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서울에 비가 세차게 내렸었죠.
3시 전에는 비가 소강상태라 운동이 되려나 싶었는데, 3시 넘으면서 꿈깨라고 쏟아집니다.
맛집 투어에 나섰습니다.
분당 야탑동에 있는 '사계진미'라는 집인데, 먹거리 X파일에서 착한 콩국수 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진한 콩국물이 인상적입니다.
제가 보유한 수많은 맛집 중 직접 가본 후 다시 가고 싶은 집에만 주는 별표(☆)를 주었습니다.
별표가 늘어나는 것은 제겐 작은 기쁨입니다.
서초IC까지는 비가 꽤 이어졌는데, 양재에서 빠져서 분당 가는 고속화도로부터는 이슬비가 됐다가 분당에 들어서니 말짱해졌습니다.
요럴 때 우리나라도 참 넓구나 싶죠.
사실 큰 비로 물난리가 나면 세상이 망하려고 이러나 싶지만, 비행기 타고 조금만 위로 올라가 보면 지구 한 귀퉁이에서 일어나는 조그만 현상일 뿐이죠.
자연 현상만 그런 게 아닙니다.
어떤 곤란한 문제에 푹 파묻혀 있을 땐 어찌 이리 나한테만 힘든 일이 닥칠 수 있을까 싶다가도, 한순간 고개들어 보면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경험들 있을 겁니다.
늘 햇빛에 눈을 뜨다가 오늘은 빗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장마답게 내리는 비 참 오랜만입니다.
옆집 베란다 지붕과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증폭되어 들려오네요.
빗소리를 배경으로 들려오는 새 소리가 참 좋습니다.
산속 펜션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니 옆집 옥상 위 호박꽃에서 벌이 꿀을 찾고 있습니다.
남쪽나라 사시는 분들은 태풍 조심하세요.
좀 더 삐데기를 하고 싶어지는 아침입니다. ~^.^~
♥2,200원짜리 피자♥
입대를 하기 전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22,000원짜리 치즈 크러스트 2판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ㅇㅇ교회 앞에서 전화를 하면 나오겠다'는 주문에, 피자를 싣고 그 교회 앞으로 가서 전화를 했습니다.
저쪽 골목어귀에서 어떤 할머니가 나오시더군요.
저녁이고 비가 왔기에 할머니의 모습은 처음엔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뒷짐을 지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할머니, 피자 받으세요."
하지만 할머니는 제가 내민 피자를 받지 않고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양팔이 없었습니다.
너무 죄송한 마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할머니 댁으로 피자를 배달해 드리려고 댁으로 함께 걸어갔습니다.
골목을 돌고 돌아 찾아간 허름한 집에서 손자로 보이는 아이들 3명이 뛰어옵니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아이들에게 할머니 지갑을 꺼내달라고 했습니다.
열어보니 만 원짜리 한 장과 구겨진 천 원짜리 몇 장이 들어있습니다.
"2,200원이지라?"
할머니는 전단지에 쓰여있는 22,000원을 2,200원으로 보신 겁니다.
아이들은 이미 피자를 먹으며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차마 22,000원이라는 말을 못하고 딱 2,200원만 뺀 뒤, 나머지는 할머니 지갑에 도로 넣어드렸죠.
"비오는 날, 날도 추운데 고생 많이 했소.
맛있게 묵을께라. 조심히 가시쏘."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 손을 흔들었습니다.
-마음이 읽는 글
첫댓글 사계진미 콩국수는 저도 서너번 가서 먹은적이 있습니다.
잘하더군요 콩국수를 좋아하는데 여름한철만 해서 늘 아쉬운데 이집은 365일 하기에 더욱 인상이 남네요
피자배달친구는 배려 존중 나눔의 미학이 있는 아름다운 분이네요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훈훈한 글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사계진미 정보 감사합니다. 그리고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담에 또 피자를 시키면 청년이 또 어찌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아직도 훈훈함이 남아 있는 세상인가 봅니다.