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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의지
손 창 섭
개나리도 거의 지고, 며칠 안 있어서 창경원 벚꽃이 만개하리라고 신문이 떠들어대는 무렵의 어느 날 오후였다. 아침부더 찌뿌듯 하던 날씨는 점점 때가 지나면서 마침내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기다리던 비요, 더구나 실오리같이 곱게 내리는 봄비여서, 정혜 역시 당장 장사에는 지장이 있더라도 마음이 흡족하였다. 담배, 성냥, 캐러멜 등속을 벌여놓은 목판 위에 비닐 보자기를 씌워놓고, 정혜는 뒤편 처마 밑에 바싹 들어앉아서, 달려와서 멎었다가는 떠나고 떠나고 하는 전차와 버스를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좀처럼 목판 앞에 다가서는 손님은 없었다. 더 버티고 앉아 있어보았자 신통할 것 같지 않았다. 정혜는 차라리 일찌감치 걷어가지고 들어가기로 했다. 아이들 데리고 목간이라도 갔다 와서, 오래간만에 세 모녀가 오붓이 모여 앉아 저녁 식사를 같이 하리라 궁리하며 정혜가 엉거주춤 일어서려는 때였다. 비에 젖은 유 선생이 새까맣게 넓은 수건으로 연방 얼굴을 문대며 나타난 것이다. 유 선생은 정혜 앞에 바싹 다가서며, 전에 없이 생기 띤 음성으로,
“아주머니 됐습니다. 양담배 오늘부터 나온댑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 전부터 유 선생은 양담배를 싸게 살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고 별러왔던 것이다. 어느 미군 부대에 다니는 유 선생의 친구가 양담배를 헐값에 사 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나서서 부탁하면, 시장에서 도매금에 떼오는 것보다 훨씬 싼값에 정혜가 대놓고 도리로 맡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혜도 적잖은 기대를 걸고 은근히 기다려오던 일이었다. 정혜는 마침 잘 되었다코 생각하고 물건들을 정리해 치우고 이내 유 선생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정혜의 낡은 우산을 둘이 같이 받고 나섰다. 빗발은 차츰 굵어지기 시작했다. 한참 만에 전찻길을 건너서 약간 경사진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바로 거기에 자그마한 식당이 있었다. 유 선생은 슬그머니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깨어진 창 너머로 안을 넘실거리고 나서,
“이래 봬두 유명한 집입니다. 안주가 싸구 잘하거든요.”
돌아보며 멋쩍게 웃었다. 정혜도 가볍게 마주 웃고,
“술 사드릴까요?ˇ,
했더니,
“아주머닌 곰탕을 드세요. 이집 곰탕 일러줍니다(‘알아주다’ 의 방언).”
그러고 유 선생은 어느새 드르륵 문을 열고 앞장서 들어갔다. 아직 시간이 일러 그런지 빈자리가 많았다. 홀을 지나 방으로 올라가서 구석진 식탁에 마주 앉았다. 정혜는 유 선생의 의향을 물어가며 술과 식사를 청했다.
“여기 자주 오세요?”
“가끔!’
유 선생은 또 비굴하고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할 듯 할 듯 하다 말고, 정혜의 왼쪽 손목에 시선을 주었다. 거기에는 스위스제 21석짜리 남자용 손목시계가 감겨 있었다. 정혜는 얼른 오른손으로 그 시계를 가려버렸다. 남편이 남기고 간 시계였다. 6·25 때 적구(赤狗: 공산당의 앞잡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의 앞잡이 노릇을 하다가 월북해버린 남편. 너무나 선량하고 약했기 때문에, 남편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의 부피에 눌려 꼭두각시처럼 적구들의 손끝에서 놀아났다. 그즈음의 남편은 완전히 공포증에 사로잡혀 영 딴사람같이 되어 있었다. 그러한 정혜 남편은 마침내 자기를 믿고 데려다 맡겼던 유 선생의 동생(국군 헌병)을 적구의 손아귀에 넘겨주고야 말았던 것이다. 두 명의 괴뢰군에게 끌려 나가며 뒤를 돌아보던 청년의 눈을 정혜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 그것은 절망과 분노와 애원의 감정이 핏물처럼 붉게 엉긴 눈이었다. 한참 뒤 유 선생의 동생은 세 발의 총성과 함께 자기가 판 구덩이에 한을 품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날부터 정혜 남편은 단총을 겨누고야 자기 집 대문을 들고 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지 얼마 안 해서, 인천 상륙 작전에 성공한 유엔군과 국군은 서울을 향하여 폭풍처럼 들이닥쳤다. 서울 주변에서 맹렬한 공방전이 계속되던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다. 정혜 남편은 역시 단총을 겨눈 채 황황히 대문 안에 들어섰다. 그는 핏발 선 눈으로 실내외를 휘둘러보고 나서, 정혜와 어린것들 앞에 와 맥없이 주저앉았다.
“당신은 아이들 데리구 언제까지나 여기 남아 있으우.”
목이 갈려서 칼칼한 음성을 냈다.
“그럼 당신은……?”
“난 이 길루 곧 떠나야 해. 지령이 내렸어.”
예측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순간 정혜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의 혼란에 빠졌다.
“여보 난 떠나야 하겠지? 무슨 딴 도리는 없겠지?”
기도하듯 하는 남편의 눈과 음성이 정혜의 이성을 불러 일으켰다.
“여보! 여기 남아 계셔요. 한동안 숨어 지내다가 자수하세요!”
“뭐? 자수?”
남편의 안색이 금시 공포로 변해버렸다. 하늘처럼 무거운 침묵이 잠깐 두 사람을 덮쳐눌렀다.
“안 돼. 사는 데까지는 살아봐야겠어.”
이윽고 자리를 떴다. 정혜도 한사코 그를 붙들 용기는 없었다.
남편의 청에 따라 당장 필요한 타월, 비누, 칫솔 따위와 내의 몇 벌을 꾸려주었다.
그것들을 챙겨 들다 말고,
“잠깐만…….”
남편은 자기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나서 정혜를 끌고 윗방으로 올라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정혜가 따라 올라갔더니, 남편은 갑자기 정혜를 꽉 쓸어안았다.
“마지막일지두 몰라!”
남편은 격정적 인 키스를 퍼붓고 나서 정혜를 방바닥에 반듯이 눕혔다.
용무가 끝나자 남편은 딴사람처럼 벌떡 놀라 일어났다. 아랫방으로 내려가서 철없는 두 어린것을 하나씩 안아 입을 맞추고, 정혜를 돌아보며,
“이것들 잘 길러요. 죽지 않구 살아남게 되면 언제고 다시 만날 날이 있을지두 몰라…….”
가슴속에서 짜내듯 하는 말이었다. 정혜는 이제야 눈물이 치솟았다.
어느새 남편은 단총을 겨누고 어두워오는 대문을 향해 걸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섰다. 그는 한 손에 손목시계를 끌러 들고 있었다.
“앞으르 굶게 되면, 이거라두 팔아 보태 써요.”
정혜는 그 시계를 받지 못하고 그 자리에 엎뎌져 어깨를 추며 울었다.
얼마 뒤에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손목시계를 남겨놓은 채, 남편의 그림자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 뒤, 오늘날까지 소중히 몸에 지녀오면서도 떳떳이 남 앞에 내놓을 수 없는 시계였다.
남편은 민족과 조국을 배반한 죄인, 유 선생에게 있어서는 혈육을 살해한 원수였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자기를 용납해주는 조국에 대해서는 의붓자식처럼 조심스러웠고, 유 선생 앞에서는 과중한 정신적 채무자의 심리를 면할 길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시계를 처분해버리지 못하는 자기의 심리를 정혜는 스스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 시계의 내력을 알고 있는 유 선생 앞에서, 그것을 한 손으로 가린 채,
“이거 팔아버릴까봐요.!”
마치 사죄하듯 속삭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정혜였다.
“그 친구 북한에 살아 있을 겁니다. 자기 생명을 아끼는 데는 천재적이니까요.”
유 선생은 엄숙한 표정으로 위로하는 말투였다. 이윽고 주문한 술과 음식이 왔다.
유 선생은 술부터 마셨다. 정혜가 따라주었다. 거푸 네댓 잔 들이켜고 난 유 선생은 금시 안색이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평시에는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기만 하던 유 선생도 일단 술만 들어가면 딴사람처럼 생기가 돌고 오만해지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한 잔만.”
유 선생은 별안간 빈 잔을 정혜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거절하기가 안되어서 잔을 받았다. 노리끼한 액체가 차올라오는 잔을 바라보며, 정혜는 남편의 생일을 생각했다. 그날이 되면 간소하게나마 평시와 다른 음식을 장만해놓고 유 선생을 청하곤 했다. 그 자리에서 정혜는 남편이 따라주는 술을 축배의 뜻으로 한 잔, 유 선생이 부어주는 술을 인사로 한 잔, 그렇게 꼭 두 잔씩 받아 마셨던 것이다.
“드세요.”
거의 명령조로 권하는 말에 정혜는 깜짝 놀라듯이 긴장한 솜씨로 잔을 들어 단숨에 쭉 들이켰다.
“아주머니두 술꾼이 되시우!”
“선생님을 닮으란 말씀이죠?”
“온갖 인간 행위의 제약된 의미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정혜가 부어준 잔을 비우고 난 유 선생은 그 잔을 도로 정혜에게로 건넸다. 좀 난처했지만 유 선생의 도연(陶然한: 술이 취하여 거나한) 취흥을 깨뜨려주고 싶지 않아서 정혜는 이번에도 말없이 받았다. 유 선생이 따라주는 술을 눈을 감고 마셨다. 가슴속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며 이상하게 눈까풀에 팽창감이 느껴졌다. 정혜는 잔을 도로 유 선생 손에 건네고, 술을 부어주며,
“선생님.”
다정하게 불러놓고 유 선생이 잔을 들어 쭈욱 들이켜기를 기다려,
“어서 직장을 가지세요. 그리구 결혼두 하시구요.”
진심에서 하는 말이었다. 유 선생의 데카당한 생활이 반드시 정혜 남편의 배신에 기인한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왜 그런지 유 선생의 그러한 퇴폐적 생활이 자기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것 같은 일종의 솔러대러티(solidarity: 연대 책임)에서 정혜는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 선생이 직장과 가정을 갖고 정상적인 생활에 정착한다면 정혜는 적어도 사변 이래 유 선생에게 대한 자기 마음의 빚을 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마저 새끼를 치란 말입니까?"
유 선생은 원망스레 툭 내뱉듯 하고, 제 손으로 쪼르르 술을 따라 마시더니,
“새끼를 치면 그놈들이 날 통째로 집어삼킬 겝니다. 거미 새끼란 놈들이 그 야만적인 생을 위해서 어미를 포식하듯이, 내 새끼들두 내 껍질이구 속이구 송두리째 삼켜버릴 거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억울합니다.”
그러고 정혜를 건너다보는 유 선생의 눈에는, 형언할 수 없는 어떤 병적인 공포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선생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정혜는 그렇게 불러놓고,
“선생님은 너무 외로우신 거예요'’
“외롭다구요? 노오. 천만의 말씀.”
“그러믄요?”
“니첸가가 고독 속으로 피하라구 했지만, 나는 불행하게두 나의 전신을 숨길 수 있는 무성한 고독의 숲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욕된 이 현실의 위협 앞에서 나는 피할 도리가 없는 사람입니다. 몸을 감출 만한 한 포기의 수풀도 없는 불모지대를 헤매는 한 마리의 사슴을 상상하실 수 있습니까? 자기의 그림자나 방귀 소리에조차 놀라지 아니할 수 없는 사슴을 말입니다.”
“선생님의 속을 통 모르겠어요, 저는.”
“모르는 게 좋습니다. 이 이상 아주머니는 저 때문에 피해를 입어선 안 되실 테니까.”
유 선생은 사과하듯 하였다. 정혜는 말없이 유 선생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그들이 음식집을 나왔을 때는 밖이 어둑어둑해 있었다. 빗발은 한결 가늘어져 있었다.
호기 있게 활갯짓하며 앞장서 걷는 유 선생의 뒤를 정혜는 묵묵히 따라 걸었다. 어두운 골목길을 더듬어 올라가려니까, 여기저기 처마 밑에 나와 섰던 젊은 여자들이 유 선생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놀다 가세요, 아저씨.”
뒤따라 걷던 정혜만이 놀랐다. 그러나 예가 말로만 듣던 그 뒷골목이라 깨달으니 신기하기도 했다. 색시에게 손목을 붙잡힐 때마다, 유 선생은 도리어 자기 쪽에서 덤벼들어 여자를 얼싸안으며 입을 맞추려고 서둘곤 했다. 그러면,
“이 양반이 개평부터 떼긴가.”
쏘아붙이며 색시들은 몸을 뿌리쳤다. 그러한 골목을 무사히 빠져나오는 동안 왜 그런지 정혜는 자신이 등골에 땀을 뺐다.
몇 번이나 발을 헛디딜 뻔하며 비탈진 골목을 돌아 유 선생의 친구가 거처한다는 집 앞에 다다랐다. 그러나 미군 부대에 다닌다는 유 선생의 친구는 아직 돌아와 있지 않았다. 혼자 들어가보고 나온 유 선생은 몹시 민망한 듯이,
“어떡할까요, 아주머니. 들어가 좀 기다려볼까요?”
정혜의 의향을 물었다. 그렇다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을 덮어놓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더구나 날도 구질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해서도 정혜는 더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들리기루 하겠어요.”
좀 거북한 말투로 유 선생은 그러라고 했다. 다음번에는 허행이 되지 않도록 친구와 미리 시간 약속을 해놓고 연락을 하겠노라고 유 선생은 다시 사과하듯 했다.
“인제 어디루 가시겠어요, 선생님은?”
“글쎄요, 발 가는 대루. 공중 나는 새도 깃들일 곳이 있구, 여우도 굴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노라. 그러니까 그런 말은 묻지 말아주세요,”
정혜는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개운하지 않은 마음으로 발길을 돌이켰다. 그러자, 아무튼 전찻길까지 바래다주겠노라고 하며, 유 선생은 앞장서서 좀 전에 올라온 골목길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혜는 물탕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몇 걸음 처져서 그 뒤를 묵묵히 따라 걸었다. 처마 밑에 지키고 섰던 밤 색시들이 이번에도 유 선생의 소매를 붙들고 늘어졌다. 한두 번은 그래도 뭐라고 농담을 남긴 채 뿌리치고 지났다. 세 번 만엔가 유 선생은 다시 붙들렸다. 이번은 노상 초면이 아닌 모양이었다. 허튼소리를 주고받다가 유 선생은 색시의 볼을 꼬집었다. 색시는 죽는 소리로 앙탈을 하고 매달리며, 기를 쓰고 유 선생의 한쪽 팔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유 선생은 맥을 못 추고 허수아비 모양 질질 끌려 들어가버렸다. 정혜는 어리둥절해서 걸음을 멈추고 서 있었다. 얼마 동안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서 있었으나 유 선생은 좀처럼 돌아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정혜가 발을 옮기려니까 그제야 유 선생은 어깨를 흔들며 태연히 나타났다. 어느새 양복저고리는 안에다 척 벗어놓고 내의 바람이었다. 유 선생은 정혜 앞으로 다가서더니,
“아주머니, 5천 환만 빌려주시우. 나중에 책임지구 갚아드리겠습니다.”
술내와 함께 불쑥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정혜는 좀 당황해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거절할 수는 없었다. 말없이 한 손에 들고 있던 보스턴백 속에서 6천 환을 꺼내 주었다. 유 선생은 성큼 돈을 받아 들고 한층 더 얼굴을 접근시키며,
“이래서 난 아주머닐 좋아합니다.”
속삭이듯 하더니, 어느새 술내 나는 그 입술로 정혜의 입술을 꽉 덮어버렸다. 정혜는 너무나 뜻밖이라 깜짝 놀라 얼굴을 젖히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가까운 거리에서 밤 색시들이 까르륵 소리를 지르고 웃었다.
“아주머니 안녕. 조심해 가세요. 빠이 빠이.”
유 선생은 소년처럼 손을 흔들어 보이고 정혜를 길가에 남겨둔 채 아까 그 집의 추녀 밑으로 사라져버렸다. 색시들이 정혜 곁으로 다가서며 재미난다는 듯이 또 웃었다. 할 수 없이 정혜도 그들을 마주 보고 웃었다. 까닭 모를 미소를 머금은 채 정혜는 걸음을 떼어놓았다. 왜 그런지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못 견디게 분하다거나 원망스럽다거나 슬픈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게 무한히 동정이 갔다. 유 선생에게도, 그리
고 밤 색 시들에게도.
그 뒤에도 유 선생은 이따끔 정혜 앞에 나타나곤 했다. 물론 언제나 다름없이 초조하고 비굴한 미소를 띠고 그림자처럼 슬며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정혜에게 술값을 청하기도 하고, 말을 못 꺼내서 머뭇거리고 서 있으면 정혜 쪽에서 얼마의 돈을 집어주기도 했다. 그러면 유 선생은 나중에 꼭 갚아주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금시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허지만 정혜는 한 번도 유 선생에게서 돈을 받아본 일이 없었다.
이번에도 계숙이 생일에 유 선생을 청하기로 했다. 그날이 바로 계숙이 생일이자, 소식을 알 길 없는 남편의 생일이기도 해서, 다른 가족의 생일은 잊고 넘기는 수가 있어도, 계숙이 생일만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간소하게나마 음식을 장만하면 으레 남편 생각이 났고, 남편을 생각하면 자연 유 선생이 머리에 떠올라, 정혜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유 선생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놓곤 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번에는 유 선생 소개로, 양담배와 미군 통조림 등속을 헐값에 떼다 내올 길이 트여서, 그 인사도 차릴 겸, 미군 부대에 다니는 친구도 꼭 데리고 오라고 당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약속 시간인 저녁 6시가 지나고 7시가 가까워도 유 선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 선생의 신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았나 싶어 정혜는 은근히 애가 쓰였다. 누구네 집에서고 술과 식사를 준비해놓고 청하면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는 유 선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 선생에게는 계산에 마음 졸이는 일 없이 방바닥에 버젓이 버티고 앉아서 자기를 위해 차려놓은 술과 식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이 다시없이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것은 초청을 받았을 때의 유 선생의 표정과 언동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한 유 선생이 무슨 사고만 없다면 찾아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정혜는 초조한 마음으로 몇 번이나 부엌과 방 사이를 드나들며 낡은 탁상시계에 시선을 보내곤 하는 것이었다. 유 선생은 8시가 되어도 오지 않았다. 정혜는 할 수 없이 아이들에게만 면저 식사를 시키고 나서, 단념하고 준비한 음식들을 간수하려고 부엌으로 나가려는데, 그제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유 선생이 대문 안에 들어서는 것이었다. 8시 반이 지나 있었다. 유 선생은 벌써 얼근히 취해 있었다. 정혜가 권하는 대로 방에 들어와 앉은 유 선생은 싫다는 아이들을 하나씩 끌어다 입을 맞추었다.
“미군 부대에 다니는 분은 왜 안 오셨어요?”
정혜가 묻는 말에,
“아, 그 친구 말입니까? 자기 애인을 따라갔습니다. 그래 애인이 좋지, 애인 없는 성찬이 무슨 매력이 있겠습니까?”
그러고 나서 유 선생은 내방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하였다.
“아까 그 친구와 마악 집을 나오려는데, 그의 애인이 찾아오지 않았겠습니까? 그 애인이라는 여자가 아주 그만입니다. 용모와 스타일은 물론, 사고방식 이나 돈 쓰는 게 아주 그만이란 말입니다. 그 여자의 소성을 따진다면 흔히 말하는 현역 양공주입니다. 그 양공주는 내 친구를 지독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 친구란 자도 그 양공주를 무척 아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요. 그러면서두 그들은 결혼할 생각을 못하구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 각자의 복잡미묘한 주관적 조건으로 미루어 정작 결혼을 하게 되면 현재의 진한 애정에 반드시 중화작용을 가져오리라는 불안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일평생 결혼하지 말구 둘이서만 이대루 사랑하며 지내다 죽자는 겁니다. 얼마나 멋진 사랑입니까, 아주머니. 그렇지만 너무나 멋진 사랑이기 때문에 괜히 나까지 슬퍼졌습니다. 여기 오는 도중에 나는 그들에게서 술대접을 받았습니다. 친구의 애인이 한턱 낸 겁니다. 사실은 그래서 이렇게 늦어졌지만, 나는 그 여자가 부어주는 술을 연거푸 마시고 나서 두 사람의 손목을 꼭 쥐고 나도 모르게 울었습니다. 아주머니, 내 기분을 아시겠습니까?”
유 선생은 말을 마치고 옆자리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계숙을 끌어당겨 키스를 하였다. 계숙은 한사코 두 팔로 유 선생의 가슴을 떼밀며 고개를 비틀다가 그만 울기 시작했다. 유 선생은 계숙을 풀어주며,
“네 덕에 오늘은 아저씨가 좋아하는 술을 실컨 마시게 돼서 그러는 거다.”
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아저씨가 널 귀엽다구 그러시는 거야, 애두 온.”
정혜도 은근히 계숙을 나무랐다. 그러면서도 까닭 모를 어떤 불안과 향수 같은 것을 막연히 느끼며 정혜는 얼른 자리를 떠서 부엌으로 나갔다.
비록 호화롭지 못하나마, 뛰어난 솜씨로 조촐하게 차린 음식상을 앞에 놓고, 유 선생은 술을 거듭할수록 기분 좋게 취하였다.
“아주머니 한 잔만.”
유 선생은 갑자기 빈 잔을 정혜 앞으로 내밀며 한 손에 술 주전자를 들었다. 정혜는 몇 번 사양을 하다가, 끝내 거절하기가 안되어서,
“이래야 만족하시겠습니까?”
그러며 유 선생이 권하는 잔을 받아 마셨다. 좀씩 사이를 두고 정혜는 마지못해 계속해서 두세 잔 받아 먹었다. 얼굴이나 가슴이 홧홧 달아올랐다. 정혜는 자꾸만 한구석에 놓여 있는 낡은 탁상시계를 바라보곤 하였다. 통금시간이 가까워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 선생은 고조된 취흥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정혜는 퍽 난처했다. 모처럼 청한 손님을 이쪽에서 먼저 일어나 가라고 내쫓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일정한 숙소를 갖지 못한 유 선생에게 대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마침내 예비 사이렌이 울였다. 정혜는 한껏 초조한 마음으로 연방 시계를 보았으나 술에 잠뿍 젖어버린 유 선생에게는 시간 관념 따위는 염두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를 재워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정혜는 각오를 했다. 참말로 유 선생은 두 번째 사이렌이 울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지숙이와 계숙이를 사이에 눕히고 윗목에다 유 선생 자리를 펴주었다. 그제야 유 선생은 당황해했으나 이내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날 밤, 정혜는 그예 유 선생에게 몸을 맡기고야 말았다. 새벽 몇 시쯤 되었을까. 아랫목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정혜는 별안간 가슴에 압력을 느꼈다.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유 선생이었다. 두 팔로 힘껏 정혜를 끌어안고 있었다. 정혜는 가만히 유 선생의 가슴을 떼밀며 자기의 몸을 도사렸다. 그래도 유 선생은 물러나지 않고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정혜 얼굴에다 자기 얼굴을 겹쳐왔다. 정혜는 유 선생 귀에다 입을 대고,
“키스 정도라면 몰라두·…….”
무안을 주지 않으려고 그랬더니, 유 선생은 아무 말 없이 정혜의 입술을 늘러버렸다. 몹시 자극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유 선생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전신으로 정혜의 육체를 압박해왔다. 정혜는 사지를 잔뜩 오그리고 말없이 대항하였다. 그래도 유 선생은 단념하지 않았다. 한 시간 가까이나 버텨보다가 마침내 정혜는 항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한 꼴로 겨루고 있는 자신이나 유 선생이 가엾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몇 달이 지났다. 그동안에도 유 선생은 두세 차례, 목판을 지키고 앉아 있는 정혜 앞에 그림자같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였다. 물론 그때마다 유 선생의 손에 얼마쯤 용돈을 들려주는 정혜의 정성이나 외양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러나 정혜의 체내에는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임신의 징조였다. 여러 가지 점으로 정혜는 그것에 틀림없다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아니할 수 없었다. 정혜는 이 새로운 사실 앞에 기도자의 심정같이 경건한 긴장을 의식하는 것이었다.
비가 억수로 퍼붓는 초여름의 저녁 무렵이었다. 대문 밖에서 서성대며 조심스레 지숙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유 선생이었다. 우장도 없이 전신이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얼굴에서 팔소매에서 빗물이 뚝뚝 흘렀다.
“아니, 얼른 들어오시지 않구…….”
그 말에는 대답 않고 유 선생은 몸을 한번 부르르 떨고 나서 비굴하게 웃었다. 몹시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얼굴은 전보다 더했다. 안색 이 좋지 않았다. 어딘가 몸도 불편해 보였다.
“어서 좀 들어오세요!”
정혜가 권해도 유 선생은 그대로 선 채,
“아주머니, 난 서울을 떠나렵니다.”
그러고 또 비굴하게 웃었다.
“아무튼 좀 들어와서 말씀하세요. 옷도 말려 입으셔야죠.”
정혜가 거듭 권하면서 소매를 잡아끌다시피 하니까, 유 선생은 겁에 질린 눈으로 뜰 안을 살피고, 주인네가 있는 안방 쏙을 보았다. 아무도 눈에 띄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제야 발소리를 죽여가며 슬그머니 정혜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방바닥에는 유 선생의 젖은 발자국이 나고 옷에서는 빗물이 흘렀다. 남자가 없는 집안이라, 일시나마 유 선생이 갈아입을 만한 옷이 없었다. 젖은 옷을 벗어서 바싹 짜가지고 도로 입는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정혜는 아이들과 함께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다. 좀 뒤에 들어와보니, 유 선생은 쥐어짜서 우굴쭈굴해진 옷을 도로 입고 마른 수건으로 얼굴이며 머리를 문대고 있었다.
“서울을 떠나려구요. 그래서 인사라두 하고 헤질까 해서…….”
“그럼 어디루 가시게요? 무슨 좋은 일이라두 생기셨나요?”
“좋은 일이요?”
유 선생은 놀란 눈으로 정혜를 마주 보았다.
“어디 취직이라두 되셨나 해서요.”
“아닙니다. 건 엉뚱한 오햅니다.”
그저 서울서는 당장 숨이 막힐 것 같아서 지방으로 떠나본다는 것이다. 유 선생은 우선 김해서 고아원을 경영하고 있는 친구를 찾아가보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노자를 좀 빌려 달라고 청하였다. 즉석에서 정혜는 장사 밑천 가운데서 만 환을 떼 주었다. 유 선생은 돈을 챙겨 넣고 자리를 일어섰다. 좀 쉬어서 저녁을 먹고 가라고 말려도 유 선생은 그러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노라고 했다. 정혜는 우중에 이대르 보내기가 마음에 걸렸다. 할 말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유 선생의 소매를 붙들려다가 무심중에 그의 손을 다쳤다.(몸이나 물건을 건드리다) 뜨거 웠다.
“어마, 열이 대단하시군요.”
정혜는 재빠르게 유 선생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다. 신열이 심했다. 정혜는 유 선생을 그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싸우다시피 해서 겨우 그를 붙들어 앉혔다. 무리로 유 선생을 눕혀놓고 정혜는 찬거리도 사올 겸, 유 선생을 위해서 해열제와 먹을 만한 것을 사오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한 시간 가까이 지나서 정혜가 집에 돌아와 보니 유 선생 이 없었다. 아이들 말에 의하면 조금 전에 일어나 돌아가버렸다는 것이다. 정혜는 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 유 선생 이 어느 집 담 모퉁이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세차게 내리붓는 빗속을 정혜는 숨 가쁘게 뛰어다니며 유 선생을 찾아보았다. 골목길들을 죄다 더듬다시피 했다. 전차 거리에까지도 달려나가보았다. 유 선생의 모양은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다. 정혜는 단념하고 발길을 돌이키는 수밖에 없었다. 물탕을 마구 밟고 다녀서 하반신은 줘어짜게 젖었다. 무심중 정혜의 한쪽 손이 아랫배로 갔다. 걸으면서 가만히 쓰다듬어보았다. 찢어진 우산에서는 빗물이 새었다. 정혜의 볼 위를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별할 수 없는 물방울이 수없이 흘러내 렸다.
계절이 몇 번 바뀌었다. 그해도 다 저물어가는 대목께다. 그날은 마침 겨울 날씨답지 않게 푸근하였다. 날이 하도 누그러져서 정혜는 갓난애를 처음으로 포옥 싸서 업고 노점을 보았다. 따뜻한 햇빛을 쬐며 양지바른 자리에 복판을 지키고 앉았는 정혜 앞에 뜻하지 않았던 유 선생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반년 이상이나 감감히 소식이 끊어졌던 유 선생이었다. 정혜는 가슴이 뭉클하도록 반가웠다. 훈훈히 정이˙ 풍겨지는 미소로 웃었다. 유 선생은 전과 다름없이 초라하고 초조한 모습이었다. 외투도 없이 철 지난 양복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서 있는 유 선생의 몰골은 을씨년스러웠다. 그도 노상 반가웠든지 정혜를 보며 씩 웃고,
“그동안 별 일 없었습니까?”
인사로 묻고 갓난애를 업은 정혜의 등에 눈을 주고 의아한 표정이었다.
“별일이 있었다면 있구요, 없었다면 없구요!”
의미 있게 웃으며 하는 말에 유 선생은 더욱 떨떠름한 낯으로 정혜의 얼굴과 등을 번갈아 보는 것이었다. 마침 늦은 점심때여서 정혜는 뒤에 었는 우동 가게로 유 선생을 데리고 들어갔다. 목판이 잘 내다보이는 자리에 그와 마주 앉아, 정혜는 냄비국수와 약주 반 되를 청했다. 그리고 정혜는 의식적으로 등에 업고 있던 아기를 앞으로 돌려 얼굴을 내놓고 젖꼭지를 물렸다. 대번에 유 선생의 얼굴이 긴장해졌다. 눈에는 공포의 빛조차 어리기 시작했다. 정혜는 그러한 유 선생의 얼굴을 뚫어지게 마주 보았다. 정혜의 얼굴에 차츰 짙은 미소가 퍼지기 시작했다. 완전한 체념에서 오는 서글픈 미소. 거기에는 안도의 빛 이 있었다. 섣불리 사실을 밝히지 않아서 잘되었다고 정혜는 퍽이나 자기의 처사가 다행스러웠다.
주문한 음식이 오자, 정혜는 술 주전자를 들어 유 선생 잔에 가득히 따랐다. 긴장한 나머지 잔을 드는 유 선생의 손끝이 알아보게 떨렸다. 정혜는 필사적 인 노력을 기울여 이런 말을 속삭였다.
“몇 해 전부더 오빠처럼 믿구 집안일을 의논해오는 분이 있었어요. 6·25 때 가족을 이북에 남기구 혼자 넘어온 분인데, 벌이는 시원찮아두, 퍽 착실한 분예요. 저두 어린것들 데리구 언제까지나 혼자 지내기가 고달프구 해서…… 결국 이렇게 됐어요. 용서하세요.”
네댓 잔 술이 들어간 유 선생은 차츰 공포감과 긴장에서 해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아주머니 한 잔만, 제가 진심으로 드리는 축배입니다.”
빈 잔을 정혜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면 꼭 한 잔만요. 선생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그리구 우리 애 아버지의 건강과 저희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 꼭 한 잔만 받겠어요.”
정혜는 잔을 들어 유 선생이 부어주는 술을 받았다. 그리고 단숨에 쭉 들이켰다. 역시 술은 쓰기만 했다. 정혜는 약간 낯을 찡그렸다. 잔을 비우고 난 정혜는 남편의 기념품인 손목시계를 끌렀다. 잠깐 귀에 대보고 나서, 그것을 가만히 유 선생 앞으로 밀어놓았다.
“이거 고물이지만 드리겠어요.”
그러더니, 정혜는 허탈한 미소를 담뿍 머금고 입술을 오무려 갓난애의 볼에다 ‘쭉’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는 것이다.
-끝-
2016년 10월 29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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