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클럽에서 워크샵이 열리는군요.
몇해전인가... 한때 소위 계급식이라는 출처불명의 제도가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그 것도 일종의 워크샵? 아니면 레슨에 더 가깝다고 해야하나?..
암튼 한 사람씩 호명된 사람이 여러 회원들을 뒤로 하고 나와 스네어 드럼 앞에 앉습니다.
이어 메트로놈을 틀어놓고 (당시 속도는 120이었슴다) 박자를 세다가 보면... 영자님의 주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비트 8마디 + 8비트 8마디 + 16비트 8마디 + 8비트 8마디 + 4비트 8마디!
그리고 바로 메트로놈은 꺼집니다.
앞에 나온 회원은 주문에 따라 스네어드럼을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원! 투! 쓰리! 포!...
평소 음악에 맞춰 8비트는 물론 16비트까지 제법 빠르게 친다고 자부하던 사람들도 박자 맞추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생전 처음 쳐보는 뮤트 풀린 스네어 드럼의 우렁찬 소리에 놀라 박자를 놓치는 분들도 많고, 막상 쳐보니 오른손과 왼손의 세기가 너무 차이나는 분, 박자 길이가 길어졌다 짧아졌던 사정없이 변박인 분...긴장해서 치다가 마디 수를 까먹는 분....저도 마찬가지 였지만..ㅋㅋ
주문한 마디 연주가 끝나는 순간 메트로놈이 다시 켜집니다. 그리고 메트로놈 박자와 스스로 친 박자의 속도 오차가 바로 드러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연습 성과를 격려하는 계급이 주어집니다. 좀 더 높은 계급을 따려고 다시 연습 반복!
이게 당시의 출처불명 계급식이었습니다.
당시로썬 식은 땀 나는 일이었지만 그나마 박치인 저를 인간답게 만들어 준 멋진 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드럼 배우기를 시작했으면서도 제대로 연주할 기회가 생길 때까지는 스스로의 실력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개인 레슨이라도 집중적으로 받고 있으면 모를까 동호회 식으로 운영되는 클럽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
스트록할 때 그립이 왜 중요한가? 연주 장르에 따라 어떤 그립이 유리할까? 스트록 연습시 발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양손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비결은? 베이스 페달을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밟을까? 더블킥 요령은? 필인 잘치는 요령? 락과 재즈가 뭔지...리듬에는 어떤게 있는지...
수없이 떠오르는 궁금증을 풀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회원들 서로가 답해주기도 하지만... 그게 맞는 건지 아닌지...여전히 궁금합니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전문적인 프로드러머들에 의해 진행되는 워크샵입니다. 레슨을 받지 않는 한, 드럼을 매개로 프로드러머와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죠.
보통 초보든 중급이든 혼자서만 도 닦듯이 연습하는 사람들은 집중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해놓은 목표는 쉽게 달성하지만 스스로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넘어설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닥터드럼같은 데 프로드러머들의 워크샵 공지가 뜨면 전국에서 수많은 드럼매니아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들곤 하는거죠.
그 워크샵이 월요일 우리 클럽에서 열립니다. 드러머 조석훈은 대한민국에서 손 꼽히는 재즈 뮤지션 중의 한 사람이고 그만큼 연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배울 점이 많으리라 기대됩니다.
드럼을 배우기로 작정한 사람이면 빠질 이유가 없는 멋진 기회인거죠.
어제 같이 식사를 하게 됐는데 영자님이 제게 말을 꺼내더군요.
"형님! 요즘 보니까 (보통 슬로우락이라고 하는) 12/8박자 곡이 나오면 어떻게 쳐야할 지 당황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던데, 12/8박자 궁금하세요?"
워크샵 때 회원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무엇일 지 고민하는 모습에 고마움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한마디 했습니다.
"워크샵을 무료로 하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가격을 책정해서 참석자들에게 책임있는 시간이 되도록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랬더니 그냥 웃더군요. 아마도 회원들에게 그저 무언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월요일이 기대됩니다. 요즘 제자리 걸음 중인 제게도 또 한차례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송구한 말씀이지만 클럽의 모든 회원들께도 참석을 제안합니다. 모처럼 드럼에 대해 같이 배우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는 워크샵 날, 5천원 한 장을 회비함에 넣을 생각입니다. 적지만 워크샵에 대한 사례비입니다. 감사 표시이기도 하고 저 스스로에게도 그만큼 책임있는 배움의 시간을 만들어보려구요.
모두들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월욜 뵙죠~ ^^
첫댓글 저에게는 드럼을 배우고 처음하는 워크샵이라.. 나름 기대를 (두둥!) 하고 있습니다^^ 계급식 이야기 부분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지더니 ㅋㅋ... 정말 워크샵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 저희에게 얼마나 큰 행운의 기회인지 깨닫게 되네요! 저는 절대적으로 참석하겠습니다!!
선배님... 전 1만원을 넣어야 하는데~ 5천원만 넣으면 될까요? ㅎㅎ 어케서든지... 시간을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 인식하기 쉽게 설명해 주신 돌프님 감사 이런기회 자주없죠 근데 이날이 공교롭게도 이불같이쓰는 사람 BIRTHDAY 저녘후짬을.....
김윤석님은 8월한달 일일회원 월3회이상 등록자로 기존회원과 같은 자격입니다^^
크....계급식....그때가 마구마구 떠오르네요^^ 연주회때보다도 더 딸리던 맘을 부여잡고 세트에 앉았었던 기억.. 이후 거침없이 쏟아지는 적나라한 평~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너무너무 값진 시간들을 두려움에서라도 많이 빠진거 같아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