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지 하루 만인 16일 미 해군의 순항미사일 핵추진 잠수함(SSGN) ‘미시간함’(SSGN 727)이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미시간함은 2500㎞ 떨어진 목표물을 족집게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최대 154발 탑재할 수 있다. 미시간함은 2017년 10월에도 방한한 적이 있어 SSGN 방한은 5년 8개월 만이다. 미시간함은 오는 22일까지 머물며 한국 해군과 연합특수전훈련을 할 예정이다.
◇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발 탑재, ‘미사일의 비’ 퍼부을 수 있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비핵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고 있지만 SSGN은 전략 자산으로 간주된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담긴 ‘미국 전략 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라는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비록 실패했지만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 발사 등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미시간함은 오하이오급 SSGN 4척 중 하나다. 길이 170.7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8750t으로 미국 잠수함 중엔 가장 크다. 최대 2500㎞ 떨어진 목표물을 3m 이내 정확도로 정밀 타격할 수 있어 주요 전쟁과 분쟁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154발이나 탑재, ‘미사일의 비’를 퍼부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16일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미국에서 가장 큰 잠수함 중 하나인 순항미사일 핵추진 잠수함(SSGN) '미시간함'이 입항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제공: 조선일보 오하이오급 SSGN은 지난 2008년2월 처음으로 방한했다. 오하이오급 1번함인 오하이오함이었다. 극히 이례적으로 한국 언론에도 잠수함 내부가 공개됐다. 당시 국내 취재진의 한 사람으로 오하이오함 내부에 들어가볼 기회를 가졌다. 오하이오함의 내부는 한국 해군의 배수량 1200~1800t급 비좁은 재래식 잠수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은 공간과 첨단 장비를 자랑했다.
◇ 미 함장 “세계 최강의 재래식 타격력 갖춰”
30여㎡ 넓이의 지휘통제 센터에는 20여개의 모니터와 각종 지휘통제통신 장비로 빽빽했다. 지휘통제 센터를 지나자 좁은 복도 옆으로 토마호크 미사일이 실려 있는 직경 2.7m의 거대한 수직 발사관들이 나타났다. 2열로 늘어서 있는 총 24개의 발사관 중 22개에 각각 7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총 154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실을 수 있는 셈이다. 나머지 2개의 발사관은 특수부대 침투용 등으로 쓰인다. 당시 오하이오함 함장 앤드루 헤일 대령은 한국 기자단 앞에서 “오하이오는 잠수함은 물론 수상 함정(이지스함 포함)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 세계 최강의 재래식 타격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 16명의 특수부대원들을 은밀히 침투시킬 수 있는 특수잠수정 ASDS. 미시간함 선체 위의 타원형 격납고에 최대 2척을 탑재할 수 있다. /미 해군© 제공: 조선일보 토마호크 미사일은 한때 핵탄두를 장착했지만 현재는 모두 비핵 재래식 탄두형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핵탄두 탑재 토마호크 미사일 재도입을 추진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백지화됐다.
◇ 한.미 최정예 특수부대원 60여명 태우고 북 침투훈련도
미시간함은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로 알려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팀 등 특수부대원 66명도 태울 수 있다. 특수부대원들은 특수 잠수정 ASDS를 이용해 적 해안에 은밀한 침투가 가능하다. ASDS는 최대 16명의 특수부대원을 태운다. 이 잠수정은 미시간함 선체 위 타원형 격납고에 2척이 실려 있다가 발진한다. 그동안 미 특수부대원들은 우리 해군의 UDT/SEAL, 육군 특전사 요원들과 함께 오하이오급 SSGN에 탑승해 북 침투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특수부대원들은 유사시 잠수함 등을 통해 북한 지역에 침투, 북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 작전’을 펴거나 급변 사태 시 북 핵무기를 확보·제거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미시간함 등 오하이오급은 그런 점에서 매우 유용한 무기다. 특히 북한의 대잠수함 작전 능력은 우리보다 크게 떨어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한·미 잠수함이 북 영해 내에 들어가서도 작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양인성© 제공: 조선일보국방부는 미시간함에 대해 “특수 통신 체계와 은밀 기동 능력을 기반으로 가공할 수준의 기습 타격 능력과 특수전 작전 능력을 제공하는 미국 해군의 대표적인 전력”이라고 밝혔다. 해군작전사령관 김명수 중장은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한미 동맹의 압도적인 능력과 태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냉전 종식 후 전략 핵잠수함 4척 순항미사일 핵잠수함으로 개조
디젤전지 등으로 추진되는 재래식 잠수함은 한 번에 2주 정도 바다에서 작전할 수 있다. 반면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핵잠수함은 최대 6개월 정도까지 물 속에서 움직일 수 있다. 보통 3개월 분량의 식량이 실린다. 승조원들의 생체적 한계 때문에 한 번 바다에 나가면 3개월가량 작전한다고 한다. 미시건함에선 155명에 달하는 승조원이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발사관 통로를 운동장 트랙처럼 도는 경우도 있는데 7바퀴 돌면 1.6㎞나 된다. 오하이오급은 원래 냉전 시절 구 소련에 맞서기 위해 트라이던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24기를 탑재하는 전략 핵잠수함(SSBN)으로 만들어졌다. 미 전략 핵잠수함의 중추 전력으로 1번함인 오하이오가 1981년 미 해군에 배치된 뒤 같은 형의 잠수함이 1997년까지 총 17척이 추가건조됐다. 냉전 종식과 미·소 전략무기 감축협상, 그리고 대(對)테러전 증가라는 안보환경 및 미국 안보전략 변화에 따라 오하이오를 비롯, 4척이 각각 4억달러를 들여 순항미사일 탑재 잠수함으로 2002년 이후 개조됐다. 순항미사일 핵잠수함으로 재탄생된 일부 오하이오급은 2011년 리비아 공습작전에 참가했다. 오하이오급 3번함인 플로리다는 2011년 3월 오디세이 여명 작전에 참가, 작전 기간 동안 90여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지난 4월 워싱턴 선언 때 명시된 SSBN(탄도미사일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 시기에 대해서도 계속 협의 중이라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