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이따금씩 날리는 새벽 5시 40분..
영월 발 함 백 행 아침 6시 첫차를 타기위해 오렌지 나트륨등아래 짙게 가라앉은
안개 속에 잠긴 텅 빈 새벽의 영월 읍 거리를 걸었다.
밤새 내린 비의 양은 얼마 되지 않아서 다행스러웠지만 새벽기온은 매우 쌀쌀하다.
인적도 없는 터 미 널 앞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며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함 백 역을 찾아 낯 설은 곳을 어두컴컴한 새벽에 찾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막연한 두려움도 찾아든다.
함 백 역에 하루 한번 정차하는 열차의 모습과 자미원역을 가기위해서 반드시 타야하기에
졸린 눈 비벼가며 기다리다보니 어느덧 6시가 조금 넘으니 영월군 각 지역으로 운행하는 버스들이 기지개를 켜며 안개 낀 도로에 하나둘 나타난다.
내가 타야할 함 백 행 버스는 예정보다 7분 늦게 정류장에 정차하고..
휴일 새벽 느닷없이 함 백 역 간다고 하는 승객인 나 혼자만을 태운 채 버스는 날이 채 밝지 않은 어둠 속으로 달려간다.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
인적도 없는 암흑 속으로 버스는 막연한 두려움, 기대감에 빠진 이방인을 싣고서 석 항 신동 예 미를 지나 50여 분만에 함 백 에 도착한다.
불빛하나 없는 안개 속에 잠긴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허름한 건물하나가 얼핏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함 백 역 이었다.
함 백 역..
태백선 열차를 타고 예 미 역 조동신호장 구간사이에 차창아래 손에 잡힐 듯한 철길하나가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함백선이다.
함백선에는 유일하게 함 백 역 만이 존재한다.
까마귀 울음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려오는 가운데 출입문도 없이 역사 전체가 뻥 뚫린 대합실안으로 들어섰다.
따스한 난로가 피어있고, 아늑한 분위기의 간이역 모습은 그저 상상 속에서나 떠올려야 할 거 같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대합실..
뽀얀 먼지가 내려앉은 나무벤치..
판자로 굳게 막아버린 매표구..
대합실에 최소한 걸려있던 열차시각표조차 하나 없는..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폐역 된 가은역이나 문경역이나 기차가 하루 한번 정차하는 함 백 역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일단 사람의 손길을 떠나고 나면 간이역은 빠르게 하나둘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철저하게 외면 받은 역사에 남은 건 깨진 유리창..
뜯겨진 열차도착 안내문이 전부였다.
누가보아도 완전히 버려진 건물이었다.
낡은 건물위에 걸린 벗겨진 빛바랜 함 백 역 간판만이 유일하게 이곳이 기차역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왠지 그 모습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는 듯 하다.
함백선이 막 놓이던 1957년 당시만 하더라도 분명 이곳에도 역무원이 있었을 것이고, 무연탄을 실어 나르던 열차가 분주히 오고 갔을 것이다.
이곳에도 기차를 타기위해 사람들로 북적 거렸을 테지..
함백선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예 미 역 에서 함 백 역을 거쳐 조동신호장 까지 이어진 9.6km의 태백산맥 지하자원 수송을 위해 건설된 산업 철도이다.
함 백 탄전이 폐광되며 함백선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며 함 백 역은 폐허 아닌 폐허가 되어 버려 함 백 역은 사실상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함백선도 주민들의 잇단 철거 민원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함백선은 태백선 예 미~조동 구간의 상, 하행 열차의 교행선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함백선에는 2.45km길이의 또 아리 굴 인 함 백 1 터널이 있다.
역의 기능을 잃어버린 함 백 역에는 제천 발 영주 행 무궁화호 열차만이 아침 08시 07분 유일하게 정차하는 열차이며 함 백 역이 기차역의 구실을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루 단 한번 ..
그것도 하행선만 한번 정차가 유일하며 이용객은 사실상 없다.
안개 속 멀리 또 아리 굴이 보인다.
뱀이 또 아 리를 틀 듯 산을 한바퀴 휘감아 위로 올라가며 태백선과 만나게 된다.
아침 08시 07분..
멀리서 덜커덩 덜커덩 열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안개 속 새게 의 빛줄기가 안개를 뚫고 레일을 비추며 제천 발 영주 행 무궁화호 열차가
함 백 역 정거장에 도착한다.
열차에 오르니 차장님이 다소 놀라신 듯한 표정을 지으신다.
함 백 역에 기차를 타는 사람이 얼마만일까..
하루 한번 고작 30초도 안되는 시간동안 머물던 열차는 사람의 인적도 없는 폐허 같은 곳이 싫은지 이내 기적을 울리며 문이 닫히고 서서히 함 백 역 정거장을 출발한다.
차창밖에 바라보이는 함 백 역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모습으로 어둑어둑한 하늘아래 서있다.
애처롭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닐 런지..
철마는 떠난다..
이제 내일 아침 8시 까지 함 백 역 정거장에 머무는 기차는 없다.
첫댓글 함백역이 참 애처롭네요.
함백역에서 기차 타는 것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저 대신 다녀와주셨군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