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작년 총선 때 낙선의 쓴잔을 마심으로써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오마이뉴스>는 탄핵 1주년을 맞아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홍사덕 전 원내총무,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 추미애·박상천 전 의원 등 탄핵에 동참했던 핵심인사 6인의 근황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취재 : 구영식 박형숙 최경준 김지은 권박효원 이민정 기자
[박관용]최근 탄핵사태 회고하는 책 출간... 탄핵 '여권 음모론' 제기
▲ 지난해 3.12탄핵때 날아오는 유인물들을 막기위해 경위들이 박관용 의장을 둘러싸자, 박 의장이 이를 뿌리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탄핵 1주년에 즈음한 11일 탄핵안 통과의 총대를 멨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다시 탄핵이 와도 의사봉을 잡겠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자서전을 펴냈다.
박 전 의장은 집필 이유에 대해 "지난해 탄핵사태는 의회민주주의를 흔드는 권력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었다"며 "법치주의와 의회정치의 정신을 위협하는 허위의식을 걷어내고자 하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고 밝혔다.
박 전 의장은 "국회 탄핵발의 때부터 탄핵안을 처리하는 시간이 생의 가장 외로웠던 시간이었다"며 "탄핵은 피할 수 있었으며 탄핵으로 얻은 것은 권력, 잃은 것은 양식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의장은 이어 "탄핵 발의가 있었던 3월 10일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태수습을 간곡히 부탁했다"며 "하지만 '대통령께서 너무 지쳐 있어서 만날 필요가 없다'는 답을 듣고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고 탄핵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박 전 의장은 "탄핵은 17대 총선을 앞둔 여권이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었다"고 '음모론'을 제기한 뒤 "탄핵안 처리가 정당했다는 소신엔 변함이 없다"며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에 대해 역사적 교훈을 배우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넘어가려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동아대 정치행정학부 석좌교수로 재직중인 박 전 의장은 초청강연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이사장으로 재직중인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은 지난해 남덕우 전 부총리를 초청해 경제관련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책을 출간한 이후 언론사의 인터뷰가 쇄도하지만 수락하지 않는다"며 "교직에 관련된 일만 한다"고 전했다.
[최병렬]탄핵 주도에 여전히 강한 확신... 회고록 준비중
▲ 탄핵안이 통과된뒤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최병렬 전대표.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 자민련과 함께 3·12 탄핵을 주도한 최병렬 한나라당 전 대표는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며 눈에 띄는 대외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작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김문수 의원)는 탄핵의 책임을 물어 최 전 대표의 불출마를 결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위헌 결정이 나온 뒤, 최 전 대표는 한 달간 미국을 방문한 뒤 돌아와 책읽기 등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995년 서울시장 재직시절 결성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당시 공동대표) 행사에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정도다. 안전생활시민연합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결정된 노동부 산하 단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재보선 출마설이 조심스럽게 돌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있는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갑에 홍사덕 전 원내총무, 조순형 민주당 전 대표와 함께 거론되고 있다.
최 전 대표와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내는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뚜렷하게 하시는 일은 없지만 지인들을 만나는 등 매우 바쁘게 지내신다"며 정계 복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 공천심사위원회의 한 당직자는 "(최 전 대표가 나오면) 한나라당은 망한다"고 말해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 전 대표는 자신의 정계복귀설에 대해 "요즘 노느라 바쁘다(웃음)"며 직답을 피했다. 최 전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즘은 딱 두가지 일을 한다"며 "회고록 준비를 위해 남의 회고록을 열심히 보고 있으며 친구들과 목욕탕도 가고 밥도 먹으러 다니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한편 최 전 대표는 노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방송의 편파보도와 불법적인 촛불시위가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대통령 탄핵안의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에 하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홍사덕] '정계 복귀의 꿈' 안은 채 탈북자 지원사업에 매진
▲ 지난해 3월 12일 새벽 한나라-민주당 의원들의 새벽기습작전을 지켜보는 홍사덕 전 총무.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홍사덕은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나쁜 놈들아!"
작년 3월 12일 오전 11시20분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던 즈음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홍사덕 의원(당시 한나라당 원내총무)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 '저주'가 맞아 떨어진 것일까. 같은 해 총선에서 홍 전 의원은 낙선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홍 전 의원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젊은층을 향해 "요즘 촛불시위에 나오는 많은 젊은이들이 모두 직장을 갖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이들을 '이태백'과 '사오정'에 비유해 물의를 일으켰다. 결국 총선시민연대에 의해 '낙선대상'으로 지목됐다.
특히 홍 전 의원은 2003년 11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파병이 결정될 경우 제1진과 함께 현지로 떠나 한 달간 사병으로 근무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백수 홍사덕 이라크 파병 모금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홍 전 의원은 총선 직후 주변과 연락을 끊고 자신의 취미인 등산에 열중했다. 하지만 현재는 종로에 '홍사덕 연구소'를 열고 탈북 주민의 취업, 사회적응 등 탈북자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정계복귀 꿈도 버리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다시 (정계에) 복귀하고 싶어 하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 정치상황상 본인의 의지대로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홍 전 의원이 오는 4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하지만 또다른 관계자는 "당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중량감 있는 거물급 후보를 내세우는 경우에 대비해 '히든카드'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혀 주목된다.
한편 현역 의원들 중에서는 임태희·맹형규·진영 의원 등이 여전히 홍 전 의원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조순형] '독서 삼매경'에 빠지다... "탄핵은 정당했다"
▲ 탄핵안이 통과된뒤 기자회견을 가진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불모지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주로 자택에서 독서 등으로 소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딸과 함께 서점에 자주 들르는 것이 눈에 띄기도 했다. 조 전 대표의 부인 김금지씨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남편이)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며 "정보성부터 소설류까지 다양하게 읽는다"고 귀뜸했다.
조 전 대표는 연극을 하는 김씨의 극단 사무실을 방문하는 것 외에는 최대한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씨는 "국회의원 할 때도 국회 아니면 집이었다"며 "지금은 국회만 안갈 뿐 생활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사시는 것 같다"는 질문에 김씨는 "전화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언론에 노출돼봤자 쓸데없는 억측과 오해만 불러일으킬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러나 조 전 대표는 지난 10일 '탄핵 1주년에 즈음한 나의 소회와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 탄핵의 정당성에 대한 소신을 거듭 피력했다. 조 전 대표는 성명에서 "헌법재판소가 비록 탄핵소추를 기각했으나 국회의 탄핵소추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하고 입헌주의, 법치주의를 확립시킨 역사적 계기로 헌정사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조 전 대표가 탄핵 1주년을 이틀 앞두고 성명을 내게 된 동기에 대해 김씨는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계속오자, (조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성명을 내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조 전 대표는 지난달 선친 유석 조병옥 박사의 추도식에 참석해 "근자에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영광스러운 역사를 왜곡,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조 전 대표는 "현 정부의 과거사 규명을 겨냥한 발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론적 얘기이니까 큰 의미를 두지 말라"며 확대 해석을 차단했다.
[추미애]작년 8월 미국 연수 떠나...여권으로부터 '러브콜' 받아
▲ 탄핵역풍을 맞아 민주당의 지지도가 급락해 당직자들은 당사 1층에서 농성을 벌였다. 농성장을 찾은 추미애 의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탄풍'(彈風) 앞에 '추풍'(秋風)도 소용없었다.
한나라당과의 공조를 통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지만 막판에 탄핵에 동참했던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 추 전 의원은 작년 탄핵 직후 치러진 총선 때 중앙선대위원장을 맡아 '탄핵공조'를 사과하고 '3보 1배'를 통해 극적 반전을 꾀했지만, 민주당이 9석의 미니정당으로 전락하는 비운을 목도해야 했다. 물론 본인도 의원배지를 떼야 했다.
총선 패배 이후 '묵언정치'로 일관하던 추 전 의원은 결국 작년 8월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뉴욕 콜롬비아대 로스쿨에 있는 국제대학원에서 '동북아 평화와 안보'를 주제로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추 전 의원은 애초에 연수기간을 1년으로 잡았지만 귀국은 내년 초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측근은 "연수 연장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전한 뒤 "남북경협 등 북한경제 활성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추 전 의원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여권의 러브콜이다. 작년 말 그가 여권으로부터 환경부장관직을 제의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애정이 여전하다는 증거로 해석됐다. 또한 올초에는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그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여권의 러브콜에 호응이라도 하듯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추 전 의원의 평가도 달라졌다. 그는 초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수용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햇볕정책을 짓밟았다"고 비난했지만, 최근에는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했다"고 호평했다.
총선 패배 이후 추 전 의원의 행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김 전 대통령은 92년 대선 패배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귀국 후 국민회의를 창당하고 97년 결국 대권을 거머쥐었다.
한때 노 대통령으로부터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지목받았던 추 전 의원이 김 전 대통령처럼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가 귀국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박상천]기업 법률자문하며 재기 노려..."국보법 선전선동죄 폐지 안돼" 주장도
▲ 지난 2004년 4월 1일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박상천 전 민주당 의원.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상천 전 민주당 의원은 총선 이후 여행차 미국을 다녀온 뒤 여의도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기업 법률자문을 해주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치관련 서적을 집필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박 전 의원의 한 지인은 "정치 입문 이후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자서전이 될지 다른 형태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인들을 만나고 책 읽으며 소일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낙선 이후에도 박 전 의원은 올 정초 민주당 단배식에 참석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새해인사를 하는 등 '정치활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또 당내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키는 모임(정통모임)'에 참석해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등 당내 주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통모임은 민주당 내 신·구 갈등이 한창이던 2002년 5월 박상천·정균환 의원등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모임이며 작년 대통령 탄핵안 발의 과정에서는 강경론을 주도했다. 지난 1월 정통모임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화갑 현 대표에게 '합당반대결의문'을 제안했고 이후 한 대표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박 전 의원은 현재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재기설을 일축한 뒤 "다만 당 재건과 재집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 연장선상에서 한 대표를 도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 전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10월 <동아일보>에 '선전선동죄 폐지 안 된다'는 내용의 시론을 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이 글에서 "여당안은 북한의 사상홍보전에 대비한 국보법의 모든 규정을 없앤 것"이라며 "선전선동죄를 폐지하면 북한은 대한민국 내부 전복에 박차를 가하고 합법적 '이적단체'들이 공개적 체제 전복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 전 의원은 "정치에서 물러나 있어 현안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 왔지만 여당이 내놓은 국보법 대안의 치명적 위험성을 뻔히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댓글 지긋지긋한 사람들.....
정치적 소신은 있어야죠 정치인이라면 ... 그러나 판단은 국민이 하는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