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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컨트리 음악의 두 아이콘, 가스 브룩스(左)와 테일러 스위프트(右)
미국 백인 정서를 대변해 온 컨트리 음악
블루스와 재즈가 흑인들의 고달팠던 생활과 정신을 반영한 음악이라면, 컨트리 음악(Country Music)은 넓게 펼쳐진 미국의 산간과 초원 지대를 배경으로 한 백인들의 삶이 녹아있는 음악이다. 컨트리 음악이 빌보드 팝씬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것은 미국 고유의 풍토와 정서를 대변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컨트리 뮤지션들이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연령대에 자연스럽게 다가간 것도 한몫 했다.
컨트리 음악의 아버지로 알려진 지미 로저스(Jimmie Rodgers)와 11개의 그래미 상을 받은 조니 캐시(Jonny Cash), 그리고, 폭발적인 앨범 판매로 컨트리의 황제로 인정받고 있는 가스 브룩스(Garth Brooks) 등은 시대를 넘나들며 음악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아티스트들이다. 또,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는 아이돌 못지않은 음악팬들을 몰고 다니면서, 컨트리 음악을 현재 진행형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는 아티스트들이다.
No. | 아티스트 & 연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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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Hank Williams (행크 윌리엄스) / I Saw The Light (아이 소 더 라이트) | |
2 | Hank Williams (행크 윌리엄스) / My Bucket`s Got A Hole In It (마이 버킷스 갓 어 홀 인 잇) | |
3 | Johnny Cash (조니 캐시) / Ring Of Fire (링 오브 파이어) | |
4 | Johnny Cash (조니 캐시) / I Walk The Line (아이 워크 더 라인) | |
5 | Garth Brooks (가스 브룩스) / The River (더 리버) | |
6 | Garth Brooks (가스 브룩스) / Dance (댄스) | |
7 | Shania Twain (샤니아 트웨인) / Man I Feel Like A Woman (맨 아이 필 라이크 어 우먼) | |
8 | Taylor Swift (테일러 스위프트) / Treacherous (트레셔러스) |
전곡 듣기: 3월 19일까지 / 음원제공 : 유니버설 뮤직
현재, 많은 공장 지대와 도시가 들어서 있는 애팔래치아 산맥 주변은 1920년대에만 하더라도 거친 황야와 벌판이었다. 켄터키, 테네시, 웨스트버지니아, 콜럼버스, 인디애나폴리스를 포함하여 산맥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여러 개의 주(州) 안에는 서부 개척 시대부터 물길을 따라 터를 잡은 마을들이 띄엄띄엄 분산돼 있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황량한 대지가 삶의 터전인 이곳의 주민들은 대개 농업, 광업, 임업에 종사하는 백인들이었다. 화려한 도시의 삶 속에서 인생을 즐겼던 뉴욕의 백인들에게 재즈 음악은 사교 생활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던 반면, 농촌 생활 속에서 가족과 마을, 종교가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이 지역 백인들에게 음악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활력소였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종종 가족 혹은, 마을 단위로 모여 구전가요, 민요, 그리고 찬송가를 기타, 벤조, 바이올린, 아코디언 등의 악기에 맞춰 노래했다. 지역마다 고유의 억양과 분위기를 지닌 이 음악을 사람들은 힐빌리(Hillbilly)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힐빌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그저 한 평생 아무 탈 없이 살다가 천국으로 가겠다는 염원이나,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살게 해달라는 희망을 담은 소박한 내용의 가사에 단출한 멜로디로 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서부 개척 시대를 부흥시키겠다는 야망 섞인 내용의 노래도 드문 드문 있었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음악을 가리키는 힐빌리는 ‘남부 시골뜨기’, ‘촌놈’을 뜻하는 말로, 남부 사람들에 대한 멸시가 다분히 담겨있었다. 때문에, 힐빌리라는 단어를 음악 스타일로 내세워, 상업적 측면을 부각시켰던 콜롬비아 레코드도 1925년경부터 '올드 타임 뮤직(Old Time Music)', '서든 뮤직(Southern Music)', '마운틴 뮤직(Mountain Music)'으로 바꿔 사용했다.
1920년대 중반부터 힐빌리 음악은 당시 유행하던 블루스, 재즈 음악과 자연스럽게 결합을 시도하면서, 대중들에게 점차 다가서기 시작했다. 여러 도시와 마을에 흩어져 있던 힐빌리 음악들이 다른 지역 대중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그랜드 올 오프리(Grand Ole Opry)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내슈빌에 위치한 WSM 방송국의 프로듀서 조지 디 헤이(George D. Hay)는 신문기자 시절 취재차 산골마을을 방문했는데, 그때 곡식창고 앞에서 포크 댄스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후에 이를 기억하며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그랜드 올 오프리였다. 그랜드 올 오프리는 초기에 매주 토요일 저녁 1시간 동안 남부 시골 전통 음악을 소개하고 들려주었지만, 1930년대 중반 이후 신인 뮤지션들을 발굴하고, 컨트리 음악을 전파하는 무대로 자리매김하였고, 현재까지도 컨트리 음악의 인큐베이터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컨트리 음악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40년대 빌보드 지에서다. 당시 사용한 정확한 명칭은 컨트리 앤 웨스턴(Country And Western)이었다. 빌보드 지는 이 용어를 미국 남부 및 서부 지역의 전통 음악들을 대중화한 음악이라고 설명하면서 썼다. 이는 힐빌리의 음악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단어가 지닌 부정적인 의미를 피하려는 의도였다. 1960년대 이후, 록과 포크가 대중 장르로 각광받으면서, 컨트리 앤 웨스턴과 접목된 컨트리 록, 컨트리 포크 같은 장르도 나타났다. 힐빌리의 명맥을 이어오면서도, 컨트리 앤 웨스턴이 만들어 내는 토속적 분위기와 소박한 뉘앙스를 풍기는 음악들을 통칭하여, 컨트리 음악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시기 즈음에 일어난 일이다.
지미 로저스(Jimmie Rodgers, 1897-1933) 네이버 뮤직에서 음악듣기
1920년대 초반에 마을의 곡식창고나 고목 앞에 모여 피들과 벤조, 기타로 연주하던 힐빌리는 집단 유희 중 하나였다. 이런 힐빌리가 본격적으로 상업적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은 1927년에 지미 로저스(Jimmie Rodgers, 1897-1933)가 RCA 레코드사를 통해 음반을 출시하고부터다.
1897년 미국 미시시피 주에서 태어난 지미 로저스는 십 대부터 기관차 제동수로 일하면서, 길거리 공연을 펼칠 정도로 끼와 재능이 다분했다. 그는 서른이 되던 해 결핵으로 인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휴식 끝에,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1927년 8월 4일 테네시주 브리스톨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2시간 반 동안 ‘The Soldier’s Sweetheart’과 ‘Sleep, Baby, Sleep’을 녹음하고, 1927년 10월 7일 레코드를 발매하게 된다.
이것은 사상 최초의 컨트리 음악 레코드 발매로서 지미 로저스에게 컨트리의 아버지라는 명칭을 안겨주었다. 사실 이에 앞서, 같은 해 8월 1일 카터 패밀리가 첫 번째 컨트리 음악의 리코딩을 했지만, 그 레코드가 사람들에게 공개된 것이 11월 이후였기 때문에 지미 로저스는 컨트리 음악으로 대중들과 만난 첫 번째 아티스트가 되었다
이후 지미 로저스는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Kisses Sweeter Than Wine’, ‘Mississippi Delta Blues’, ‘Memphis Yodel’, ‘In The Jail House Now’ 등 히트곡을 남기면서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었다. 지미 로저스는 블루스와 재즈가 융성했던 시기에 지방의 음악으로 여겨지던 힐빌리를 상업화하고 대중화하는데 기여했다. 시간이 지나 그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과 블루스 명예의 전당(Blues Hall Of Fame)에 헌액되었다.
로이 에이커프(Roy Acuff, 1903 – 1992) 네이버 뮤직에서 음악듣기
1940년대는 힐빌리가 2,30년대 대중 장르로 각광받았던 재즈, 블루스, 스윙과 결합하여, 컨트리 앤 웨스턴으로 재탄생하던 시기였다. 악기 구성도 힐빌리에서 주로 등장했던 통기타, 피들, 벤조에서 스틸 기타나 바이올린, 하모니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이 시기 컨트리 앤 웨스턴을 이끈 두 아티스트가 바로 로이 에이커프와 행크 윌리엄스였다.
로이 에이커프는 힐빌리에 감성적인 하와이안 스타일을 결합해 '힐빌리 발라드(Hillbilly Ballad)'라는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어내었다. 그는 그랜드 올 오프리 쇼가 만들어낸 컨트리 스타 1호이기도 하였는데, 평소 로이 에이커프의 팬이었던 닉스 대통령은 그의 무대를 보러 직접 그랜드 올프리쇼에 방문하기도 하였다. 평소 삶을 관조하는 성격 때문인지, 그의 음악은 진지하고, 진솔한 가사가 부드러운 멜로디에 실려있는 것을 들을 수 있다. 'Great Speckle Bird', 'Tennessee Waltz', 'Wabash Cannonball'을 포함하여, 로이 에이커프가 세상에 남겨 놓은 컨트리 음악들을 들어보면, 인상주의 풍경화 같은 감동을 전해준다.
로이 에이커프와 대조적으로, 행크 윌리엄스는 비트와 율동감이 담긴 컨트리 음악을 들려줬다. 1940년대 텍사스를 중심으로 유행한 '홍키 통크(Honky-Tonk)'는 실제 뉴올리언스 홍등가 주변이나 텍사스 선술집에서 울려 퍼지던 음악들을 통칭했는데, 대공황을 겪고 난 후 특정한 재즈 연주법이나 컨트리 음악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홍키 통크 컨트리는 대부분 시끄러운 술집이나 댄스홀에서 연주되어야 했기 때문에, 전자 기타를 포함한 일렉트릭 악기나 드럼 등 소리 증폭이 가능한 악기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노래의 내용도 향수나 민요적인 감성보다는 직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주제를 담고 있었다. 행크 윌리엄스는 홍키 통크 스타일을 대중화로 이끈 장본인이었는데, 그는 백인 특유의 블루스 창법을 들려주었으며, 탁월한 기타 연주는 율동감을 자극했다. 현재 컨트리 음악의 흥겨운 요소들은 홍키 통크 스타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 한편, 1940년대 미국에서는 스윙이 사람들을 춤추게 했는데, 홍키 통크 컨트리도 이에 가세했다. 한편, ‘프랭크 시나트라’나 ‘빙 크로스비’ 같이 아메리칸 스탠더드 팝을 전면으로 내세운 만능 엔터테이너들이 속속 등장했다.
밴드와 함께 통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행크 윌리엄스(Hank Williams, 1923 – 1953) 네이버 뮤직에서 음악듣기
대중 장르로서 컨트리 음악의 현재
컨트리 음악은 이후에도 로큰롤이나 R&B, 포크 등 다양한 음악에 꾸준히 영향을 미치면서 대중 장르로 오랜 기간 동안 명맥을 이어왔다. 50년대에 등장한 빌 헤일리, 엘비스 프레슬리, 버디 홀리는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컨트리 음악에서 로큰롤의 씨앗을 키웠으며, 60년대부터 활동한 존 덴버나 밥 딜런은 컨트리 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포크 음악의 인기를 주도한다. 또한, 1980년대에 등장한 가스 브룩스는 1억 5천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보여주면서 컨트리 음악의 황제로 등극하였고, 90년대에는 캐나다 출신의 샤니아 트웨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남성 중심적인 컨트리 음반 시장에서 여성 컨트리 뮤지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근 컨트리 음악의 경향을 보면, 켈리 클락슨, 테일러 스위프트 등 젊은 뮤지션들이 팝, R&B, 힙합 등 다양한 스타일을 접목시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아비치는 컨트리 음악을 자신의 주종목에 매시업시켜, 장르의 확장성과 더불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컨트리 음악이 현재와 같이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이 결합된 팝 장르로 자리잡는데, 약 10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빌보드 메인 스트림에서 컨트리 음악이 오랜 시간 동안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끊임없이 자신들의 전통을 재발견해나가는 뮤지션들의 노력과 이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두터운 팬층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앨범
지미 로저스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지금처럼 음악을 담는 기술도, 듣는 여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 컴필레이션 앨범은 지미 로저스의 초창기 시절 음악인 ‘Sleep Baby, Sleep’과 ‘Blue Yodel’ 시리즈부터 전성기 시절 음악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담겨있다. 컨트리 음악의 원형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챙겨 들어야 할 음반이기도 하다
컨트리 음악에서 조니 캐시의 위상은 레게의 밥 말리나 포크의 밥 딜런 정도 될 것 같다. 드라마틱한 그의 인생은 영화 [Walk In The Line]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1968년에 발매된 [At Folsom Prison]은 컨트리 음악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누렸던 조니 캐시가 방탕한 삶을 정리하고, 감옥의 재소자들을 찾아가 꿈과 희망, 용기를 전하려는 의도가 담긴 라이브 앨범이었다. 여기에는 죄수들이 사람을 해친 후 겪는 고통과 죄책감을 노래하는 것도 담겨 있는데,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조니 캐시의 과감한 행보와 음악적 가치를 기려, 타임지는 이 앨범을 ‘ALL TIME 100’ 앨범에 선정하기도 하였다.
미국 내에서 컨트리 음악으로 1억 5천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아티스트는 가스 브룩스 단 한 명이다.(2014년 1월 기준) 그는 8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하여, 90년대 컨트리 음악의 전성기를 가져온 장본인이며,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이다. 재미있는 점은 가스 브룩스의 앨범이 항상 판매량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단 3곡만 팝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는 가스 브룩스가 싱글 커트 위주의 단발형 가수가 아니라, 음반 자체로 평가 받아야 하는 컨트리 아티스트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칫하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컨트리 음악을 가장 스타일리시하고 모던하게 표현해내는 아티스트다. 발표하는 곡마다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와 감미로운 목소리는 수많은 팝 음악팬들을 주목하게 만든다. 앨범 [RED]는 컨트리 음악이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발매 첫 주 12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하였다.
자료출처 : 네이버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