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여승과 대형 해연수 등을 포함한 대신들을 밤에 밀히 들어오라는 명을 받고 해시亥時(밤 9시~11시)쯤에 입궁하였다. 궐안에는 담덕과 함께 이미 먼저 와 있었던 대실문원과 무관장수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담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주변국의 간자(밀정,간첩)들이 눈치챌까 걱정되어 이 시각에 그대들을 불렀소이다. 짐은 바로 남소성과 신성으로 군을 이끌고 후연을 공격할 것이오!"
후연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니 다들 이해가 되는 눈치였다.
"대대로는 국사를 총괄하는 직책이니 마땅히 원자를 보필하며 주변의 상황을 짐에게 보고하라."
"신 대대로 여승은 원자저하를 보필하겠사옵니다."
"북부여 수사 모두루는 북쪽의 여러 소요를 담당하며 관할영토에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하라."
"북부여 수사 모루루, 소임을 다할것이옵니다."
"대모달 고사모와 용양장군 부여 진은 짐이 하사한 보검을 받으라."
"황공하옵니다."
고사모와 부여 진은 보검을 두손으로 받아들었다.
영락대왕의 군대가 성문밖에 빠져나고 난 다음날 국내성에서는 담덕이 사냥을 떠났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부여 진이 이끄는 2만의 군사들은 신성인근에 진을 쳤다. 병졸과 장수들은 전의에 불타올라 진격명령을 기다렸다.
"저들도 우리가 성밖에서 진을 치고 있음을 지금쯤이면 알것이다. 모든 병사들에게 진군을 알려라."
말북과 뿔나팔로 소리를 내어 병졸들을 모아 진격명을 전달하자 일제히 신성으로 진격하였다.
신성성주 수언은 성밖에 모여있는 고구려군을 보자 우습다는 표정을 지었다.
"흐흐흐, 언제부터 여기까지 온지는 몰라도 번번히 우리의 진병을 막기만 하던 고구려놈들이 아니였는가. 일찍이 난 선제(모용 성)께서 고구려의 성을 공격할 당시의 상황을 직접봐서 잘알고 있다."
수언은 처음부터 고구려를 우습게 보는 태도였다.
"장군, 저들은 거란과 비려,숙신을 복속시키고 남정을 단행하여 백제를 복속했습니다. 고구려의 영락대왕을 결코 우습게 보면 안될것같습니다. 저들이 요동을 점령한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무장으로서 겁부터 먹는단 말이냐? 저들과 응전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뭘하느냐. 군사들을 이끌고 고구려를 공격하라."
성밖으로 응전할것이라는 전략에 후연의 무관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환영을 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애초에 후연군은
수성전보다는 접전이 더 어울렸고 선비족이다보니 성을 사수하는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후연의 장수가 누구냐? 나 고율이 네놈들을 죽이러왔다!"
"고구려의 장수들이 겁도없이 달려드는구나. 창병들을 앞세워서 저들을 말에서 끌여내려라!"
"장군 고구려의 말은 너무 날렵합니다."
고구려의 말은 체구가 작지만 날렵했다. 물론 타국의 시각에서는 저런 말은 말로 보일리도 없었지만 마갑을 입힌 상태에서의 모습은 어느정도 경악하지 않을수 없었다.
"저들이 정녕 그 동안 수성만 하던 놈들이 맞느냐?"
"장군께서는 저들이 성밖에서 싸우는 모습을 처음보신 모양인데 저들이 한번 싸우면 무섭습니다."
"적장은 어디있나? 나 부여 진이 네놈의 목을 가져가고자 하는데."
고구려의 장군이 어느새 코앞까지 오자 당황스러웠다.
"수언장군, 퇴각하셔야 합니다."
수하들의 권유를 듣고 코앞에 있는 적장을 보고 예전에 배운 고구려말로 소리쳤다.
"고구려놈아! 나 수언은 비록 퇴각하지만 나중에 네놈을 만나면 내가 죽여버릴 것이다."
"오냐! 나에게 죽길 원한다면 언제든지 상대해주겠다."
퇴각하는 후연군을 뒤로하고 고구려군은 신성을 접수했다. 곧이어 남소성 함락소식이 날아오면서 부여 진은 영락대왕의 군이 신성으로 내려오며 바로 진격목표를 숙군성으로 잡았다.
"숙군성을 지키고 있는 평주자사 모용 귀는 옹졸하고 독선적인 자다. 그러한 자가 자사로 있다는 것은 후연의 모용 희가 아직 장악능력이 부족하다는 것과 인재를 등용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적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거세게 공격을 하여 단숨에 숙군성을 빼앗고 평주관할을 혼란시키는데 있다."
후연은 당시 북위를 신경쓰고 있었다. 수시로 북위와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기에 고구려의 공격까지 상대하는것은 버거운 일이였다.
"이번에 숙군성을 제일 먼저 공을 세운 자는 천금을 내리겠다. 위홍서는 선봉장으로 임명하니 한번 공을 세워보도록 하라."
"신 위홍서는 대왕의 은혜에 적장의 수급을 베어오겠사옵니다."
평주자사 모용 귀는 적과 인접해있고 수도 용성과 가까운 숙군성을 방비하면서 고구려의 태왕이 사냥을 한다는 말을 의심하고 있었다.
"백제치고 남쪽까지 내려와 고구려의 힘을 보여준 군주다. 그러한 자가 사냥이라…저들은 이전에 우리가 2성을 취한 사실을 알고 있을터! 그러한데…."
모용 귀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척후병이 도착했다.
"자사어른! 남소성과 신성이 고구려군에게 함락당하였사옵니다."
자신이 우려하던 것이 척후병에게서 실제로 듣자 모용 귀는 미간이 좁혀졌다.
"역시 사냥을 떠난것이 아니였어! 그래! 사냥감은 우리 후연이였던 거야. 다음 목표는 설마?"
"고구려군기마군이 숙군성을 공격하고 있으며 운제가 동원되어 함락을 시키려 하고 있사옵니다."
"저들이 요하를 건넜단 말이냐?"
요하를 건너려면 시간도 걸리거나와 이미 발각될것이 뻔한 일이였다.
"상류에서부터 건너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역시 기습이구나. 적을 막아라!"
모용 귀가 정신없어 할 때 동안 고구려의 궁노수와 보병들은 성문을 부고 운제를 동원하여 성을 타고 오르려고 했다.
"막아라! 막지 못하면 네놈들의 목을 칠것이니라! 귀설밀장군, 1천의 군사들을 이끌고 적을 맞서 싸우게."
"1천은 너무 적습니다. 아무래도 적어도 7천은 주셔야 합니다."
"그럼 7천으로 어떻게든 싸워보라."
"예."
귀설밀이 성밖으로 나서면서 뛰어나가자 고구려 쪽에서는 위홍서가 뛰어들어갔다.
-챙!
-휙!
1합,2합…어느새 10여합이 지나면서 어느정도 실력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귀설밀의 체력이 역부족이였는지 숨을 힘가쁘게 들이내쉬었다.
"하아!!!"
위홍서가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는 무겁고 느린 대신에 검과 비교할때 타격이 큰 무기이기에 갑옷을 뚧고 살을 파고들었다. 귀설밀이 배를 감싸쥐는 순간
"으악!!!!"
귀설밀이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졌다.
"퍼억!"
귀설밀의 목이 위홍서의 도끼에 찍해 잘려나갔다.
"보아라! 후연의 장수의 목이 이렇게 잘려버렸다!"
"와!!!"
후연군의 사기는 떨어졌고 고구려군의 사기는 올라갔다.
"안되겠구나. 성문이 열리고 있고 퇴각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모용 귀가 성을 버리고 퇴각하자 휘하 장수들과 병사들은 일부는 같이 도주하였고 일부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였다.
"잘듣거라. 이제부터 숙군성은 고구려의 성이다. 그리고 이곳의 백성들은 이제부터 고구려의 백성이다!"
"고구려가 후연을 친다라…요즘 금관국은 병력이 모자라서 아녀자도 군병력으로 쓰는 모양입니다."
신라에서 온 조공사신인 김경용이 고련을 비롯한 신료들의 대접을 받으며 삼한의 소식을 전하였다. 가야여군의 존재는 경남 김해시 대성동 고분군에 출토된 철제갑옷으로 무장한 여성 인골 3구를 통해 알려졌다. 가야는 연맹국가이기에 인구와 병력의 열세가 날수 밖에 없었다. 고구려와 맞서는 상황에서 여성까지 무장시키는 상황을 어쩔수 없었던 것이다.
"흠, 가야는 소국이지만 백제․왜와 손을 잡고 고구려에 덤볐으니 병력부족이야 우리에게 원망해서는 아니되는 일이지요. 것보다 신라 또한 고구려를 우습게 보아서는 곤란할 것이외다."
고구려 원자 고련의 가시돋친 말에서 우습게보고 공격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경고하는 의미였다.
"예, 저하께서 하신말씀을 새겨듣고 앞으로 두국가의 친선에 크게 기여해주시면 좋겠사옵니다."
첫댓글 재밌네요 ㅎㅎ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