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4.3 문화예술축전 개최...3.1절 기념식 열렸던 관덕정서 4월 1~3일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으로 20주 넘게 시민 수 만 명이 촛불을 든 제주도. 70년 전에도 적폐청산과 다른 세상을 원하는 3만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평화로운 촛불혁명으로 역사를 바꾼 2017년에 일제강점기 이후 새날을 꿈꿨던 ‘1947년의 촛불’을 기억한다. 제주4.3 69주년을 맞아 (사)제주민예총이 준비한 ‘제24회 4.3문화예술축전’이다.
# 1947년 관덕정과 2017년 촛불집회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로 4.3을 기억하는 문화예술축전은 올해 4.3의 시작이었던 관덕정으로 돌아간다. 제목도 <1947, 관덕정 꽃놀레>로 정했다. 끔찍한 학살 사건인 4.3의 시작은 1947년 3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도 3.1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경찰 총격을 4.3의 시작으로 규정한다.
문화예술축전이 관덕정으로 향한 것은 당시, 3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북초등학교와 관덕정 일대에 모인 역사가 현재와 연결되면서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오랜 인내 끝에 해방을 맞이하며 친일세력 청산, 통일 조국을 꿈꾼 1947년의 소망, 군사반역-반민족 세력으로부터 이어져온 오랜 적폐를 촛불의 힘으로 태워버리자는 2017년의 외침은 시기만 다를 뿐 목소리에는 같은 뜻이 담겨있다. 더욱이 4.3 70주년을 1년 앞둔 시기니 만큼 원점·시작으로 돌아가자는 뜻도 내포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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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민예총은 4월 1일부터 3일까지 관덕정 마당에서 4.3문화예술축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축전에서 열린 마당극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 관덕정 마당에서 펼쳐지는 전시, 음악, 종합예술
행사 구성은 현장위령제, 상설 전시, 거리굿, 음악회 등 기존 틀을 이어간다. 장소는 관덕정 마당 고정이다. 시기는 4월 1일 찾아가는 현장위령제부터 3일 평화음악제까지 4일 동안 진행된다.
1일(오전 10시~오후 4시) 열리는 찾아가는 현장위령제는 피비린내가 진동하지 않은 곳이 없던 제주 전역을 찾아가며 희생자와 공간 자체를 위무·치유하는 4.3문화예술축전의 핵심이다. 제주큰굿보존회(위령굿), 허영선 시인(시 보시), 주세연(소리 보시), 제주춤예술원(춤 보시), 강문석 작가 등(설치미술)이 참여하고, 3.1절 기념식에서 경찰 발포를 지켜봤고 경찰서에 끌려가 고문까지 당한 유족도 증언에 나선다.
1일부터 2일(오후 1시~오후 5시)까지 행사장인 관덕정 마당에서는 ▲관덕정 옛 모습 자료 ▲4.3예술 아카이브 ▲4.3문화예술축전 포스터, 행사 사진 등이 전시된다. 제주주민자치연대, 도서출판 각, 세월호참사대응제주대책위원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청년학생 우리물결 제주평화나비, 그린터드림, 곶자왈사람들, 제주녹색구매지원센터, 그림동인 요호, 요보록소보록, 로터스공방,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강정친구들, 양용찬 열사 추모사업회, 캘리그라피 오월 등은 부스를 차려놓고 다양한 체험 행사, 볼거리·즐길거리를 마련한다.
2일(오후 2시~4시)에는 ‘역사맞이 거리굿’이 펼쳐진다. 문학, 미술, 춤, 음악, 퍼포먼스 같은 다양한 예술 장르를 한데 모아 4.3을 알리는 ‘종합예술’ 성격의 행사다. 지난해는 비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4.3을 세상에 알린 현기영 선생의 소설 《순이삼촌》과 강요배 작가의 연작 <동백꽃지다>를 각색해, 소설 속 문구는 대사가 되고 그림은 LED화면에 띄워져 배경이 된다.
놀이패 한라산, 민요패 소리왓, 풍물굿패 신나락, 전통예술공연개발원 마로, 제주두루나눔, 볍씨학교, 제주작가회의, 퍼포먼스팀 살거스, 마임이스트 이경식, 무용수 김한결,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 제주청년협동조합, 음악인 조애란·김강곤, 보결댄스라이프, 배우 김기강, 일본인들로 구성된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 한라산회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2시간 동안 보여줄 거리굿은 흡사 한 편의 4.3뮤지컬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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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형동에서 열린 지난해 찾아가는 현장위령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3일(오후 6시 30분~8시 30분)에는 4.3평화음악회 <기억을 위한 연가>가 열린다. 오랜만에 4.3무대에 오르는 재일교포 2세 가수 이정미, 제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살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과 기타리스트 산하, 민중가수들이 모인 고니프로젝트, 제주의 인디밴드 묘한, 선 굵고 당찬 화음을 자랑하는 노래세상 원 등이 노래로서 4.3을 이야기 한다. 자신들의 노래·연주 뿐만 아니라 4.3과 관련된 작품도 하나씩 선보일 예정이다.
행사 기간 내내 관덕정 마당에는 오랫동안 서있었던 망루를 재현-설치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 학교, 미술관, 원도심에서 만나는 4.3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들에게 4.3을 알게 하는 4.3평화예술학교도 진행된다.
1일(오전 10시)은 도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제주시 원도심(성내) 지역 4.3유적지를 돌아보는 탐방 행사가 준비돼 있다. 6일은 제주북초등학교, 7일(이하 (오전 9시)은 동광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4.3문화교실을 연다. 두 행사 모두 제주도교육청과 함께한다.
이밖에 탐라미술인협회는 3일부터 30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과 원도심 문화공간 곳곳에서 4.3미술제 <회향>,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는 3월 31일부터 5월 30일까지 4.3평화기념관 2층에서 69주년 추념 시화전 <저 白碑, 일어서는 날까지>와 15일 남원읍 신례리 일대서 69주년 문학기행을 연다.
행사를 준비하는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1947년 도민 3만명이 북초등학교 일대에 모인 외침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맞아 촛불집회에서 나온 외침과 유사하다.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올해 문화예술축전은 내년 4.3 70주년을 앞두고 예행연습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행사 결과를 바탕으로 더 큰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