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계절
바쁘게 살다보면 지천에 핀 꽃도 못보고 지날 때가 있다.
회사 가장자리에 하트모양으로 장미를 식재해 놓았지만 직원들은 별 관심이 없는지 잘 찾지 않는다.
울타리와 잡초가 바람의 소통을 막아 모기와 벌레가 많아 사람들이 찾기를 두려워하던 곳을 공사를 해서 디딤돌과 잔디를 심어 길을 만들고, 강하게 버티던 잡초와 벌레를 드러내어 작은 벤치를 만들어 사람의 휴식공간으로 만든 지 1년이 지나니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이 벤치를 찾고 지난해 심은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요즘이다.
가장 후미진 곳에 하트모양으로 장미를 식재해 놓았지만 그곳에 정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하지 않는다.
내가 만들고 내가 심었던 나무라 그런지 점심시간이나 무료한 시간이면 새로운 순이 돋고 꽃봉오리가 탐스럽게 달려있는 장미 밭을 간혹 가본다.
새빨간 흑장미가 가장 먼저 피어나드니 황토색과 분홍의 꽃잎을 가진 장미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5월은 장미의 계절임을 알리고 있다.
물론 우리네 아파트에도 붉은 줄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답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 회사 장미꽃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내가 조성하고 심은 까닭에 마음이 더 가는가보다.
똑같은 장미꽃인데 어떤 것은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고 내가심은 꽃은 관심과 정성을 쏟는 것 보면 모두가 같은 느낌으로 와 닿지 않나보다.
토요일인데 근무 하러 회사에 출근하고 짧은 시간 또 장미가 핀 곳을 가보았다.
며칠 전 피었던 흑장미는 시들어버리고 새로운 색감을 지닌 아름다운 꽃이 피어 한참을 감상하며 오다가 잔디 속에 뿌리내리고 작은 꽃망울을 터뜨린 잡초를 발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꽃들은 모두 나름의 모습으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건너편 공장의 담벼락에는 줄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그런데 무심코 바라보는 꽃의 흔들림 속에서 발견한 것은 그 아름다운 꽃을 베어내는 사람이 있다.
붉은 꽃들이 무수히 피어 아름다운데 왜 그곳에는 장미꽃을 제거하고 있을까? 하고 궁금증이 일어나지만 그 속엔 어떤 사정이 있지 싶다.
흔히 우리가 하는 얘기 속에 “장미는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다.”라는 표현이 있다.
왜 장미는 가시를 가지고 태어났을까? 이 엉뚱한 생각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집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장미꽃을 꺾어 자기만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오랫동안 피어 있어야 할 장미는 생명을 잃게 되고 흔히 인간의 생명에 비유하면 천수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해 몸에 가시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며, 아름다운 여성에게 수많은 남정네들이 접근하듯이 아름다운 꽃에도 수많은 꿀벌들이 접근할 때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게 가시를 장착하고 태어났다는 얘기도 있다.
그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사실 알 수 없다.
세상일은 세상 사람들이 자기의 생각이 맞는 것처럼 각색하여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며 이야기 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나는 가끔 혼자서 생각하곤 합니다.
장미는 어쩌면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식물은 아니었을까?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 중에 가시를 가진 식물이 선인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이듯이 선인장은 척박한 땅에서 태어나서 최소한의 수분으로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잎을 가시로 간직한다는 사실이 있지만 그 선인장도 수분이 많은 곳에서 오랫동안 살다보면 장미처럼 가시와 함께 작은 잎들을 만들어 내기도 하니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꽃이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게 있을까마는 사람들이 그래도 장미를 무척 좋아하나봅니다.
다양한 품종개량으로 색상이 다양하고 우리가 오랫동안 보아 온 그 모양에 대한 친숙함이 존재하겠지만 겹겹으로 포개진 듯 꽃잎의 배열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태초에는 어떤 색깔의 장미만 존재했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색상의 장미가 세상에 늘려있어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장미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하는 장미의 색상은 노란 색이다.
노란 색 장미는 흔하게 보이는 색상은 아니지만 내가 매일 다니는 고속도로 건너 언덕배기에 이맘때면 모습을 드러내고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장미 동산에는 노란 색이 없다.
그것은 장미 묘목을 살 때 꽃 색깔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미를 보면서 노란 색 장미를 생각하기도 한다.
장미가 이처럼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독특한 모습과 함께 고고한 자태 때문이겠지요.
예쁜 여자를 흔히들 장미꽃에 비유한다.
이처럼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 장미인가 보다.
많은 곳에 장미가 피어나고 그 화려한 자태를 보고 있노라면 5월은 장미의 계절임이 실감난다.
밤사이 또 다른 장미 한 송이가 피어나면 내 가슴에도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났으면 좋으련만 세월이 훔쳐간 청춘은 온데간데없고 잘 익어가는 모습만 남았으니 그 사랑은 꿈처럼 허무할지언정 그래도 작은 가슴에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내 가슴에도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났으면 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봄과 장미의 계절이 주는 의미와 느낌은 좋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장미만큼 오묘하게 생긴 꽃은 세상에 드물다.
여러개의 꽃잎을 일정한 방향으로 포개 살면서 고개 내밀다 시간이 지나면 겹겹이 떨어져 휘날리는 모습에서 그 작은 꽃잎의 색감과 향기는 변하지 않는 고고함이 있어 좋다.
작은 정원에는 내년에는 금년보다 많은 꽃이 필 것이다.
이곳을 떠난 후 우연히 다시 들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흑장미와 붉거나 주황색이거나 분홍의 장미꽃이 피어나고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던져지는 곳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람을 전해본다.
아름다운 장미가 피어나는 계절은 보는 설레임이 있는 참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