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홋카이도(1)/靑石 전성훈
꿈에서도 가고 싶었던 곳,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던 홋카이도(北海道), 일본 하면 떠오르는 곳은 홋카이도와 오키나와(沖繩)이다. 원주민 아이누족이 살던 북쪽 홋카이도와 류큐 왕국으로 불리던 남쪽 오키나와를 향하는 여정은 미지의 세계다. 회사 육상직원 승선교육 지침에 따라, 1982년 8월 어느 날, 인천에서 화물선 팬노바(PAN NOVA)호를 타고 부산에 들러 수출화물을 싣고 동해를 거쳐서, 홋카이도와 일본 본토 사이의 쓰가루(津輕)해협의 멋진 밤 경치를 구경하며 망망대해 태평양을 횡단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입항했던 아득히 먼 추억이 생각난다. 2017년 2월 중순 오키나와에 다녀오면서 다음에는 북해도에 가야지하고 다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6년 6개월이란 긴 세월이 흘러 이제 그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일본 여행을 여러 번 했으면서도 가나자와, 시코쿠, 규슈 등 한적한 지방 도시를 다녀서, 도쿄, 나고야, 오사카, 교토 등 대도시는 가보지 않았는데, 기회가 되면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의 고장 교토에 가보고 싶다. 코로나 탓에 해외여행을 못 한 지 4년 6개월이 된다. 그 사이 나이 칠십이 넘고 몸도 그다지 건강하지 못해 장거리 비행은 힘들어,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마음먹기 어렵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에도 몸살감기로 기침을 하고 열이 높아,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였더니 음성이다. 5일간 약을 먹으며 몸을 추슬러 회복되어 천만다행이다.
첫날(8월 2일), 삿포로행 진에어 비행기는 오전 8시 15분 출발이다. 인천공항 2터미널에 5시 반까지 도착하라는 인솔자의 연락을 받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오전 4시에 집을 나선다. 상계동 6단지 부근 정거장에서 리무진 버스 첫차를 기다린다. 함께 가는 초등학교 1학년 손녀가 씩씩하게 따라나선다. 새벽길이라 막히지 않은 리무진 버스는 인천공항 2터미널에 오전 5시 45분경 도착한다. 인솔자를 만나서 간단히 설명을 듣고 길게 늘어선 줄을 서서 짐을 부친다. 많은 사람이 해외로 나가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까 신기한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와 노약자를 동반한 사람은 별도로 출국 심사를 하여 편하다. 세관 당국의 배려에 감사하다. 비행기 안전 점검으로 출발 예정 시간보다 30분이나 지연된 진에어 비행기는 무사히 이륙하여 삿포로 치토세 공항으로 향한다. 3/4/3 배열 좌석에 승객이 가득하다. 일본 입국할 때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니 잠이 쏟아져서 쪽잠을 청한다. 20~30분가량 자다가 눈을 뜨니 창문으로 푸른 하늘과 구름이 보인다. 저가 항공사는 기내식은 물론 음료조차 제공하지 않아서 주스를 사서 마신다.
치토세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인솔자를 만났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기다린다. 공항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지나가는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이고 외국인은 보기 힘들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이곳도 상당히 덥다. 북해도가 섭씨 30도 가까이 올라간 적이 없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 기온과 비교하면 견딜만한 더위이다. 오후 1시경 리무진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일행은 30명 7팀으로 모두 가족 단위이다. 점심은 ’이치에‘라는 가마솥 밥 전문집의 일본 전통 가마솥 밥이다. 우리나라 돌솥밥과 비슷하다. 죽순 등 채소와 해산물이 듬뿍 들어있어 밥을 그릇에 퍼 놓고 찬물에 말아서 먹는데, 심심하지 않고 간이 진하여 맛이 좋다. 젓가락 봉투에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한순간을’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점심을 먹고 첫 번째 찾은 곳이 화산 활동으로 생긴 신비의 칼데라 호수 시코츠호(湖)이다. 바다처럼 보일 정도로 넓고 맑은 곳으로 아름다운 붉은색 철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바람이 불어 시원한다. 아이스크림을 사니까 날씨가 더워서 금방 녹아버린다. 시코츠호를 벗어나 두 번째로 간 곳은 일본의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한 두대불전(頭大佛殿)을 비롯하여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영국 스톤헨지 모형 등을 전시해 놓은 마코마나이 타기노레이엔이다. 두대불전에는 목이 잘린 부처님 제자들 모습이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니 일본인도 보이지만 여행객은 한국인뿐이다. 손녀는 무척 활발하게 움직이며 패랭이꽃으로 반지를 만들어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선물이라고 준다. 오후 6시 넘어 온천으로 유명한 죠잔케이 뷰호텔에 투숙하였는데 지상 15층 지하 2층의 호텔이다. 싱글침대 3개가 놓여있고도 방이 넓어서 마음에 든다. 저녁은 호텔 뷔페식으로 모처럼 삿포로 클래식 맥주 한잔 주문하니 880엔이다. 우리나라 호텔 바에서 맥주 한잔 마시는 경우와 가격이 비슷하다. 유가타로 갈아입고 따뜻한 온천욕으로 피로를 푼다. 온탕과 냉탕, 노천탕을 번갈아 찾아가 목욕을 하고 숙소로 향한다. 온천탕은 구관, 숙소는 신관이라서 잠시 헷갈리다가 숙소에 들어와 와이파이를 통하여 서울 소식을 접하니 여전히 변함없다. 내일은 느긋하게 오전 9시 반에 출발한다. 여름 북해도 명물 라벤더 꽃들이 7월 하순 무렵 다 떨어져서 달콤한 향기를 맡지 못하고 푸른 라벤더밭을 구경할 수밖에 없어 유감이다.
둘째 날(8월 3일), 도야호(湖)와 우스잔(有珠山)을 찾아가는 여정, 눈의 고장인 홋카이도 지방도로 가장자리에는 4~5m 높이 정도의 빨간색 화살표 표시등이 (삿포로 시내는 막대 기둥 형태 표시등) 있다. 겨울철 눈이 내리면 길과 논밭의 구분이 없어 빨간 표시등을 보면서 자동차가 달리는데 주변의 건물이나 주택은 지붕만 보인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눈이 많은 고장이란다. 도야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로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는다. 마치 바다같이 넓고 넓은 이 호수는 러시아 바이칼호수 다음으로 큰 호수라고 한다. 물이 너무나 깨끗하고 맑다. 다음에 찾아간 곳은 세계 유일의 베로니테카형 화산인 쇼와신잔(昭和新山), 쇼와 17년(1943년)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붉은 산, 땅이 솟아올라 산이 만들어진 초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적지이다. 당시 일본 정부로부터 단돈 30엔을 주고 사들인 이곳 우체국장 개인 소유지로 후손들에게 문화재를 통하여 마르지 않은 수입원을 만들어준 만고의 효자 관광상품이라고 한다. 점심은 해선나베정식이다. 계절 채소, 두부, 우동, 새우 등을 넣은 가마솥 찌개와 가리비구이로 뜨거운 알코올 냄비가 끓는 열기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숨이 막힐 정도이다. 땀을 흘리며 먹는데 묘하게 맛이 좋다. 식사 후 도야호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우스잔 로프웨이 케이블카를 탄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활화산 정경이 인상적이다. 우스잔 정상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시원하다. 햇볕이 따갑게 쏟아지는 산책로를 걷다가 도마뱀을 발견한 손녀가 좋다고 손뼉을 친다. 우스잔과 도야호를 떠나서 일본 100대 명수(明水)중의 하나인 약수를 마시려고 후키다시공원을 찾는다. 1898m 요테이산에서 분출하는 청춘을 돌려준다는 약수를 마시니 뼛속까지 시원하다. 약수를 마시고 페트병 두 개에 약수를 받는다. 아담한 공원을 구경하고 옆에 있는 33 관음상을 둘러보니 관음보살 모습이 모두 서로 다르다. 저녁은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지 오타루 스시 정식이다. 초밥은 정확히 8개로 튀김이 함께 나온다. 초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소고기 가스가 제공된다. 마침 출출한 느낌이 들어서 초밥과 튀김을 게눈감추듯이 먹고 아내 몫의 소고기 가스도 맛본다. 숙소인 소니아 오타루(SONIA OTARU) 온천물은 너무나도 매끈매끈하다. 인솔자가 수건으로 물기를 닦지 말고 그대로 그 느낌을 느껴보라고 권한다. 온천탕 온도가 따뜻하여 피곤한 몸을 풀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2023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