 수도 있단다. 그러니 그 어떤 일에도 기대나 미련은 버려.
내 인생 80년, 그때마다 최선을 다 했고 소망하던 꿈들도 어느 정도는 이루었기에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욕심일 것이며,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 가슴 다해 마음껏 사랑해 보았기에 그 일 또한 후회 없다.
ㅇㅇ가문의 자녀로 태어나 가문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고, 누구의 아내로 두 아들의 엄마로 한 여자로 살아오며
적어도 품격 높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을지 몰라도
요즈음 몇몇 고위급의 ㅇㅇㅇㅇ처럼 '천박스럽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만하면 됐다.
나무야, 나무야, 할 말이 많은 내가 혼잣말을 하는 것이 좀 슬퍼 보였는데
이젠 향하여 말을 할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귀가 있어서 듣기도 하겠고 눈이 있어서 세상도 바라볼 줄 알겠지,
그리고 입도 어딘가 있겠지만 말은 하지 않잖아.
네가 하는 말은 푸르고 푸를 터이니 내 말에 대답도 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창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시킬 때 너가 소슬바람을 만나면
사그락거리며 속삭이는 너의 풋스러운 소리를 듣는단다.
너도 할 말이 많아서 모아두었던 말들, 하고 싶은 말들을 바람을 만났을 때 한꺼번에 내뱉는다는 것을~
그럴 때 너도 온몸으로 속을 털어낸다는 것을 나도 알아차리기는 하고 있었어.
나무야 ~ 네가 빙그레 웃음 머금고 지내라고 꽃분들을 매일 만들었단다.
너는 푸르디 푸르니 알록달록한 색깔의 작은 꽃들과 조화롭게 가족을 만들어 웃으며 지내라고 ~~
우리 함께 내 팔십줄의 언덕을 아름답고 지혜로운 마음으로 헐떡거리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자.
나의 벗, 나무야~~^^
2026.1.10
첫댓글 부모님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연희선생,
지나치지않고 시린발 감싸줘서
고마워요.
따뜻한 새해 만드세요~~^^
잘 지내시지요.
늘 건강한 생활 되세요.^^
네, 회장님,
세해에도 하시는 일
성행하시고 건안하셔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