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芥(산개)는 '나도냉이'라는 이름의 풀. '나도'라는 말이 붙은 것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나도감은 감의 先祖(선조)인 고욤을 가리키는 전라도 말. '나도'와 비슷하게 쓰는 말이 '너도'이다.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밤나무가 아닌 鬱陵島(울릉도) 특산 나무 이름. '나도'나 '너도'는 그래서 似而非(사이비), 즉 비슷하지만 그것이 아닌 것이다.
芥는 흔히 갓김치도 담아먹고 하는 '갓'이라는 푸성귀를 가리키는 말. 그 씨앗을 芥子(개자)라고 한다. 芥子를 갈아 만든 양념이 바로 겨자이다. 山芥는 그래서 글자 그대로 보면 영판 '멧갓' 또는 '산갓'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사전들은 대체로 그렇게 써놓았다. 하나, 갓과 나도냉이는 영 딴판인 풀. 글자만 보고 지어내는 望文生義(망문생의)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중국 明(명)나라 때 쓴 本草綱目(본초강목)은 靑芥(청개) 大芥(대개) 馬芥(마개) 花芥(화개) 紫芥(자개) 石芥(석개) 등 여러 가지 갓이 있다고 했다. 보통 가을에 씨를 뿌려 겨울과 봄에 걸쳐 먹는다. 겨울에 먹는 갓을 蠟菜(납채) 봄에 먹는 것을 春菜(춘채) 늦봄에 먹는 것을 夏芥(하개)라 한다.
요즘은 전라도 麗水(여수)가 갓으로 유명하고 특히 그 앞바다의 섬 突山(돌산) 갓이 전국을 風靡(풍미)한다. 突山 갓이 유명해진 것은 1950년대 이후라 하고 본디 경상도 統營(통영) 갓이 유명했다. 새봄, 싱싱한 갓도 맛나겠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