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陳章甫(송진장보)
李頎(이기)
四月南風大麥黃(사월남풍대맥황),棗花未落桐陰長(조화미락동음장)。
青山朝別暮還見(청산조별모환견),嘶馬出門思舊鄉(시마출문사구향)。
陳侯立身何坦蕩(진후립신하탄탕),虬鬚虎眉仍大顙(규수호미잉대상)。
腹中貯書一萬卷(복중저서일만권),不肯低頭在草莽(불긍저두재초망)。
東門酤酒飲我曹(동문고주음아조),心輕萬事皆鴻毛(심경만사개홍모)。
醉臥不知白日暮(취와부지백일모),有時空望孤雲高(유시공망고운고)。
長河浪頭連天黑(장하랑두연천흑),津口停舟渡不得(진구정주도부득)。
鄭國遊人未及家(정국유인미급가),洛陽行子空歎息(낙양행자공탄식)。
聞道故林相識多(문도고림상식다),罷官昨日今如何(파관작일금여하)。
<원문출처> 送陳章甫/ 作者:李頎 / 全唐詩·卷133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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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남풍 부니 보리는 누렇게 익는데
대추 꽃 아직 떨어지지 않고 오동나무 그늘은 짙다
청산은 아침에 이별해도 저녁이면 다시 보리니
말이 울자 문을 나서며 고향을 그리워하네
진후(陳侯)는 사람됨이 어찌 그리 넓고 큰가
규룡의 수염 호랑이 눈썹에 넓은 이마로다
뱃속에 만권의 책 쌓아 두었으니
초야에서 고개 숙이고 있지는 못하리라
동문에서 술을 사 우리들에게 마시게 하던 때
마음으로 세상일 홍모(鴻毛)처럼 가볍게 여겼지
취해서 누우면 해가 지는지 알지 못했고
때때로 그저 높이 뜬 외로운 구름 바라보았네
황하의 물결이 검은 하늘에 닿아
나루에 배가 멈춰 건널 수 없으니
정(鄭)나라의 나그네가 집에 이르지 못할까
낙양의 나그네는 공연히 탄식을 하네
듣자하니 고향에 친구가 많다 하는데
어제 벼슬 그만 둔 그대를 어찌 대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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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釋] 4월에 남풍이 불어오니, 보리는 이미 익어 맑은 황색을 띠고 있는데, 대추 꽃은 떨어지지 않았으며 오동나무의 그늘만 무성하고 짙어졌다. 고향에 가면 아침에 청산을 이별하여도 저녁이면 변함없이 볼 수 있으리니, 문을 나서는 그대는 말 울음소리를 듣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일어난다.
진공(陳公)은 입신 처세함에 참으로 도량이 크며, 용의 수염ㆍ호랑이 눈썹에 넓은 이마가 잘 어울린다. 그대는 학문을 해서 경륜이 가슴속에 가득하니, 초야에서 머리를 숙이고 일생을 보내고 싶진 않을 것이다.
평소에 그대는 낙양(洛陽)의 동문(東門)에서 술을 사서 항상 우리들에게 마시도록 해주었는데, 가슴이 탁 트여 세상일은 모두 기러기 털처럼 가벼워서 말할 것이 없다고 여겼다. 마시고 취하면 곧장 잠들어서 저 태양이 언제 지는지도 알지 못했으며, 때때로 푸른 하늘을 우러러 홀로 높이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곤 했다.
이제 이 황하의 나루에서 이별해야 하는데 풍랑이 검은 하늘과 맞닿을 만큼 크게 일어나 나루의 배는 운행을 멈추어 건널 수가 없다. 그대, 이 정(鄭)나라의 나그네가 집에 도착하지 못할까. 나, 이 낙양의 나그네는 부질없이 혼자서 탄식한다네.
듣자하니 그대는 고향에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벗들이 많다 하는데, 어제 벼슬을 그만둔 그대가 집으로 돌아가면 벗들이 어떻게 맞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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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題] 이기(李頎)의 송별시(送別詩)는 인물 묘사를 잘하기로 유명한데 이 시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5구~12구에 대상 인물의 외면과 내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진장보는 재주와 학문이 뛰어난 사람으로, 오랫동안 하남(河南)의 숭산(嵩山)에 은거하였다. 그는 일찍이 하남(河南)에서 과거에 응시하여 급제하였는데 원적(原籍)에 등기(登記)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부(吏部)에서 인정해주지 않자, 글을 올려 항의하였다. 이부(吏部)의 논박이 끝나기 전에 집정자(執政者)에게 편지를 올려 파격적으로 등용되었다. 이 일은 천하 선비들의 찬사를 받았고 그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벼슬길은 뜻대로 열리지 않아 낙양(洛陽) 일대의 사원(寺院)이나 교외(郊外)에서 소요(逍遙)하였다.
이 시는 진장보가 관직을 그만둔 후 고향으로 가는 길에 올랐을 즈음 지은 것으로, 이기는 그를 나루터까지 전송하면서 이 시를 주어 이별하였다. 전인(前人)들은 대부분 진장보가 이때 돌아간 곳이 원적(原籍)인 강릉(江陵)의 옛집이라고 보았는데, 시에서 ‘舊鄕(구향)’ ‘故林(고림)’이라고 한 것을 보면 하남(河南)의 숭산(嵩山)을 가리킨 듯하다. 시에서 진장보를 ‘鄭國遊人(정국유인)’이라 하고 시인 자신을 ‘洛陽行子(낙양행자)’라고 했으니, 두 사람 모두 천애윤락인(天涯淪落人)의 처지로서 그들의 우정이 매우 깊음을 볼 수 있다.
이 시는 처음 송별을 하는 때와 장소, 풍경을 그린 다음, 진장보의 학문과 위인 됨을 묘사하고 평소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어 그 性情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그의 귀향길에 있을 평탄치 못한 여정을 상상하였는데, ‘長河浪頭連天黑(장하랑두연천흑) 津口停舟渡不得(진구정주도부득)’ 두 句는 두보의 〈夢李白(몽이백)〉에, “물은 깊고 파도는 드넓으니, 교룡에게 잡히지 않도록 하게.[水深波浪闊 無使蛟龍得]”라고 한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마지막 두 句 또한 시인의 상상으로서, 앞서의 진장보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그를 위로해 주는 말로 분위기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시의 묘미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역주
역주1> 桐陰長(동음장) : 장(長)은 무성하고 빽빽하다는 뜻이다.
역주2> 陳侯(진후) : 진장보(陳章甫)를 가리킨다. 후(侯)는 존칭이다.
역주3> 坦蕩(탄탕) : 도량이 넓고 큰 것을 말한다. 《論語》 〈述而(술이)〉에, “군자는 평탄하여 여유가 있다.[君子坦蕩蕩]”고 했다.
역주4> 虯鬚虎眉仍大顙(규수호미잉대상) : ‘虯(규)’는 뿔이 있는 용이다. ‘仍(잉)’은 아울러이다. ‘顙(상)’은 이마이다. 그가 규룡의 수염에 호랑이 같은 눈썹을 지니고 있고 아울러 이마가 넓고 큰 것을 말한다.
역주5> 酤酒飮我曹(고주음아조) : ‘酤(고)’는 沽와 통하니, 술을 사는 것이다. ‘飮(음)’은 동사인데, 사동용법으로 썼다. ‘飮我曹(음아조)’는 우리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이다.
역주6> 皆鴻毛(개홍모) : 《全唐詩(전당시)》 주(注)에, ‘皆(개)’는 “一作如(일작여)”라고 되어 있다. “‘여(如)’로도 쓰인다.” 鴻毛(홍모)는 ①기러기의 털 ②아주 가벼운 사물(事物)의 비유(比喩ㆍ譬喩)를 뜻한다.
역주7> 長河(장하) : 황하를 가리킨다.
역주8> 津口(진구) : 나루이다. ‘口’자는 《全唐詩》 注에 ‘一作吏’라고 되어 있다.
역주9> 鄭國遊人(정국유인) : 陳章甫(진장보)가 일찍이 鄭(정) 땅에 장기간 머물렀던 적이 있으므로 진장보(陳章甫)를 가리킨다. 춘추(春秋)시대 정(鄭)나라의 도읍이 신정(新鄭)에 있었는데 곧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신정현(新鄭縣)이다.
역주10> 洛陽行子(낙양행자) : 이기(李頎)가 자신을 일컬은 것이니, 아마도 당시에 洛陽에서 전송했을 것이다.
역주11> 故林(고림) : 고향을 말한다.
본 자료의 번역은 전통문화연구회의 동양고전종합DB(http://db.juntong.or.k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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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이기 [李頎] (한시작가작품사전, 2007. 11. 15., 국학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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