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9범’의 오명을 안고 있는 한 40대 남성이 나들이 길에서 주운 판사의 지갑을 돌려줘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익산에 사는 김모씨(48)로 휴일인 지난 27일 가족과 함께 익산보석박물관으로 나들이에 나서 매점 앞 길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하게 됐다.
김씨는 이 지갑의 모양이나 색깔이 자신의 것과 흡사해 자신이 흘린 것으로 생각하고 집어들었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 펼쳐본 순간 깜짝 놀랐다. 전주지법 민사2단독 이재근 판사의 신분증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던 20대 때 동료와 함께 가게 앞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몰다 붙잡혀 절도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젊은 호기에 벌어진 이 사건이 계기가 돼 그는 20여년 동안이나 교도소를 들락거리면서 ‘전과 9범’의 딱지를 붙이게 됐다.
판사부부로 소문난 이 판사는 당일 부인인 형사2단독 신명희 판사와 아들(4)과 함께 이곳 보석박물관 인근으로 나들이에 나섰다가 지갑을 분실하는 봉변을 만났다. 지갑 속에는 신분증 뿐만 아니라 현금과 각종 신용카드, 은행 보안카드, 법원 출입 보안카드 등이 들어 있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이 판사 부부는 보석 박물관과 공룡 박물관 등 일대 쓰레기통까지 샅샅이 뒤져가면서 지갑을 찾아헤맸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이 때 이 판사의 지갑을 주운 김씨가 이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갑 속에 있던 이모씨(42)의 명함을 통해 수소문한 끝에 연락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판사에게 곧장 달려가 지갑을 건넨 김씨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도 풀어놨다.
그는 3년 전 출소한 이후 농약제조공장과 밥솥 코팅공장 등에서 궂은 일도 마다않고 일하면서 땀의 대가를 찾기 시작, 술과 담배까지 모두 끊고 성실한 생활을 일궜다. 베트남 출신의 예쁜 부인(25)과 인연을 맺어 금쪽같은 아들(1)도 낳았다.
김씨는 지갑속 주인이 판사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지난 시절 숱한 재판으로 접했던 판사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가자 부지런히 새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이 판사를 수소문해 직접 지갑을 건네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근 판사는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땐 낙담했는데 되찾게 돼 매우 기뻤다”며 “이러한 마음가짐이라면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