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교회(21.02.21)】 "손등엔 '내 안에서'란 등대불을 올렸다 "_소부 무애장
손등엔 '내 안에서'란 등대불을 올렸다
어제 이영경사모가 전화를
했다.
광주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에
가야하는데 인원이 많아서 차를 몰고 올 수 있냐고 묻는데
차를 몰고 오라는 소리로 들린다.
"트럭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속으로,
'좀 편안한 차 였으면 좋을텐데' 했다
하지만
소부에게는 트럭 밖에 대안이 없었다.
제수씨에게 전했더니
아우님이 기차를 타고 오려다가 차를 끌고 오니 제차를 타고 가도 된단다.
지난번에 아우님이
기차를 타고 왔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탄 칸에 함께 있다가 격리 되는 바람에
혼줄이 나서 차를 끌고 온단다.
그러니 누군가 수원까지 차를 운전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런 신기한 일은 이천년에 한번쯤은 생긴다.
코로나 때문에...
넋두리처럼 드린 기도가 응답됐다.
오전에 차 청소를 한다.
청소기 속에 먼지가 가득이다.
'내 안에'란 등대가 보고 있다.
기진해진 청소기는
어떻게 주인을 기억할까?
주인이
뱃속에 먼지를 털어내는 날은
신이 나겠다.
다 주인의 소관이 아닌가?
등대가 보내주는 힌트다.
광주복지관까지 간다.
남의 차로
내 차처럼 하지만 서툴다.
목적지에 다왔는데
소부의 허락도 없이
남의 차는
빨간불에 길을 건너고 있다.
나도 놀랬다.
기진해서인가? 긴장해서인가?
목적지를 지나서 유턴으로
목적지에 닿았다.
마스크를 못 챙겼다.
힌트,
다 주인의 소관이다.
지나가는 복지관 직원에게
부탁을 했더니 마스크를 두 개나 가져다 주었다.
이름을 물었는데 가르쳐 준
이름 세자를 잊었다.
이천사인가?
함께모여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을 가르쳐 주었건만 못찾고 있다.
카카오맵이란 친구의 도움으로 식당을 찾았다.
기진맥진이 주인을 생각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손끝세 식구들이 반갑고
시골 추어탕도 반갑다.
맛있게 나누고 먹고
복지관으로 가는 길,
차에 올라 보니
자리가 없는 이사모와 난 걸어가야한다.
이사모가 말을 건넨다.
"오늘 등대불은 뭐죠?"
"'내 안에'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이
만나처럼 매일 주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카이로스의 시간에
깨어 있을 수 있는지요?
"저도 놓치지 않으려고
매일 손등에 등대불을 켜보지만
번번이 한눈을 판답니다."
복지관에 와서
관장 기다리는 시간 놀이방에서
기다린다.
놀이방에 칸막이로 막아놓은 그물망에
손을 짚고 안을 본다.
여기도 놀이터이고 저 안도 놀이터다.
오늘은
내 안에서도 나의 밖에서도
기진 할 때 주를 부르는 놀이터에 와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장애인 복지관 관장과의 만남,
앞으로 광주에 농아인 복지관을
세울 계획이 있단다.
전라도 지역에 농맹인들을 위해
그 안에 농맹인 사무실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우리가 아는 농맹인에 관한 일들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 오겠노라며
익산에 있는 농맹인과의 약속시간 때문에
서둘러 출발을 했다.
이시간도 놀이터요.
저시간도 놀이터다.
저 놀이터로 달려간다.
새식구는 손창환님에게
"난 농맹인입니다." 하자
손창환님도
"나도 농맹인입니다."
그 다음 얘기는 아껴둔다.
저녁으로 돌솥굴밥을 먹는다.
손세우미들이 농맹인들의 굴밥을 챙겨 주는 동안
난 손세우미들의 굴밥을 덜어내고 뜨거운 물을
돌솥에 부었다.
가만히 보고 있던
이사모가
"오늘은 소부를 '오빠,라고 부르고
싶어요"
"좋지요 '오빠'라고 불러요."
갑자기 여기 저기서
소부오빠!
소부오빠!
오빠 부대가 생겼다.
최집사님은 소부보다 나이가 많아
나도 오빠 부르고 싶은데 한다.
오늘 한번은 된다고 했는데
못 들으신 듯.
아쉬움을 가득안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새식구와 다음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오는 길에
창환님과 지연님
고누이와 홍누이가
손쉼에 같이 왔다.
돌러앉아 오누이처럼
오손도손 얘기를 나눴다.
지현님이 가만히 창문을
열고 밖에서 나는 시골향기를 맡는다.
카이로스의 시간도 향기에 취해 오빠를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